올해 일본의 야키니쿠점(불고깃집) 폐업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인 엔화 가치 하락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일본 최대 규모 기업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체인 테이코쿠데이터뱅크(帝国データバンク) 발표를 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신고된 부채 1000만 엔 이상 규모 점포 기준 야키니쿠점 경영 사업자 도산 사례는 20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 규모다.
야키니쿠점 도산 역대 최대 사례는 2019년으로 연간 26건이었다. 현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도산 기록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당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개인영업자 등 소규모 점포 폐업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점포가 시장에서 퇴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이코쿠데이터뱅크는 이 같은 원인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야키니쿠점 개점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기록적인 엔저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 고기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테이코쿠데이터뱅크는 "야키니쿠를 중심으로 하는 외식업체 중 지난해 실적이 적자 전환한 업체 비율이 34.8%였고, 전년부터 이익이 감소한 업적 악화 비율은 64.6%에 달했다"며 이는 "지난 10년 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업체는 "전기·가스비와 인건비 등 점포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진데 더해 (엔저로 인해) 미국산이나 호주산 등 수입 쇠고기는 물론, 저렴한 돼지고기도 엔저로 인해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엔저로 인한 또 다른 결과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커진 것 역시 야키니쿠점 폐업 요인으로 분석됐다.
테이코쿠데이터뱅크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가 가격 부담을 느낄 것을 우려해 (업체는) 가격 인상이 어렵고, 소규모 야키니쿠점은 (그 결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견딜 수 없게 됐다"며 그럼에도 "이중 삼중의 비용 증가로 야키니쿠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체는 신메뉴 개발이나 점포 서비스 향상 등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기록적인 '슈퍼 엔저' 현상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2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61엔 중반대를 기록했다. 이는 1986년 12월 이후 3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의 긴축이 맞물리면서 미일 금리 격차가 커지자 엔화 매도 수요가 커졌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엔저 현상을 바로잡을 능력을 상실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 부채 규모가 워낙 커 엔저 현상 타개를 위한 금리 인상은 정부 재정에 막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그 결과 나타나는 장기적인 엔화 가치 하향 추세를 반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