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북과 이상기류 부담 느꼈나…한국과 외교대화 결과 하루 지나 뒤늦게 발표

한중 외교대화에 "다른 나라와 상관 없다"는 중국…푸틴 방문 우려하며 "개최 자체로 의미 크다"는 한국

한중 양국이 차관급 외교안보대화를 실시한 이후 한국 정부는 19일 이른 오전 결과를 공개했지만 중국 측은 이날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북러 간 밀착 및 북중 간 이상기류 속에 중국이 한국과 대화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외교안보대화를 가진 지 하루가 지난 19일 오후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한중 첫 차관보급 외교안보 2+2 대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중국은 "한중 첫 차관급 외교안보 2+2 대화 개최는 양국 관계 발전의 필요성에 착안해 합의한 것으로 다른 나라와의 교류와는 특별한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대화가 북러 정상회담 등 한반도를 둘러싼 다른 국가의 외교 활동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와 연관돼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푸틴 대통령 방북 등 러북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개최된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개최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회담이 끝난 이후인 19일 오전 0시 경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푸틴 방문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외교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오물 풍선 살포 및 GPS 교란 등 일련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지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러북간 불법적 군사협력의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중국은 북-러가 우호적인 이웃으로서 교류 협력과 관계 발전의 필요를 가지고 있으며, 관련 고위층 교류는 두 주권국 간의 문제라고 밝혔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은 이번 대화가 북한이나 러시아와는 관계가 없다며 그 연관성을 축소시킨 반면, 한국은 개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북중러 3국 연대에 틈을 벌리려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에 온도차가 감지됐다. 한국 외교부는 "러북 간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한반도 긴장 조성은 중국의 이익에도 반하는 만큼, 중측이 한반도 평화·안정과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였다"며 중국이 북러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라면서도 "한반도 정세 발전의 맥락과 문제는 명백하며 상황을 냉각시키고 대립을 피하면서 정치적 해결의 큰 방향을 견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어 "그동안 시시비비에 따라 입장을 결정해 왔으며, 독자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북한을 압박하는'식의 역할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 18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렸다. 왼쪽부터 장바오췬 중국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 ⓒ외교부

중국 외교부가 이렇게 늦은 반응을 내놓은 것을 두고 북중 간 최근 껄끄러운 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실제 북중 양측 간 이상기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2018년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던 다롄에 회담 기념으로 설치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자국이 사라진 것을 비롯해 한일중 정상회의 이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비판 성명을 발표한 것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정부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여전히 북중 간 국경이 완전히 알려지 않고 있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라 2019년 12월 31이리까지 각국에 파견된 북한의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노동자들의 파견이 필요한 북한이 국경을 완전히 열지 않고 있고 이것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북러 간 협력을 지지하고 북한과 우호를 중시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대해 "원칙적으로 중국은 러시아가 관련 국가들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북한과 정상회담을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 "중국과 북한은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북한과 수교한 지 75주년이 되는 해이자, 쌍방이 합의한 '중·조 우호의 해'"라며 중국과 북한은 단체 교류 및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에 관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편 한중 모두 상대가 요구는 했으나 수용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우리측은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하였다"고 밝혔는데 이 부분에 대해 중국 보도자료에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

중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중국은 대만을 비롯한 중국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에 대해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고 한국 측에 적절한 처리를 요구했다"며 "한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으나 한국 보도자료에는 이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며 각국의 합리적인 안보 관심을 존중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글로벌 안보협력을 촉진하며 패권주의, 일방주의, 강권정치를 반대한다"며 "한국과 한국은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로 공동으로 세계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성과 원활성을 유지하고, 경제 문제의 정치화 및 안전화에 저항하며 다양한 형태의 보호 무역주의와 '벽 쌓기'에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으나 한국 외교부 자료에서는 이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번 회담은 지난 5월 27일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총리 간 협의에 따라 이뤄졌으며 한국은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수석대표)과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중국에서는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수석대표)과 장바오췬(張保群)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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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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