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레기' 캐리커처 작가에 "기자 1명당 100만 원 배상하라"

기자들 "'표현의 자유' 권리 행사 아닌 감정 배출 수단"

문재인 정부와 관련 인사들을 비판해 캐리커처 작가의 '기레기' 풍자 대상이 된 전·현직 기자들이 캐리커처를 그린 작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정하정)는 기자 22명이 박찬우 작가와 박 작가의 그림 전시를 주최한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 작가는 기자들에게 각 100만 원, 민예총은 그 중 각 30만 원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19일 판결했다. 또 박 작가에게는 7일 이내에 블로그·페이스북·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기자 22명은 지난 2022년 10월 박 작가가 캐리커처를 그려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2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취지에 대해 "작가는 자신이 지지하는 진보 진영 정치인에 대해 부정적·비판적 보도를 했거나 보수 진영 정치인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캐리커처 대상으로 삼았다"며 "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 권리 행사라기보다는 입맛에 맞지 않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을 골라 감정을 배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작가의 일명 '기자 캐리커처'는 100명 이상의 전·현직 언론인과 방송·정치인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뒤 붉은 색을 덧칠한 작품이다. 특히 '조국 사태'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의 가족의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집중 보도한 방송사와 신문사 법조 기자들이 대상이 됐다.

민예총이 박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주최 측과 언론계 사이에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공방이 오갔다.

민예총은 그해 6월 1일부터 15일까지 광주 메이홀에서 개최한 '굿, 바이전 시즌2' 전시 취지와 관련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진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와 허위 여론조사 퇴출을 바라는 전국 예술가들이 연대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는 해당 전시에 대해 "주최 단체와 예술가들이 담아낸 내용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편협된 이념과 사상이 개입되어 그들과 다른 생각의 존재를 비하하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상대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예술이 갖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또 다른 폭력이며 언론탄압으로 규정짓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 '굿 바이전' 참여 작가 18인은 성명을 내고 "박찬우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불만이 있고, 불편하고, 껄끄러우면 그렇게 표현하면 된다. 전체 18명의 작가가 문재인 정권만을 지지하고 따르는 작가들로 호도한 발언에 대해서는 예술가로서 심히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다"며 "이런 식으로 정파 프레임으로 예술가들을 가두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프레임만으로는 기자들의 심각한 진실 왜곡과 본질을 호도한 행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연 이런 기자들은 예술 풍자의 대상조차 되어선 안 되는 존재인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언론 시민단체는 "언론에 공개된 일부 출품작을 보면 언론에 대한 비평 예술이라기보다는 특정 언론(인)을 향한 적개심의 표출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언론개혁시민연대)거나 "언론(인)에 대한 정파적 공격과 위협이 건전한 비평의 자리를 빼앗았을 때 우리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를 우려한다"(언론연대)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전 권위주의 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빨갱이 딱지 붙이던 짓과 뭐가 다른가"라며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이런 폭력적인 짓이 벌어지는데 자칭 진보라는 민주당에서는 한 사람도 나서서 꾸짖거나 말리는 사람이 없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던 기억 같은 건 다 잊은 건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 서울중앙지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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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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