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 분노한' 전북자치도 공무원노조 "인내심 한계…대책마련하라"

전북특별자치도 간부공무원의 갑질과 막말파동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은 2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해당 간부 공무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 집행부의 간부 갑질에 대한 재발방지책과 직원 사기진작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전북자치도공무원노조는 이날 직원 내부 게시판에 "공포의 출근길'을 만든 특정 간부와 유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간부들에게 경고한다"면서 "언론에 공개된 것만 보아도 어떻게 직원들을 대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간부들은 '부하직원들은 나를 서포트 하는 소모품이다. 일 안하는 공무원들 데리고 일하려니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며 "(언론에 보도가 되자)해당 간부는 전혀 반성도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SNS에 남긴 글이 가관이다. 전북이 못 사는 게 공무원들이 게으른 탓이다? 정신 못 차리고 헛소리를 지껄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특별자치도청사 ⓒ전북자치도

한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간부회의를 통해 "조직 내 갑질이나 막말은 개개인의 직원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를 멍들게 한다"며 "과정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는 만큼 간부들이 함께하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다음은 전북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 성명서 전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은 '공포의 출근길', '두려운 일터'를 만든 A실장과 유사 의혹을 받고 있는 간부 공무원들에게 경고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그동안 제기된 수많은 제보와 의혹들을 차치하고, 언론에서 공개된 것만 보아도 간부 공무원들이 어떤 분위기에서 어떻게 직원들을 대했는지 알 수 있다.

도지사 입장에서 보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간부들은 일 잘하는 간부일 것이다. '직원들 열심히 쪼아대고 옥죄어서 나온 성과물들을 잘 포장해서 재빨리 윗선에 보고하는 간부', 이런 간부를 윗사람들은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간부들은 성공과 윗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 자신들 혼자만 일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부하직원들은 나를 서포트하는 소모품이다. 함께 동고동락하고 직원들과 함께한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일은 본인이 다 했다. "일 안 하는 공무원들 데리고 일하려니 답답하다. 공무원들 일하게 하느라 힘들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도정을 생각하는 건 본인"뿐이라며 부하직원들을 깎아내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한다.

간부 공무원들에게 '눈에 띄는 일'을 하지 않은 직원은 '일하지 않은 직원'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일'은 도지사 공약사항이고 도의 역점 업무이다. 간부들은 직원들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 살펴봤는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가?

우리 직원들은 이미 기존 업무만으로 헉헉대고 있는데, 윗사람들은 자기 관심사가 아니라고, 지사님 공약사항이 아니라고, 도의 역점 업무가 아니라고, "일을 안 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직원들은 말한다. "나는 내 업무에 헉헉대고 있는데, 간부 공무원들이 '요즘 공무원들 일 안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이 들릴 때 힘이 빠지고 의욕이 안 생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일들을 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전 정권과는 다르다.", "우리 도가 더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듣기 위해,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에 집중하여 공무원들을 몰아붙인다.

막말로 도지사 역점사업만 업무이고, 이미 기존 업무를 하는 직원들, 다양한 민원인들과 씨름하고, 감염병이 돌면 밤낮없이 근무조가 돌아가며 애쓰는 직원들, 즉, '지역사회의 평온을 유지하고, 그 평온에 대한 위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은 "일 안 하는 직원"이다.

왜? 도지사 성과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AI 조류독감 발병 등 각종 재난 상황에 처할 때 긴급하게 밤낮없이 일한 직원들에게 고생한다고 하지만, 정작 특별승진(발탁인사)은 지사님 공약사항을 이행한 사람이 한다.

노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전북의 아픔이 된 "세계잼버리대회", 잼버리의 실패가 있었기에 더욱더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될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등 중요한 대외적 행사를 앞두고 결속을 이뤄야 하기에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다. 우리 직원들이 하나 되는 마음으로 도정에 임할 수 있도록 우리 노조도 내부적으로 조합원들을 다독이며 집행부와 상생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언론이 갑질 간부 기사를 내니, 해당 간부는 전혀 반성도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SNS에 남긴 글이 가관이다. 전북이 못 사는 게 공무원들이 게으른 탓이다?

정신 못 차리고 헛소리를 지껄인다.

도청 모 고위 간부가 술자리에서 그랬다. "계백장군은 황산전투 떠나기 전 온 가족을 자기 손으로 죽이고 싸움에 임했다"고.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대의를 위해 내 가족을 읍참하라?" 우리 도 간부들은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1930~40년대 전체주의 시대로 회귀하여 살고 있는 듯하다. 시대에 역행하는 마인드로 도지사 얼굴에 먹칠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업무를 위해 자기 가족을 희생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가족을 희생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서로 상생할 수 있다. 직장의 성공과 가정의 행복이 양립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화만사성이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하게 만드는 이 상황에 분노한다.

우리 직원들이 소리 없이 죽어나가는 이유, 단지 우연이 계속되는 것인가?

우연이란 것은 없다.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다른 시답지 않은 현안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우리 식구들이 죽어 나가는 데도 간부들이고 집행부는 왜 이렇게 무신경한가? 간부 공무원들은 우리 직원들이 도정을 위해 일하는 것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들게 하지 말라.

해당 간부 공무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 집행부의 간부 갑질에 대한 재발방지책과 직원 사기진작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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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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