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여야 합의 결렬'에 시민사회 "정치는 시민을 버렸다"

소득대체율 국민의힘 43%, 민주당 45% 주장…2%P 이견에 연금개혁 불발

여야가 소득대체율 인상과 관련 2%P(포인트) 차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연금개혁 합의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와 정치는 시민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정의당과 함께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는 내용의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국민공론화위원회 결과에 대해 "더 많이 내겠으니 다른 나라처럼 국가와 사회가 함께 부담해 최소한의 노후는 국가가 보장해달라는 요구였다"고 평한 뒤 이같이 밝혔다.

연금행동은 공론화위 결론과 달리 소득보장보다 재정안정을 중시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을 지금처럼 탈빈곤이 불가능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기초연금 등 조세기반 급여 부담이 커진다. 결코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연금행동은 "국민연금 악화를 방치하는 연금개혁 결렬은 결국 사적연금, 부동산 기반 각자도생의 사회구조를 통해 이익을 볼 기득권의 이해만 반영한 것"이라며 "국가가 적정 노후소득 보장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가 목도할 것은 각자도생 사회와 높은 노인빈곤율, 노인자살율"이라고 경고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연금개혁 합의 결렬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출된 합리적 결론을 무시한 가운데 그마저도 양당이 차이를 드러내며 좁히지 못하고 21대 국회가 연금개혁을 발로 걷어차려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와 정의당은 깊이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1대 국회 법안 처리율이 역대 최저라고 보도되는 상황에서 이런 법안마저 통과시키지 않으면 어떻게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까 의심스럽다"며 21대 국회 내 연금개혁 완수를 위해 "원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전날 21대 국회 연금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공동 브리핑을 열고 연금개혁 합의가 불발했다고 발표했다. 여야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현행 40%인 소득대체율과 관련 국민의힘은 43%로 올리자는 안을, 더불어민주당은 45%로 올리자는 안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소득대체율 2%P 차이 때문에 입법이 어렵게 됐다"며 "이 논의를 토대로 22대 국회 때 여야 간에 의견접근을 봐서 조속한 연금개혁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합의 불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국민의힘 연금특위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 개혁의 제1목적은 지속가능성, 미래세대 부담 축소"라며 소득대체율 43%를 고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더 내고 더 받자'는 공론화위 결론을 의식한 듯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구조개혁도 필수적이지만, 공론화위에서 구조개혁은 논의가 되지 않았다"며 "모수개혁이 중요했으면 문재인 정부에서 해야 했다. 현 정부에 책임을 넘기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연금특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공론화위 결과를 거론하며 "기준점은 공론조사 결과 나온 소득보장안이 돼야 하지만 여당 의견을 반영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를 제안했다"며 "합리적이고 수용가능한 대안이었지만, 여당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한 이야기가 우연히 불쑥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는 이날도 장외에서 입씨름을 이어갔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연금의 구조개혁 관련 논의가 금번의 국민 공론화 과정에서 세밀하게 논의됐어야 하는데 피상적으로 그친 데 대해 다시 한 번 아쉬움을 표한다"며 "한편으로는 이런 복잡한 논의를 국민들에게 여론조사 식으로 넘기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공론화 방식의 타당성 자체를 부인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21대 국회 연금개혁 무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며 "처음부터 수치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여당은 연금개혁을 무산시키겠다는 방침에 따라 그냥 시간을 끌면서 지연시키려고 했을 뿐이다. 이제 남은 길은 연금개혁을 공언해 온 윤 대통령이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다.

▲정의당 김준우 대표, 강은미 의원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들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 결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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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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