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에서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 민간과는 천지 차이

[서사원 폐지 조례, 안 된다] 돌봄은 권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민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돌봄기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공공돌봄 시장화 기조 아래 예산을 대폭 삭감하더니, 공공돌봄 축소안을 강요하며 어린이집과 데이케어센터 위수탁시설 사업을 종료하고, 이제는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요양보호사, 돌봄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축소하여 기본임금마저 후퇴시키려고 한다. 급기야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서사원 조례 폐지안을 발의하여 돌봄노동자 집단해고를 위협하며 공공서비스를 다시 민간으로 내몰고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 폐지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 사회 공공성이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여성과 이용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아동과 장애인, 고령자를 비롯해 돌봄 이용자의 권리가 크게 후퇴할 것이며, 이미 독박돌봄 노동을 수행해 온 여성에게 더 많은 무급노동이 전가될 것이다. 노동자들은 다시 민간 일자리에서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서울사회서비스원 폐지 조례를 반대하는 각계의 목소리를 연재한다. 편집자

올해 만 72세의 배길동 씨는 작년 7월부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통해 하루 3시간씩 재가 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다. 돌봄서비스 필요는 2020년 암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장기요양등급이 없었기에 연 60시간의 서울시 돌봄SOS 서비스를 이용했다. 길동 씨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이후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일말의 고민 없이 사회서비스원을 선택했다. 돌봄SOS 서비스를 받을 당시 민간기관과 사회서비스원 모두를 경험해 봤기 때문이었다. 민간기관에서는 길동 씨의 요청사항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사회서비스원에서 나온 돌봄노동자는 달랐다고 했다.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려 했고, '누워만 있으면 다리 근육이 없어지니, 조금이라도 걸어야 한다'며 길동 씨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사회서비스원은 민간기관하고 천지 차이가 나요. 운동도 시켜주지, 제가 귀찮아서 안 나간다고 하면 어떻게라도 한 발짝 같이 나가서 호흡을 맞춰줘요. (암 수술을 한 뒤) 걷기도 힘들고 머리가 다 빠졌어요. 그냥 죽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때 사회서비스원에서 나왔는데, (요양보호사) 그분이 와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여름철 땡볕에 중랑천에 저를 데리고 나가서 같이 걷기 운동도 하고 해서 마음도 몸도 많이 좋아졌지요." - 배길동(72세)

▲지난 15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배길동 씨. ⓒ정성철

가족, 민간 중심의 돌봄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는 빈곤과 불평등

한국은 빠른 고령화와 40%대의 높은 노인빈곤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대책은 없는 나라다. 특히나 이번 정부 들어서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의회가 사회서비스원 조례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고도화(시장화)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2023년 정부에서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는 '민간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본인 부담형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여 비용에 따라 서비스를 차등화하고 비급여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슷한 시기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에서 '사회서비스 공공성 향상을 위해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하고 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현 정부와 서울시 모두 사회서비스를 공공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윤 창출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2000년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사회서비스는 필요가 아니라 최소한으로, 공공이 아닌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 결과 발생한 돌봄의 공백은 가족들이 메워야 했고, 이는 빈곤층이 죽음으로 발견되고 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하는 비극으로 드러났다. 2019년 8월 강서구에서 아들이 치매가 있는 노모와 장애가 있는 형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2022년 4월 창신동에서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이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됐다. 더 언급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비극은 셀 수 없이 많았고, 현재 진행형이다. 뿐만 아니다. 가족 중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생기면 그에 대한 비용을 감당하느라 가족 모두가 가난해질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가족의 돌봄을 수행하는 구성원에겐 할 수 있는 노동과 미래에 대한 선택지가 줄어든다.

"저희 부모님이 아프셔서 제가 간호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알바하다가 부모님이 아프니 집에 가야 한다고 하면 싫어하더라고요. 지속할 수가 없죠. 그래서 직업을 못 얻은 거는 부모님이 아프셔서 그런 것도 있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갑자기 부모님이 아프셔서 일 그만두고 가야 되겠다, 그렇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 서울 머리띠(13, 빈곤사회연대, 코로나19시기 노점상의 소득감소와 삶 그리고 – 대안 (2022))

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의 존재가 노점상 진입에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는 점은 사회가 아동, 환자, 노인에 대한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는 측면을 보여준다. 사회서비스를 시장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 권리로서 보장해야 하는 이유는 돌봄이 필요한 당사자의 권리와 더불어, 그 가족과 전체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가족 구성원 중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발생했을 때 가구 소득이 중단되거나 감소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의료나 사회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느라 고금리의 약탈적 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는 이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는 아닐지언정 기초가 되어야 하는 정책 방향이다. 그리고 그 기초를 다지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사회서비스원이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5일 진행된 빈민 장애인 기자회견 참가자가 "의료와 사회서비스 시장화 중단! 사회공공성 강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정성철

상품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로서 돌봄 정책

노인실태조사(2022)에 따르면 돌봄을 받고 있는 노인 중 장기요양서비스, 노인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비율은 각 19.1%, 10.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돌봄이 가족으로부터 제공된다. 노인 인구에 포함되지 않지만 돌봄이 필요한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돌봄 정책의 사각지대는 훨씬 더 거대하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빈곤사회연대는 거리·쪽방·고시원 등 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의 대중운동단체인 홈리스행동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다. 최근 홈리스행동에서 운영하는 홈리스야학에 다니던 학생 K씨(만66세)가 생애 처음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동자동 쪽방에서 한 달을 지내다 동료들 곁에서 사망했다. 그 한 달여의 시간 동안 활동가와 야학 교사들이 매일 그를 방문해 식사를 챙기는 등 한 교사의 말대로 "닥치고 돌봄"을 수행했다. 시신이 부패하기 전, 죽음으로 발견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속이 시끄럽다. 돌봄서비스가 필요함에도 여러 이유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가 요양서비스를 받기에 불가능한 공간인 거리나 쪽방 등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은 필요가 아니라 지불 능력에 따라서, 사회서비스가 상품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이는 고령화와 독거가구가 증가하고 빈곤율이 높은 한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인 빈곤과 고독사, 간병 살인을 방치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돌봄은 생애에 있어 누구에게나 필요하기에 상품이 아니라 권리로서, 시장이 아니라 공공에서 보장해야 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많거든요. 자녀들이 옆에 사는 것도 아니고, 어르신 같은 경우는 자녀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여서 정서 지원을 좀 더 중점적으로 하고 있어요. 또 같이 동네도 돌고 장도 보러 가고 병원에도 같이 가고요. 사회서비스원에서는 병원 이동 시에 택시비 지원도 되고, 방문 간호도 하고 있어요. 민간기관에는 이런 부분이 없죠. 공공기관이니까 임금도 날짜에 딱 맞춰서 들어오고 식비나 교통비 같은 수당이 있어요. 노동자들의 처우를 보장해줌으로써 우리는 또 안정적으로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민간기관과) 다른 점이죠." - 배길동 씨 담당 요양호보사 H씨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사회서비스는 해당 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며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해 왔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지위가 불안정하면 서비스의 질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사회서비스 이용자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기 위해서는 공공성에 기초한 사회서비스의 확대와 더불어,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서비스원은 유지되어야 함은 물론, 확대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장기요양실태조사(2022)에 따르면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 운영 주체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인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요양보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117만 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 소속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 등 노동권 후퇴를 받아들이지 않을시 사회서비스원을 없애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악덕 고용주도 이런 악덕 고용주가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시장의 확대를 통해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는 것이 공익을 위함인가.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지키는 것이 공익이라는 것을, 서울시와 서울시 의원들만 모르나 보다.

"나는 다음에 또 기관을 선택해야 한다면 다시 사회서비스원에 신청하려고 해요. 그런데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 그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 왜 (사회서비스원 조례 폐지) 그걸 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옳지 않다고 생각해. 어떻게 이것(사회서비스원)을 좀 더 확대할지를 고민해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배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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