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삽질' 가덕도신공항, 파행으로 가는 윤 정권의 '거친 질주'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①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가 지금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부산 경남 지역 '민심 달래기'를 위해 내놓았던 이 프로젝트는 동 정권하에서 제정된 특별법이라는 날개를 달고 거의 '지상과제'에 가까운 수준의 절대적인 국책사업으로 위치 설정되었다가,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불발의 공백을 메우는 데 여념이 없던 윤석열 정권은 이에 엄청난 마력의 가속도를 붙여 무섭게 치고 나가고 있다. 그런데 막대한 규모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경제성과 안정성 등 실로 꼼꼼하게 사업의 타당성을 들여다봐야 할 이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가 '질주'라는 용어로밖에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위화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그저 일을 진행하는 속도만을 두고 반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치명적인 모순, 즉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매우 '불편한 진실'이 속속히 드러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첫째,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에 관련된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를 둘러싼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2월 말에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자신 있게 고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고시와 함께 가덕도신공항 건설 및 운영의 국민경제 및 부산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국토교통부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위한 계산 방식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이에 관해서는 별도의 지면을 통해 비판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국토교통부의 심각한 문제는 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그 토대가 되고 근거가 되는 기본계획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그리도 크고 또 지역 균형발전에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실제 효과는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라 전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가덕도신공항의 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그 계획을 수립하게 된 분석적 근거가 되는 본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은 치명적인 모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은 지금까지도 완료되지 않았고, 게다가 모 국회의원실에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전달한 내용에 의하면 그 연구 용역은 현재 '일시 중지' 중에 있다는 점이다. 기본계획의 타당성을 밝히는 연구보고서를 공개하지도 않고 고시만 먼저 강행했다는 절차상의 결함도 문제이거니와, '일시 중지'된 연구, 즉 연구결과도 없이 기본계획을 내놓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불편한 진실'이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고시 이면에는 국토교통부의 심각한 날림 공정과 졸속 행정, 그리고 혀를 찰 정도의 무모함이 자리 잡고 있다. 현 정부의, 파행으로 가는 '거침없는 질주'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라는 대형 토목공사를 둘러싸고 국토교통부와 대형건설사 간의 연합체제, 즉 '국가와 독점자본 간의 카르텔'이 작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대형공사 입찰 방법 등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공식 입장을 접하면, 가덕도신공항은 무려 14조에 달하는 국가예산을 투입하여 대형건설사, 즉 토건 독점자본에 대한 '일감 밀어주기'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설계시공 일괄입찰 계약을 의미하는 이른바 '턴키(Turn-Key)'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말인즉슨, 7~9조 원 규모의 부지조성 공사와 터미널 공사 등을 하나로 묶어 발주함과 동시에, 또 부지조성 공사의 경우 설계와 시공을 하나로 묶어 일괄입찰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7조 원 이상의 대규모 단일공사로 발주되는 만큼, 국내 10대 대형건설사 간의 공동도급(컨소시엄)이 공사를 '싹쓸이' 해버리고 만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에 있다. 결국 자본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건설사가 가덕도신공항 공사를 독점할 가능성이 매우 커서, 이른바 '지역업체 20% 이상 의무 공동도급' 적용과 공항 공사를 통한 지역산업 활성화를 꾀하는 부산시나 부산지역 건설 산업계의 바람과는 달리 부산지역 건설기업들의 공사 참여는 쉽게 허락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청은 작년 4월에 10대 대형건설사 간 공동도급에 관한 규제를 완전 폐지했다. 기술형 입찰에서 대형건설사들의 수주 독식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는 2008년 6월부터 줄곧 10대 건설사 간의 공동도급을 제한해 왔는데, 이 규제가 작년에 말끔하게 풀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위화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 규제완화 조치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대형건설사의 '돈잔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매우 분명하므로, '불편한 진실'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10대 대형건설사들은 지금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 참여를 위해 공동도급 구성에 올인 중이다.

▲가덕도신공항·진해신항 조감도. ⓒ경남도

셋째,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와 관련한, 국토교통부 스스로가 수행한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를 백지화하는 자기모순을 시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4월에 가덕도신공항의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내놓으며 신공항의 비용편익 열위(劣位) 문제와 부등침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해서, 이 보고서는 많은 국민이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회의적으로까지 인식하게 했을 정도였으며, 국토교통부의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보고서는 공사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육상부와 해상부 연약지반을 걸치는 방식으로 공사하게 되는 경우, 해상 건설에 비해 비용편익이 오히려 떨어지고 육지와 연약지반 차이에 의한 부등침하의 우려가 더 크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국토교통부는 이와 같은 검토 결과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공사 기간을 앞당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즉 국토교통부는 그들 스스로 지적하고 언급한 문제들을 노골적으로 은폐하면서, 가덕도신공항을 빨리 착공하고 완공해야 된다는 현 정권의 정치 논리에다 보조를 맞추고 있다. 명백한 자기모순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중앙정부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현상보다 더 심각한 것은 비용편익의 열위와 부등침하 문제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가덕도신공항 공사를 강행한다는 점이다. 엽기적이기 짝이 없다.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이른바 '정권 심판'을 운운했던 그 누구도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의 '미친 질주'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무려 14조 원이나 되는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부산 바다를 막 뒤집어 퍼서 그곳 해양생태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파괴적인 '삽질' 프로젝트가 그 근거가 되는 연구가 종료되지도 않는 채, 그 비용편익과 안전성도 담보하지 못한 채, 대형건설사의 독점이익만을 챙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다. 총선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더 유감스러운 것은, 황당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중앙정부의 졸속에 대해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거대 범야권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표'를 위해 저지른 문재인 정권의 원죄 때문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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