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아버지 가해' 변론은 내가 안 했다"

고법 '당심 판단' 기재에 "제가 안 한 변론"…피해자측 "'의붓아버지' 아냐"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가 '성범죄 가해자 변호 및 홍보'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조수진 변호사가 뒤늦게 자신은 '아동 성범죄 피해자 아버지가 가해자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저는 태권도 관장 성범죄 사건에서 아동 피해자에게 '의붓아버지 가해자' 주장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저에 대한 허위보도가 계속 난 어제도 그저께도 '문제 후보의 대표 예시'로, '성인지가 잘못된 그릇된 사람'으로(보도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 변호사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 2017년 한 태권도장 관장이 학원생인 11살 초등학생을 반복적으로 성폭행해 미성년자 위계 간음(성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조 변호사는 2023년 진행된 이 사건 2심 재판에서 피고인을 변호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당시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아버지 등 다른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음에도 위와 같이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의 아버지가 신고하기 전에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 사실을 시인하면 용서해주겠다고 강압적으로 말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며 "그러나 피해자의 부모 입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수긍하지 못할 바도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같은 판결 내용은 조 변호사가 총선 후보로 나서면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결국 조 변호사는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관련기사 : 조수진, 아동성폭행 사건 변론서 "피고인 아닌 아버지로부터 피해 가능성")

이 판결 내용은 조 변호사의 후보직 낙마에 사실상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지만, 조 변호사는 사퇴 당시에는 이에 대한 입장을 별도로 언론에 밝히지 않았다. 당시 <프레시안>도 조 변호사에게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조 변호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한국방송(KBS)에서 해당 사건 내용을 최초 보도한 지난달 20일 이후 보름 만에야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4일 페이스북 글에서 "태권도 관장 사건은 변호사가 3번 바뀌었다. 2021년 경찰수사 담당 A라는 변호사가 낸 의견서에 '피해자의 의붓아버지' 가해자 부분이 있었다"며 "2023년부터 변론을 맡은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고 제 서면에 '아버지 가해'란 단어를 쓴 적도 없고 법정에서 입 밖에 낸 적도 없으며 경찰수사단계의 변론을 제 변론에 인용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1심에서 유죄 선고가 나자 태권도 관장은 억울하다며 독약을 마시고 자살 기도를 했고 사모가 저를 찾아와 제발 사람 살려달라며 변론을 부탁하기에 객관적 증거를 검토 후 다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서 2심을 증거에 따라 변론했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이 끝나면 허위보도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 같다"며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구하고는 "필요하면 찾아오라. 모든 자료를 다 보여드리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에 <프레시안>은 조 변호사의 반론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5일 그에게 해당 사건 변론 당시 작성한 2심 항소이유서와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 일체를 요청했다. 조 변호사는 '아버지 가해' 변론이 수사·1심 등 자신이 사건을 수임하기 이전 단계에서만 나온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2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한 '당심의 판단'을 별도 기재한 사정을 보면 2심 종결시까지 피고인 측이 앞서 나온 이같은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계속 원용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

당시 사건에서 피해자(고소인) 측 법률지원을 한 신진희 변호사는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조 변호사가 법정에서 '아버지가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한 기억은 없다"며 "다만 판사가 이런 판결문을 썼다는 것은 (법정에서가 아니라) 서면으로 주장을 했으니 그렇게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소이유서와 2심 서면 모든 기록을 봐야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변호사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우려를 이유로 "전체 기록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다만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 사건 판결문을 2023년에 받았을 때 제가 하지 않은 변론이 여러 개 (판결문에) 들어가 있었다"며 "(2심 재판) 변호인이 3명이니까 모든 변론을 종합해서 판결문을 쓴 게 아닌가 그렇게 해석된다"고 했다.

즉 2심 재판 변호인 3인 가운데 자신 및 자신과 같은 로펌 소속 변호사(B변호사) 등 2명의 변호인이 아닌, 다른 1명의 변호사(다른 법무법인 소속 C변호사)가 낸 주장에 대한 법원 판단이 판결문의 문제 대목일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조 변호사는 또 "(판결문) 문장 자체가 (주어가) '피고인 및 변호인'으로 돼있어서, '아버지'는 피고인이 주장한 것이고, '제3자(다른 성인)'는 변호인이 주장한 것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이게 제 입장"이라고도 했다.

한편 조 변호사가 페이스북 글에서 쓴 '의붓아버지'라는 표현과 관련, 신 변호사는 "의붓아버지라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 수사 단계에서 피고인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주장한 것"이라며 "의붓아버지라는 표현이 자칫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조수진 변호사(당시 민주당 강북을 지역구 후보)가 이재명 당 대표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조 변호사는 이 판결 내용이 공개되기에 앞서서도 다수의 성범죄 가해자 측 변론을 맡은 점, 나아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성범죄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는 방법 등을 조언한 사실 등이 알려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 [단독] 박용진 맞상대 조수진, 성범죄 가해자에 '강간통념 활용' 조언?)

특히 10세 아동에 대한 성착취 사건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이력을 홍보하고, 성범죄 피해자들이 수사기관 신고를 체념하게 하는 요인인 '강간통념'을 적극 활용하라고 블로그에 쓴 점이 논란이 됐고, 조 변호사는 해당 블로그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조 변호사가 사무총장을 지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여성위원회는 이 부분과 관련해 조 변호사를 비판하는 입장문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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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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