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4.3추념식 불참에 이재명 "학살의 후예" 맹비난

李 "與, 4.3 폄훼 인사 공천 취소해야"…정의당 "대통령 불참 유감, 통탄할 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참석하지 않고 윤재옥 원내대표가 대신 참석했다. 야권 지도부가 제주에 총집결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4.3 관련단체는 "제주 4.3을 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매우 큰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76주년 제주4.3 추념일을 맞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엄수된 올해 추념식은 유족 등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1분간 울린 사이렌으로 시작됐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추모객들은 우의를 입고 엄숙하게 자리를 지켰고, 유족인 김옥자 할머니의 사연에는 참석자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오영훈 제주도지사, 송두환 국가인원위원장,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등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한 총리는 "4.3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의 뜻을 받들어 4.3사건이 '화해와 상생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이날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2022년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장을 찾았던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역시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에 김기현 당시 대표가 불참한 것에 이어 여당 대표의 2년째 불참인 셈이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김옥자 할머니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재현한 자신의 아버지 영상을 보고 손녀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다만 이날 서면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과 정부는 제주 4.3에 대한 아픔에 공감하고,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해 왔다"며 "평생을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과 제주도민께도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불참에 대해서는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야 마땅하나, 지금 제주에 있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며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군법회의 수형인'으로만 한정된 직권 재심청구 대상을 '일반재판 수형인'까지 포함토록 했던 것 역시 (정부·여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제주도민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반대했던 지난 정부와 달리,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제가 직접 설득해 관철했다"고 강조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전날 비판 성명을 내고 "당리당략을 떠나 제주도민들은 이번 4.3 76주기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참석해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기를 희망해왔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의 불참 소식에 이어 한 위원장의 추념식 불참 소식이 전해졌다"고 했다. 이어 "특히 선거운동 기간 단 한 번도 제주를 찾지 않은 한 위원장이 4.3추념식까지 참석하지 않는 것은 제주도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저버린 것"이라며 "한 위원장은 4.3망언과 폄훼로 비판을 받고있는 태영호, 조수연, 전희경을 공천해 놓고 여전히 사과 한마디 없다"고 지적했다.

야권 지도자들은 이날 제주로 총집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 오영환 새로운미래 총괄선대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공동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추념식에 참석했다. 여권에서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인요한 선대위원장이 자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추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4.3 학살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국민의힘이며, 여전히 4.3을 폄훼하고있다"면서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사과해야 하고, 4.3 폄훼 인사들에 대해서는 공천을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가의 존재 이유 중에 제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어떤 명목으로도 국가폭력은 허용될 수 없다.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을 살해하고 억압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언젠가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국가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사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악의를 가지고 역사를 왜곡하고 사실을 조작하고 현실로 존재하는 유족과 피해자를 고통 속으로 다시 밀어넣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가 폭력 당사자에 대한 시효 없는 처벌에 더해서 역사적 현실, 사실을 왜곡·조작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대표는 전날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을 비롯한 제주4.3 유족들을 만나기도 했다. 김 상임대표는 "전국을 다니면서 23번의 관권선거형 민생 토론회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는 대통령의 행태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통탄할 일이다. 정권의 안이한 역사 인식과,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의지 없음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직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주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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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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