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돌풍의 의미? 검찰개혁 완수 열망이 열쇠

[복지국가SOCIETY] 검찰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2024년 4·10 총선이 열흘도 남지 않은 현재,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3월 3일 창당 이후 약 3주 만에 총선 비례대표 후보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30%에 근접한 지지를 받았다. 조원씨앤아이가 3월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비례대표 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31.6%, 조국혁신당 29.5%,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비례연합정당) 19.3%로 순으로 집계됐다. 중도층에서도 조국혁신당 36.7%, 국민의미래 24.3%, 더불어민주연합 15.6% 순으로 조사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국혁신당의 선거 비용 마련을 위한 '파란불꽃 펀드'에는 판매 개시 54분 만에 목표액(50억 원)을 웃도는 200억 원이 몰렸다고 한다.

조국혁신당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대한민국의 70여 년 헌정 역사상 이처럼 초고속 성장을 보인 역대 정당은 없었다. 조국혁신당 돌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조국혁신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일 때 볼 수 있었던 '강력한 야당'의 향수를 일깨우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정권 심판 구호의 호소력' 측면에서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다.

2019년 8월 26일 당시를 돌아보자.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9월 2~3일)을 결정한 상황에서 검찰은 이례적으로 같은 달 27일 공주대, 부산대, 서울대 등 조 후보자 주변 2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검찰(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가 5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가족 전부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수년 동안 조국 대표는 물론이고 그의 배우자와 자녀 일가족 모두가 검찰 권력에 의해 풍비박산(風飛雹散), 도륙되다시피 당했다. 조국 대표는 2024년 2월 8일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혐의로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조 대표는 "법리 적용에 동의할 수 없어 대법원에 최종 판단을 구하겠다"며 상고한 상태다. 정작 2019년 가을 당시 보수 언론·방송, 보수 정치인과 보수 유튜버들이 '조국펀드는 권력형 범죄다, 조국의 정치자금용 펀드다.'라며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모펀드 관련 범죄 혐의는 2021년 6월 30일 5촌 조카와 정경심 교수(조 대표의 부인)의 공모 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다만,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이 "설령 현행법 위반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즉 형사법상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고 책임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과연 자녀의 인턴십 증명서 등 입시 비리가 사회 통념상 형사 처벌할 가치가 있는가? 그만큼 중대한 범죄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 개혁을 저지하려는 기획 수사이고 수사권 남용, 공소권 남용이며 지나친 과잉처벌이다."라는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았음은 지금 조국혁신당이 내건 "정권 심판! 검찰개혁!" 공약이 어떤 정당의 공약보다 더 큰 지지를 받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국 대표와 일가족의 '고난의 서사(敍事)'를 실시간 뉴스를 통해 생생히 알게 된 국민, 특히 4050세대와 수도권과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선거를 통해 정권 심판을 반드시 실행에 옮길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조국 대표의 당대표 수락 연설문에서의 구호, 예컨대 "윤석열 정권을 깨뜨리는 '쇄빙선'이 되겠다!", "민주진보 세력을 앞에서 이끄는 예인선이 되겠다!", "검찰독재정권을 조기에 종식시키겠다!", "3년은 너무 길다!" 등의 '사이다' 구호와 "22대 국회 개원 시 가장 먼저 검찰 개혁을 반드시, 그리고 철저하게 이뤄내겠다."와 같은 검찰 개혁 공약이 야당 지지자들에게 통쾌함과 카타르시스(Catharsis), 즉 '감정의 정화(淨化)'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월 31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혁신지구 복합상가 앞 광장에서 열린 '부산 시민과 함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중도층의 지지를 들 수 있다. 코로나 위기로 3년간 극심한 피해를 입은 중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아직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미국이 양적 완화 전략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6%, 일본이 15%의 재정을 지출하는 동안, 한국은 기획재정부의 '재정적자론'을 이기지 못하고 불과 GDP의 3%만 지출한 점도 그 고통을 가중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2차 석유·외환·금융·코로나 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경제성장률은 2023년 사상 처음으로 1%대로 추락(1.4%)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등 민생 파탄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한국은 사회적으로 소득 양극화가 극심하고, 세계 1위의 자살률·노인 빈곤율과 세계 최저의 합계출산율(통계청, 2023년 0.72), 아시아 1위의 이혼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의 노동 시간을 가진 나라다.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은 23년 동안 21회나 1위를 기록해 한국은 '세계 최악의 산재 국가'이다. 세계 최하위권인 청소년 행복지수,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자살률, 최악의 남녀 임금 격차, 상하위 계층의 임금 격차, OECD 최고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 등이 오늘날 한국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처럼 가족과 사회의 비극을 자아내는 국가적 난제가 산적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거대 양당의 무능·무책임·후안무치(厚顔無恥)에 유권자들은 신물을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싫고, 이재명 대표도 싫은 유권자들, 이른바 '반윤·비명'의 중도층 유권자들이 제3의 선택지로 조국혁신당을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사건이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쏟아부었다.

그렇다면 정권심판론이 왜 '운동권 청산론'이나 '의회권력 심판론'보다 더 큰 지지를 받는 걸까? 그 열쇠는 바로 '공정과 상식'이다. 그 중심에 검찰 개혁 열망이 있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후보에게 갈채를 보냈던 많은 국민은 지금 다시 공정과 상식을 되묻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여 일약 대통령까지 된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은 왜 집권 후에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않는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과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장모의 양평 부동산 투기 의혹, 해병대 고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한동훈 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이 수두룩하지만, 정부와 검찰은 이를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

내로남불 아닌가? 헌법 제11조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지 않은가? 법 앞에 평등하지 않은 "사회적 특수 계급"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의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1조 제1항).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헌법 제11조 제2항)."

정권 심판론을 견인하고 민심을 떠나게 만든 문제들은 모두 검찰 수사와 관련한 '대통령과 대통령 친인척' 사법 리스크다. 결국은 검찰 개혁의 문제로 귀착된다. 윤석열 정부 이래 지난 2년 가까이 대통령 친인척 일가의 비리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그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였는지 두말하면 잔소리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총선 이후에는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시급한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검찰 개혁에 나서야 한다.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검찰 개혁의 제1과제는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축소

해방 이후 70여 년간 행해진 무수한 '수사권·공소권 오남용'의 역사와 단절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권한을 기능적·조직적으로 분리하여 검찰청을 공소제기 및 유지의 기능만을 행사하는 '기소청'으로 축소·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비대한 검찰 권력은 국가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수사·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공수처법 개정 등 다양한 제도로 검찰 권한의 분산을 이루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완성을 통해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이루어야 한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30여 년 가까이 노력한 산물로써 2020년 검경수사권 조정 입법(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이 드디어 부족하나마 완성됐다.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중요 범죄의 유형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개 범죄에서 4개 범죄를 삭제하고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2개 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검찰청법을 개정했다(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가목). 그런데 현 정부는 삭제된 범죄인 공직자 관련 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를 시행령인 대통령령으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편입해 개정 검찰청법의 입법 목적을 무력화했다.

이는 수사권 축소라는 검찰청법의 입법 목적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청법 하위 시행령을 통해 위임 내용의 구체화를 넘어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시행령은 위임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서 위헌·위법으로 무효이다(대법원 2012.12.20. 선고 2011두30878 전원합의체 판결도 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이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시).

현 정부는 삼권분립원칙을 훼손하고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한 이른바 '시행령 정치'의 산물, 즉 위 상위법들의 내용에 위반되는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검찰의 수사권을 원상회복한 시행령)을 통해 검찰개혁 입법의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 현행 시행령(대통령령)의 '원상 복구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상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을 뿐이다(헌법 제75조). 상위 법률을 위반한 하위 대통령령은 법치주의(法治主義)의 제1원칙 '법률우위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한 대통령령으로 무효이다.

위헌·위법한 대통령령의 대표적인 예는 ①앞에서 언급한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2022.9.10.시행) ②이른바 '수사 준칙'이라 불리는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2020.10.7.제정, 2021.1.1.시행, 형사소송법이 2020.2.4. 공포됨에 따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에 필요한 사항과 수사를 할 때 지켜야 하는 일반적인 수사준칙)이다.

특히 2023년 11월 1일 개정 시행한 이른바 '수사준칙'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송치 전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영향력을 확대하였고, 송치 전 협의 요청 시 상대 기관이 응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추가하였다(7조, 8조). 둘째, 법 취지에 반하여 검찰 직접 수사 개시 범위의 재량을 크게 확대하였다(7조 1항 각호 신설). 셋째, 보완 수사 및 재수사에 대한 검찰 직접 수사의 재량을 확대하였다(제59조 제1항). 넷째, 경찰에 대한 검찰의 일방적 우위를 설정하였다(제60조 제3항과 제63조 제4항, 제64조 제2항 제2호 등).

2.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결기구화 및 외부 인사의 참여 확대

검찰인사위원회의 권한과 구성의 개혁을 위한 검찰청법 제35조 및 검찰인사위원회의 개정이 필요하다. 검찰청법 제35조에 의하면 검사의 임용·전보, 그 밖의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법무부에 검찰인사위원회를 둔다. 검찰인사위원회는 심의기구에 불과하므로 의결기구로 격상하고, 그 구성에서 검사의 인사위원회 참여(3명)를 축소하고 외부 인사의 참여를 확대하며 그 운영 또한 독립적이고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방향으로 검찰청법과 대통령령인 검찰인사위원회규정(2012.1.1.시행)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제왕적 검찰총장'의 인사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하여, 검사 인사권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민주적 통제 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 수사배심원 제도 및 기소배심원 제도의 도입

수사·기소 배심원 제도의 도입과 함께 대검찰청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과 '검찰시민위원회 운영지침'의 개정이 필요하다. 수사권·기소권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검찰 권력의 자율적 절제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수사권·기소권의 오남용이 의심되는 사건 또는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시민배심원이 참여하는 이른바 수사배심원 제도 및 기소배심원 제도를 통해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삼성의 이재용 회장 사건으로 주목받았던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운영지침(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대검찰청예규 제1261호, 2017.12.15.제정, 2022.1.10.2차 개정 및 시행)의 개정이 필요하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등 전반에 걸쳐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심의하는 제도를 말한다.

검찰 측에 의한 소집은 물론 고소인, 피해자, 피고인 등 사건관계인에 의한 소집 신청도 가능하나,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의 소집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로서 사건 관할 '검찰시민위원회'에 위원회 소집을 신청하고, 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의 부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검찰총장은 검찰시민위원회에서 부의 의결된 사안에는 반드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현안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 심의대상(지침 제3조)을 확대하여 일반 사건의 사건관계인도 신청할 수 있도록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운영지침을 개정하는 등 위원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또한 검찰시민위원회 운영지침(대검찰청예규 제965호, 2018.9.20. 일부 개정·시행)의 개정이 필요하다. 2010년에 만들어진 검찰시민위원회는 대검찰청에 설치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는 달리, 지방검찰청 및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위원회다. 공소제기의 적정성 등을 논하는 사건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자가 고소인이나 피해자, 피의자 등의 사건관계인이 아닌 검사로 한정된 규정을 개정하고, 검찰시민위원 위촉제도의 개선, 시민모니터링단(지침 제5장)의 활성화 및 검찰시민위원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로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도록 하여 검찰시민위원회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민주정(Democracy)의 원형인 고대 아테네에서 실시되었던 이러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도입으로 선출되지 않은 검찰 권력의 민주적 통제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시민의 사법 참여를 통하여 검찰권 행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4. 검찰총장 및 지방검찰청 검사장 직선제의 도입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헌법상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검찰총장 직선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과거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 분야 대통령이라 불리는 교육감직도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뀐 것처럼, 이제는 검찰총장도 선출직으로 변경하는 것이 경험적으로 필요하다고 국민은 인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검찰총장에게 쏠린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의 하나로 '지방검찰청 검사장 주민직선제'의 도입 및 관할 지방 수사 지휘권 등 검찰총장 권한의 일부 이전이 필요하다. 그러한 제도의 도입이 현실화한다면 정권이 검찰총장 수사를 지휘해 검찰조직 전체를 장악하려는 시도는 점차 줄어들 것이고, 나아가 지방분권(地方分權) 강화, 지방자치의 실질화(自治司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5. 검찰총장 명칭 변경 및 비검사 출신 검찰총장 임명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산림청 등 행정 각 부 산하의 외청처럼, 제왕적 검찰총장의 권한을 분산한다는 취지에서 상징적으로나마 검찰청법 제12조를 개정하여 검찰총장의 명칭을 '검찰청장 또는 대검찰청 검사장'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검찰청법의 "검찰청은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및 지방검찰청으로 한다."라는 규정(제2조)과 "고등검찰청 검사장,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각 고검, 지검을 지휘 감독한다(제17조, 제21조)."라는 규정과도 법체계상 잘 어울린다. 또한 검찰청법 제12조(검찰총장) 규정, 즉 "대검찰청에 검찰총장을 둔다."라는 규정을 "대검찰청에 대검찰청 검사장을 둔다."로 개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리고 검찰청법 제27조(검찰총장의 임명자격)와 관련하여 검사 출신 검찰총장의 임명을 할 수 없도록 개정하여 '검찰 권력의 문민통제'(文民統制), '검찰 권력의 민주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검찰예산검증공동취재단 주최 열린 검찰 특수활동비 유용실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유용사례 관련 영수증 복사본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박중석 뉴스타파 탐사1팀 에디터,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연합뉴스

6. 검찰 특수활동비 폐지, 관련 지침 개정 및 특별검사 도입

2017년 가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을 때, 검찰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를 시작하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직 국가정보원장 3명을 구속했다. 3명 모두 2021년 7월 8일 대법원에서 남재준 징역 1년 6개월, 이병기 징역 3년, 이병호 징역 3년 6개월이 형을 확정받았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행위는 업무상 횡령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상 국고손실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이하 검찰 특활비에 관한 내용은 하승수 변호사의 '추적 검찰특활비' 시리즈 기사 내용을 인용)

법원은 특수활동비가 '용도를 엄격하게 제한한 예산 항목'이라고 보았다. 즉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건 수사·정보 수집·각종 조사 활동 등을 위해 타 비목으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편성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등 특수활동비의 사용은 해당 기관의 목적 범위 내에서 엄격히 사용되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세금도둑잡아라(대표 하승수 변호사)' 등 시민단체들은 2019년 11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검찰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3년 5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승수 변호사에 의하면, 검찰이 소송과정에서는 수천 쪽 이상의 자료가 존재함에도 '정보 부존재'라는 허위 주장이 담긴 서면을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하고(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 업무추진비와 관련해서는 카드전표에서 '개인식별정보'만 제외하고 공개하라는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음식점 상호와 카드 사용 시간을 가리고 자료를 공개하는 등 확정된 법원판결까지도 무시했다. 또한 소송 후에 자료를 받고 보니, 2017년 8월 이전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불법 폐기하여 있어야 할 자료가 없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4차례의 추석과 설 명절이 있었는데, 명절을 며칠 남기지 않은 시점에 지급된 특수활동비가 무려 2억5000만 원에 달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각각 두 번의 설·추석 명절을 며칠 앞두고 수십 명의 사람에게 검찰 특수활동비를 한꺼번에 지급한 것이라고 한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지침'에 따르면, 검찰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사건 수사에 써야 하는 돈이다. 그리고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검찰총장이나 일선 검찰청장이 현금으로 돈 봉투에 넣어 '떡값'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돈이다.

또한 특수활동비도 현금 사용을 자제하라는 것이 기획재정부 지침의 내용이다. 검찰도 2017년 4월 '돈 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자 2017년 9월 검찰총장 명의의 내부 공문으로 '카드 사용을 많이 하고 현금 사용을 최소화'하라는 방침을 전국의 검찰청에 내려보냈다. 그러나 검찰총장 자신도 이런 지침과 방침을 지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돈 봉투'를 쉽게 돌리려면 특수활동비를 현금화해서 금고에 넣어두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검찰청의 경우,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는 대검 운영지원과 직원이 '집행 내용 확인서 생략'이라는 제도를 악용해 거액의 현금 돈다발을 검찰총장 비서실에 건넸다고 한다. 그리고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이를 금고에 넣어두고 검찰총장 마음대로 써 온 것이다.

'집행 내용 확인서 생략'이라는 것은 집행 내용을 기록해 두는 것조차 어려운 극도의 비밀수사에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데, 대검찰청은 이를 검찰총장 비서실로 현금다발을 옮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검 운영지원과에서 검찰총장 비서실로 옮겨진 현금다발이 2018년에만 51억 원이 넘고, 2019년에도 46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연말에 잔액이 남으면 반납해야 하는 국고금관리법 시행령의 규정도 어기고, 비밀리에 잔액 관리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황당한 것은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 활동에 사용하여야 할 특활비를 공기청정기 렌탈비, 기념사진 비용, 휴대폰 요금, 국정감사 격려금, 회식비, 경조사비, 비수사부서(공판, 집행, 총무 등)에 지급, 명절 떡값, 퇴임(이임)전 특활비 몰아 쓰기 등으로 지출하였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특활비에 대한 공수처 등의 수사가 필요하고 나아가 특별검사의 도입이 필요하다.

7. 검찰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설치 및 과거사의 진지한 반성과 대국민 사과

검찰 개혁을 위한 형사 사법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검찰총장 등 검찰 조직 구성원 전부가 검찰의 인권 침해 과거사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역대 정부에서 검찰 과거사 조사 위원회가 구성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는 2017년 12월 과거 검찰에 의한 인권 침해 또는 권한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및 피해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발족했다.

과거사위는 수많은 논란 끝에 18개월간 활동하면서 1차적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의혹 사건(2013), 약촌오거리 살인 누명 사건(2000),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2012) 등 12개 사건, 2차적으로 장자연 리스트(2009), 용산지역 철거 사건(용산참사, 2009) 등 5건 등 총 17개 사건(2개의 포괄적 사건 포함)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2018년 8월 기자 간담회에서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 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과거사 문제에 사과했다.

그런데 검찰이 정권의 시녀가 되어 무고한 사람과 그 가정을 말살한 범죄행위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승만 정부는 초대 농림부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조봉암 진보당 대표를 1958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사형을 집행하였으나, 2011년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또한 유신정권 시절 최악의 사법 살인으로 평가받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8명이 사형당하였으나 50년 만인 2015년 무죄가 확정되었다. 이외에도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 시대 무고한 이를 빨갱이로 내몰아 간첩 조작 후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 등 죄목으로 살해한 사법살인이 부지기수다.

사법 살인 당한 피해자 유족들이 수년 동안 법원의 재심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는 절차를 힘들게 거지치 않도록, 검찰이 먼저 검찰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다시 조직해 인권 침해 사례를 끝까지 발굴하고 유족과 국민 앞에 진지한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다. 검찰의 수십 년 동안의 인권 침해적인 수사 관행과 조직 문화를 일대 혁신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검찰 개혁은 세계 최강의 권력을 가진 대한민국 검찰이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받는 것을 말한다. 모든 권력은 검찰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이다. '정치검찰, 검찰정치',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의 굴레를 벗겨야 한다. 수십 년 동안 민주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추진한 사법 개혁을 다음 국회는 완성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주권재민(主權在民), 진정한 민주주의, 평화의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7년 8월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 공개범위 확대 등 검찰 개혁 방안을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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