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검찰은 아무도 손댈 수 없는 공포의 대상

[기고] 검찰공화국을 다시 민주공화국으로 바꾸는 길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이 있다. 수고하는 사람 따로 있고 이익 보는 사람 따로 있을 때 하는 말이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무려 37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한민국 민주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불행하게도 일반서민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권력의 시녀', '권력의 개'라고 조롱받던 검찰이었다.

지난 30여 년간 대통령선거나 총선 때 마다 보수나 진보정권과 무관하게 '검찰개혁'은 주요한 선거공약으로 제기되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주요과제로 제기되었던 공수처도 가까스로 설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해 3월 야당인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가? 검찰직 이외에는 평생 그 어떤 직책도 맡아 본 적이 없고 경험이 없는 1980년대 사시 9수생의 검사가 바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어서 다른 사회경험이 전혀 없는 검사들이 정치, 언론, 인권, 외교, 보훈 등 주요 대한민국 정부의 공직을 전부 '싹쓸이'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래서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검찰은 한동훈(1973-)씨가 그토록 경멸하는 과거 '운동권'과 민주화시민들이 피로 뿌린 희생 위에서 이룩한 민주화 덕분에 권력과 기득권을 마음껏 누리며 정말 좋은 태평세월을 누리고 있다.

고 노무현(1946-2009) 대통령은 재임시절인 지난 2004년 과거청산작업의 일환으로 국정원, 국방부, 경찰, 검찰 등 4대 권력기관에 대해 자체적인 과거사위원회를 설치해 잘못된 과거사 진상을 조사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진실화해위원회 같은 외부기관의 조사에 앞서 각 권력기관의 자체적인 '반성문'을 작성하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국정원, 국방부, 경찰은 각각 과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기관이 저지른 과거 국가폭력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대국민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유독 검찰은 대통령의 이런 특별지시를 무시했다. 취임 초 '검사와의 대화'에서 박경춘(1966- ) 검사는 고졸인 대통령에게 대학 학번을 물었다.

"과거에 언론에서 대통령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저도 그 보도를 보고 내가 83학번인데 동기생이 대통령이 되셨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46년 생으로 박경춘 검사보다 20년 연상이었고 박 검사가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졸' 출신이라 대부분 서울법대 '엘리트'라고 자부하던 검사들에게 '고졸' 출신 대통령의 '말빨'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검찰과 매우 불편한 관계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그래서인지 검찰의 불복을 받아들여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설치를 강제하지 않았다.

과거 군사정권하에서 검사가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를 구둣발로 짓밟고 슬리퍼나 구두를 벗어 피의자의 '싸대기'를 날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였던 당시 서울대 사학과 4학년 서중석(1948- )은 '인혁당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검사 문호철(1937-1978)로부터 슬리퍼로 뺨을 맞고 "다시 중정으로 보내야 되겠다"면서 쌍욕을 먹고 차에 태워졌다. 하지만 그래도 서울대 학생 서중석은 고대법대와 서울법대 대학원 출신 문호철 검사로부터 '양반'대접을 받은 것이다.

'고졸' 노동자 심진구(1960-2014)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1986년 12월 어느 날 정형근(1945- , 서울법대 검사출신으로 안기부 대공수사단장을 거쳐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역임)이 안기부(현 국정원) 근무 당시 심진구가 '간첩이라고 불 때까지 더 족쳐'라고 수사관에게 지시하고 고문실을 나갔다. 그렇게 정형근이 왔다 간 후 심진구에 대한 고문은 더욱 심해졌다. 성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내려치고 몽둥이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당시 검찰과 안기부의 굳은 머리로는 어떻게 일개 고졸 노동자가 날고뛰는 운동권 대학생들을 놀라게 할 정도의 대표적 문건을 쓸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안기부에서 가혹한 고문을 받고 1987년 6월 5일 공판에 출석한 심진구는 법정에서 이렇게 증언하기도 했다.

"저는 대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생들보다 더 심한 고문을 안기부에서 자유의사를 박탈당할 정도로 받았다. 안기부에 1986년 12월 10일 구속되어 1987년 1월 30일까지 매일 매를 맞다시피 했다. 안기부에서 거의 한 달 동안 심한 고문을 받고 많은 허위진술을 한 채 검찰로 송치되었다. 검찰 조사 시 안기부 직원이 구치소로 몇 차례 찾아와 사실대로 진술하라고 해서 안기부에서의 공포심으로 검찰에서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고...

안기부 수사관이 검찰에 가기 전에 안기부에서 말한 대로 하라고 했는데, 구치소로 가기 전에 검찰에 들러 검사 조사를 받는데 안기부의 수사관들과 함께 있어서 겁을 먹어 안기부에서 시키는 대로 허위진술 한 진술서였지만 어쩔 수 없이 지장을 찍었다. 내 사건을 담당한 신아무개 검사에게 안기부에서의 고문 사실에 대해 말하자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며 묵살 당했고, 검찰 주사보도 '빨갱이 좌경분자는 더 맞아야 해'라며 거들었다." (관련기사 바로 보기)

서중석이나 심진구처럼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대부분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고문에 의해 허위자백 한 사실을 검사 앞에서도 대부분 인정했다. 부인하면 고문을 당했던 안기부 등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한마디나, 고문수사관이 검사실에 얼굴만 비춰도 대부분 피해자들은 공포에 떨어 양처럼 얌전해졌다. 매에는 아무도 장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사기관의 고문으로 허위 조작사실을 인정한 많은 피의자들이 처음에 검사들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의자들은 "간첩을 잡아 공을 세워보겠다는 경찰의 눈먼 공명심에서 벗어나 검사 앞에만 가면 다른 것 몰라도 간첩이라는 엄청난 누명만큼은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공을 세워보겠다고 날뛰는 무식한 자들보다는 그래도 '엘리트' 검사는 나의 억울함을 알아 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또 많은 이들이 수사기관에서 더 버티다가는 고문으로 몸이 망가지고 심지어 생명을 잃을 것이라는 공포 때문에, 허위조작 내용을 인정하고 검찰에 가서 부인하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경찰에서 넘어가 만난 검사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아예 한술 더 뜨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런 검찰은 오랫동안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기회주의적으로 움직여 '정치검찰' '권력의 하수인', '권력의 개'란 오명을 들어야 했다.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특히 국가보안법 사건을 비롯한 정치, 학원, 노동 등의 사건을 담당하는 공안검찰은 '정치검찰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그래서 "공안검사직은 가장 각광받던 자리였으며, 검찰 내 고위간부로 승진하는 지름길"로 여겨졌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고 있는 대한민국의 검찰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검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5.16쿠데타 이후 검찰은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철저히 협조하며 수많은 시국·공안사건을 조작해냄으로써 검찰권을 강화하고 사법부의 우위에 섰다. 그리고 지난 2022년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검찰은 이제 아예 '권력의 개'가 아닌 '주인'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2년도 안되어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 아닌 '검찰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은 이제 아무도 손댈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는 감히 국민을 타고 올라선 검찰을 해체하고 기소청을 설립해야 한다. 그래서 기소청장도 선거로 뽑아야한다. 어떤 세력에도 눈치 안 보고 법을 집행하는 인물로 국민이 뽑아야 한다. 선출된 기소총장이 편파적이고 편협적이면 국민이 다음 선거 때 갈아 치울 수 있는 선출직으로 하도록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검찰공화국인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 길이 있다. 오는 4월 10일 내가 던지는 소중한 한 표가 대한민국을 검찰공화국에서 다시 민주공화국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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