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이 오는 4월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에서 기호 3번을 받기 위한 '의원 꿔주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비례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자동으로 상실하지만 제명될 경우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다른 정당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허점을 악용한 '꼼수'다.
원내 3당인 녹색정의당은 이를 '기호 도둑질'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거대 양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의원총회를 열고 강민정·권인숙·김경만·김의겸·양이원영·이동주 의원의 제명안을 의결했다. 이들 의원들은 모두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비례대표 의원들로,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도 지난 15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김예지 의원을 비롯해 김근태·김은희·노용호·우신구·이종성·정경희·지성호 등 비례대표 의원 8명을 제명했다.
현행 선거법상 비례대표 선거 투표 용지에 기록되는 정당 기호 순번은 현역 의석 수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원내 1·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1·2번 없이 3번부터 기호가 시작한다. 이에 양당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이 3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의원을 파견하려는 속셈이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무색케하는 행태임에도 4년 전 총선에서도 자행됐던 꼼수다.
위성정당 출현을 반대해왔던 녹색정의당은 의원 꿔주기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위성정당의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의원 불법대출에 동참했다"고 비판했다.
김 상임대표는 "위성정당과 공천관리위원까지 겸직하며 대놓고 국민을 우롱하는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면서 똑같은 반칙을 스스럼없이 벌이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도 무척 유감스럽다"며 "녹색정의당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원칙을 지키겠다. 진보의 가치를 지키고 정의롭게 정권심판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효은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돈이야 꿔주는 것이지만, 미풍양속도 아니고 국회의원이 꿔주는 대상인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고도 더불어민주연합으로로 이적한 민주당 출신 비례 의원들을 겨냥해 "더불어민주당 총선 경선에 패배하고도 최후까지 '선당후사'를 위해 한 몸 불사르는 '위성' 의원들이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위성정당에 '위성'을 붙인 이유가 자신의 힘으로는 서지 못한 채 큰 정당 주위만 맴도는 것을 빗댄 것"이라며 "사람마저 위성이 되어야겠느냐"고 질타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