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계모·친부에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데"…판사의 분노

검찰, 징역 4∼6년 구형

초등학생 형제를 쇠자 등으로 상습 폭행한 계모와 이를 방관하거나 함께 학대한 친부의 재판에서 판사가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자기 자식한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너무 화가 나서 기록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14일 40대 계모 A씨와 40대 친부 B씨의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프레시안(전승표)

김 판사는 "아이들이 지금 '누구를 처벌해 달라'는 등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데 이게 피고인들을 용서해서가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게 다 풀리지 않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피고인들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하지 않는다면 아동들의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A씨에게 징역 6년, B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 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A씨는 2021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경기도의 주거지에서 초등학생 형제 C군과 D군을 23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이들이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오자 어린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밥 먹을 자격도 없다"면서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하게 하고, 주먹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때려 멍이 크게 들면 학교를 보내지 않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2022년 12월24일에는 "더 이상 키우기 힘들다"면서 C군 등을 집에서 쫓아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 B씨는 A씨의 범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함께 때리는 등 9차례에 걸쳐 아동들을 상습으로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로 같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범행과 관련, "B씨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자기 자식을 따뜻하게 보듬지 않는데 누가 하겠느냐"며 "이 재판이 있을 때까지도 피고인은 자녀를 본인이 양육할 생각은 없고 노모에게 애를 맡기겠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B피고인을 선처한다면 애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노모와 아이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진다"면서 "(선고 전까지) 양육비를 지급한 내역과 앞으로의 계획을 작성해서 내라"고 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 모두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다만, 아무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 피해 아동의 비행 문제 등으로 폭력을 행사하다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것이며 장기간 지속 학대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 피해자들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최후 변론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겠지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피고인들이 그렇게 행동할 만큼 아이들이 잘못했느냐. 그렇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가 말썽 피우면 야단치고 싶을 수는 있지만 이건 야단이나 훈계 정도가 아니라 애정이 하나도 없었다"며 "피고인들이 밖에서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집에서 무방비한 미성년 자녀를 학대하는 이중적 가면을 쓴 거다. 이 부분에 대해 참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고일은 내달 18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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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구

경기인천취재본부 김재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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