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의대 정원 문제, 정부가 신중하지 못한 판단"

"손해보는 건 국민…힘 가진 정부가 의사단체와 타협해야"

일명 '이준석 신당'으로 불리는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급작스러운 판단을 해서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린다고 하니까 지금과 같은 소동이 나지 않았나"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냈다.

김 전 위원장은 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번 의과대학 정원 문제는 좀 신중하지 못한 판단들을 하지 않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연 현재 우리나라의 의과대학 인프라가 갑작스럽게 2000명이라는 증원을 수용할 수 있는지, 그렇게 해서 과연 효율적 의학 교육이 될 수 있겠는지 이런 걸 냉정하게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며 "복지부가 과거부터 의사 수요를 생각해서 점진적으로 조금씩 잘 적응을 해왔으면 오늘날과 같은 이런 상황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 측에서는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까지 증원을 희망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최소 수요 2738명은 현재의 교육시설·교수진으로도 바로 증원 가능한 규모이며, 최대수요 3953명은 정원 확대를 전제로 추가 자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늘릴 수 있다고 대학측이 제시한 희망 규모다. 의대 정원은 1998년 증원 이후 27년간 의사 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단 1명도 늘지 않았다. '점진적으로 조금씩 늘려왔으면 될 것'이라는 지적이 공허한 이유다.

김 전 위원장은 다만 "정치라는 것이 우리가 타협을 전제로 행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의사단체와 강대강 대결을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해서 이 문제를 빨리 풀어야지 국민들이 혼란에서 벗어날 수가 있지. 이러한 강대강이 계속 지속된다면 결국 손해보는 사람은 일반 국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맹목적으로 '나는 2000명을 정했으니까 여기서 물러설 수가 없다'고 하면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다"며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정부니까, 정부가 풀지 않고서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강경 태도가 총선을 의식한 선거용이라고 보느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선거 바로 직전에 이런 문제가 생겨나니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런 측면에서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해서 강력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하는지 모르지만, 거기에 집착하다 보면 나중에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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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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