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파동 '분수령' 떠오른 박용진…"정봉주 딱 되는 순간, 국민들 '공천 문제 많네' 인식"

여야가 오는 4월 총선 공천 마무리 단계 일정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박용진 당락'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의정평가 하위 10% 평가를 받은 박용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게 될 경우 민주당 공천 파동이 새 분수령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의원은 하위 10% 평가를 받은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박 의원의 공이었다. 삼성 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를 따져 오면서 재벌 대기업을 견제해 온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민주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진보'의 축을 상징해 왔던 박 의원이 '하위 10%'로 평가되고, 그 기준이 '정성 평가'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불공정 공천' 논란이 본격화된 게 사실이다. 박 의원이 과거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였다는 사실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대선 경쟁자였던)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공언을 한 바 있다.

더욱이 문제는 박 의원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인사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지도부에게 '막말'을 쏟아냈던 경력의 정봉주 전 의원이라는 점이다. 지난 2020년 총선 과정에서 공천이 불투명해지자 당을 탈당해 '열린민주당'을 만들고 민주당을 비난했던 인물이다.

지난 2020년 4월 13일자 <머니투데이>는 "정봉주, 유튜브서 욕설…'민주당이 날 개쓰레기 취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시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던 정 전 의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BJ TV> 방송 중 자신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자 "그렇게 할 일이 없냐"며 "네거티브 할 시간에 집에 가서 자라, 이 개XX들아"라고 욕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은 "내가 이 바닥에서, 정치권에서 전투력은 탑, 1진"이라고 말했고,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나를 모략하고 음해하고 시정잡배, 개쓰레기로 취급했다"며 "(민주당 측에서) 앞으로 나를 볼 수 있을 것 같냐, 난 당신들을 안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당신들이 이번 선거기간에 한 것을 보면 짐승만도 못한 짓을 했다"며 "나는 정봉주다, 내가 영원히 '을'로 있을 줄 아냐, 갑과 을이 언제 바뀌는지 한 번 보자"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이후 해당 영상을 지우고 사과를 했다.

그런 정 전 의원은 최근 '수박 척결'을 적극 내새우며 '친명'으로 탈바꿈했다. 정 전 의원과 같은 '나꼼수' 출신으로 지난 2012년에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 '막말 논란'이 불거져 민주당 진영에 타격을 입혔던 전례를 상기하는 민주당 인사들도 많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하위 10%를 받았지만, 하위 20%를 받고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의원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에서 탈당하겠다고 하는 분이 생기니까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달려드는 한동훈 위원장도 그렇고, ‘때는 이때다’ 하고 바로 손잡아버리는 모습을 보이는 이상민 의원이나 김영주 의원이나 눈살 찌푸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하위 10% 평가로 경선 과정에서 득표의 30%를 감산당하는 널티를 안고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당 잔류 결정으로 '공천 파동' 확산이 주춤했지만, 박용진 의원이 탈락하면 '불공정 경선'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4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민주당 공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박용진 의원 관련된 것이 될 것"이라며 "시스템 공천으로 경선을 하고 있지만 박용진 의원이 경선에서 지고 도전자인 정봉주 전 의원이 그 지역의 강북을 후보자로 딱 되는 순간 '민주당 공천 정말 문제가 많네' 이렇게 국민들은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장 소장은 보수 성향의 정치평론가다. 박용진 의원 경선 탈락이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셈이다.

장 소장은 "어느 당이나 공천할 때는 다 분란이 있고 반발이 있다. 그런데 제대로 위기 관리를 하지 못하고 수습하지 못하고, 공천을 못 받는 사람에게 '0점' 하는 것들, 이런 상징들이 안 좋다는 얘기다. 당대표라면 크게 수습하고 다독이고 함께 정권 심판을 위해서 노력합시다라고 해야 되는데 그 사람들(공천 탈락자)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고 완전히 모욕감을 준 상황들이잖나. 그러니까 (민주당) 지지층이 분열되는 것이고, 그러니까 민주당이 선거가 어렵다라고 계속 여론조사에서 경고 사인을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소장은 또 이재명 대표 배우자 수행실 부실장 출신 권향엽 예비후보를 공천한 데 대해 "그런 사람 계속 공천하시라. (공천해서) 민주당이 그게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 보시라"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권향엽 씨 같은 경우에 자꾸 뭐 대선후보 부인 수행실의 부실장 그 역할만 부각시키냐고 그러는데, 역으로 한번 생각 해 보시라. (만약) 누군가가 저렇게 국민의힘에서 전략공천 받았다. 그 사람이 정말 보수우파에서 좋은, 아주 훌륭한 경력이 많이 있다. 그런데 지난번 대선 때 김건희 여사 수행실 부실장을 했다. 그 사람이 (국민의힘에서) 단독공천을 받았다. 그럼 비판 안 하시겠느냐"라며 "이런 빌미를 잡힌 것들이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2일 공천심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 평가 결과 하위 10%에 든 박용진 의원의 재심 신청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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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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