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갈등 최고조…이재명 면전에서 "본인 가죽은 안 벗기나" 항의

의원들 문제제기에 답 않고 떠난 李…박영순·설훈, 공천갈등 끝 탈당 '3·4호 사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공천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는 등 민주당 공천 갈등이 최고조를 달리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라고 한 데 대해 "본인 가죽은 안 벗기나"라고 거세게 항의했고, 현역의원을 배제했던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모종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필모 전 선관위원장의 내부 폭로와 탈당 선언까지 나왔다. 이 대표는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답을 하지 않고 의원총회가 끝나기 전 자리를 피했다.

민주당은 2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의총 주요 안건은 선거구 획정안 관련 여당과의 협상 과정 보고 등이었으나 공천 문제로 25여명의 의원 발언이 이어지는 등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친문계 좌장 격인 홍영표 의원은 당내 공천 갈등과 관련해 '혁신이라는 것이 언어의 의미가 가지는 것처럼 정말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의미한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남의 가죽은 벗기면서 자기 가죽은 안 벗기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홍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명문정당'을 하자고 하더니 임종석도 그렇게(공천 배제) 됐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사퇴하고, 이런 것들이 힘을 하나로 모으는데 도움이 되겠느냐. 오늘만 보면 명문정당 아니라 멸문정당 아니냐"며 "계속 당내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게 되면 총선에 좋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당 선거관리위원장에서 중도 사퇴한 정필모 의원은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리서치디앤에이'가 업체 선정 종료 후 추가로 포함돼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담당 분과에 연락해 특정 업체를 끼워넣었다"며 "나도 허위 보고를 받고 속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21일 1차 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2013년 성남시 시민 만족도 조사 용역을 맡았던 이 업체와 같은 대표자를 둔 업체가 최근 홍영표·이인영 의원 등 지역구에서 '현역 제외' 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필모 의원 관련 내용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속았다'는 얘기는 아니고, 일부 절차적으로 자신도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저희들이 사실관계를 좀더 명확하게 관계자들 진술이나 내용을 밝혀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여론조사 논란에 대해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여론조사를 돌린 것은 맞다"며 "일부 지역의 현역 의원을 배제하고 여론조사를 돌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 "조정식 사무총장이 (여론조사 논란과 관련해) 짧게 설명하고 이석해 의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이 없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며 "오늘 나온 내용을 정리해 사무총장과 협의하고 설명이 부족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의총이 끝나기 전 자리를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우리 의원님들께서 여러 가지 의견을 주셨는데 당무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의총 분위기가 한껏 격화된 것은 앞서 같은날 오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컷오프(공천 배제) 발표와 그 직후 나온 고민정 최고의원의 사퇴로 친문-친명 그룹 간 갈등이 본격화된 것 때문이다. 친문계 중진 홍영표·전해철 의원은 의총 직후 홍익표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전반적인 공천 과정에 대해 재차 문제 제기하기도 했다.

공천 갈등으로 인한 탈당도 줄을 잇고 있다. '하위 10%'를 받았다고 밝힌 박영순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했다"며 민주당을 탈당,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 신당에 합류한다고 기자회견을 열어 밝혔다. 28일 탈당을 예고한 설훈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사실상 고별사를 남겼다.

앞서 김영주 국회부의장도 '하위 20%' 통보에 반발, 지난 19일 탈당했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 의원도 22일 탈당했다. 공천 파동으로 인한 탈당은 박 의원이 3번째, 설 의원이 실제 탈당 선언을 하게 되면 4번째가 되는 셈이다. 야권 단일화 지역구로 선정된 울산 북구의 이상헌 의원도 이날 진보당에 경선을 요구하며 불발 시 탈당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외에서도 조정식 사무총장 지역구에 도전했지만 후보자 검증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탈당과 함께 국민의힘 입당을 공식화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설훈 의원을 포함해 탈당을 선언한 박영순 의원과도 계속 대화를 통해 설득해보겠다고 전했다. 임종석 전 실장 공천배제를 두고는 "일부 의원이 유감스럽다는 발언이 있었지만 공관위가 결정한 사안이라서 의총에서 번복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고민정 의원 최고위원직 사퇴를 두고도 "최고위원직은 당원들이 뽑은 자리이니 가볍게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닌 만큼 다시 한 번 고 의원의 복귀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정필모 의원 사퇴 뒤 박범계 의원이 새로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선관위는 이날 서울 양천갑 지역구 경선 후보인 친명계 원외 정치인 이나영 예비후보의 경선후보 자격 박탈을 결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천갑은 친문계 현역 황희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전 중구 황운하 의원은 전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명계는 공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거취 결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가칭 '민주연대'라는 모임도 만드는 등 내홍은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의 2선 후퇴나 총선 불출마, 최소한 조 사무총장 등 책임 있는 당직자들의 불출마 등 선(先)희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이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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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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