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명횡사' 논란에, 이재명-홍익표 '투톱' 이견까지

洪, 심야 최고위서 김우영 경선자격에 문제제기…여론조사 여진도 계속

4.10 총선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홍이 극에 달하고 있다. 불공정 논란이 잇따른 여론조사 업체를 지도부가 경선 조사에서 배제키로 했지만 이미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은 잇달아 재심을 신청하고 있다. 여기에 강원도당위원장직을 뒤로 하고 '비(非)이재명'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선거에 뛰어든 김우영 위원장의 경선 참여가 확정되면서 '비명 학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5일 늦은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4시간여 동안 격론을 벌였다. 가장 큰 쟁점은 김 강원도당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경선 참여 허용 문제였다.

당초 이날 회의는 단수 공천된 후보자 인준 등 공천 실무와 관련한 안건을 의결하는 자리였으나, 김 위원장의 경선 자격 문제가 당내에서 논란이 되자 이를 가장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평을 현역인 강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고, 서울 지역 출마 의사를 밝힌 후 당 지도부로부터 주의까지 받은 김 위원장이 경선에 올라온 것은 부당하다며 공천관리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는 그러나 이날 오후 강 의원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최고위에서 재심 기각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난 후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원내대표가 반대 의견을 냈나'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며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홍 원내대표와 비슷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관위가 강 의원과 김 위원장의 경선을 결정한 데 이어 재심위에서 같은 결정을 했다면 최고위가 이를 뒤집을 권한이 당헌·당규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고위는 김 위원장의 경선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홍 원내대표도 이를 수용했다고 권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최근 최고위 내에서는 공천 파열음을 둘러싸고 지도부 간 이견이 분출되는 형국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이 대표에게 여론조사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논란을 소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여론조사 업체는 최근 비명계 현역 의원을 제외한 여론조사를 진행해 논란을 빚은 리서치디앤에이로, 지난 2013년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남시 용역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경쟁 입찰에서 탈락했으나 다음 날 추가 선정됐고, 이 과정에서 수석사무부총장인 김병기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선정 프레젠테이션(PT)에서 우선순위에 오른 업체를 적절한 사유 없이 배제할 경우 오히려 불공정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결국 당은 25일 공지를 통해 "민주당 경선 조사업체로 선정된 리서치디앤에이는 이번 경선 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가 공천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투톱 갈등설'이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같은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언론에서 선정적인 제목으로, 우리 당의 공천에 마치 큰 갈등과 내분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와 저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모든 현안에 대해 원활하게 소통하며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에서 주요 사안에 대해 여러 의견이 제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우리 당 또한 제기된 문제에 대해 당 지도부가 열린 태도와 상대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원칙과 기준에 따라 해결 방안을 마련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와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공정 여론조사 후폭풍 계속…27일 의원총회 분수령 될 듯

당 지도부가 리서치디앤에이를 경선 조사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지만, 이미 논란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에서 뒤늦게 내린 결정이라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지난 21일 1차 경선 탈락자 가운데서 '경선 불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전북 익산갑 경선에서 탈락한 김수흥 의원은 당초 재심 요구 계획이 없었으나, 25일 당 선관위가 리서치디앤에이 배제 사실을 알리자 '익산갑 경선 조사를 리서치디앤에이가 시행해 불공정 조사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재심을 신청했다. 당 재심위는 김 의원에 앞서 재심을 요구한 현역 의원들에 대해서 이날 곧바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26일 <중앙일보>는 한 선관위원이 리서치디앤에이 추가 선정과 관련해 "선관위 바깥에서 지시를 받았지만, 누군지는 말을 못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건강상 이유'로 돌연 선거관리위원장직을 사임한 정필모 의원이 리서치디앤에이 선정 과정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복수의 민주당 당직자를 인용, 정 위원장이 사퇴 전날(20일) "리서치디앤에이 추가선정 과정을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는데 그 조사 결과 추가선정 논의는 선관위 내 투표분과 위원들이 참여한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업체 선정을 주도한 선관위원 A씨가 이같이 말했다는 내용이 파악됐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이 조사 결과를 본 후 사임 의사를 밝혔고 주변에 "이건 내 명예와 자존심의 문제"라고 헀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거듭되는 여론조사 업체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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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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