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의대 증원 협상 없다…집단행동 정당화 어려워"

"지금 증원해도 10년 뒤 증가…언제까지 미루라는 건가"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의대 증원은)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17개 시도지사와 함께 가진 중앙지방협력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벌이고 의료 현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면서 "지금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10년 뒤에야 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언제까지 어떻게 미루라는 것이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부족한 의사 수를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면서 "과학적 근거 없이 직역의 이해관계만을 앞세워 증원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며 2000명 증원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사직서 제출 등으로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 복귀 시한(29일)을 최후통첩한 가운데, 의료계 반발이 이어질 경우 강경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아플 때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국가가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의료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인 약자 복지와도 직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각종 통계 수치를 구체적으로 들며 의대 정원 증원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현 상황을 기준으로 봐도 의료 취약지역에 전국 평균 수준의 의사를 확보해 공정한 의료서비스 접근을 보장하는 데 약 5000여 명의 의사가 더 증원돼야 한다”면서 “2035년까지만 보더라도 급속하게 진행될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1만여 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 연구의 공통적 결론"이라고 했다.

또한 "최근 통계를 보면 의사의 근로시간은 평균 12%, 전공의 근로시간은 평균 16% 감소했다"면서 "의사 고령화도 심각해서 2022년 6.8%인 70대 이상 의사 비중이 35년에는 19.8%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의사 수와 비교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은 3.7명인데 우리는 2.1명"이라며 "의사 수로 환산하면 8만 명 이상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 상황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연 2000명씩 증원할 때 OECD 평균에 도달하는 시점은 27년 후인 2051년"이라며 "우리나라 고령 인구 증가속도는 OECD 평균에 비해 1.7배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의료 현장에서 큰 불편을 겪으시면서도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협조해 주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을 지키며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 여러분께 국민을 대표해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가 많은 서울 대형병원은 중증과 응급환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다른 종합병원 등은 현재 운영에 큰 지장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께서는 인근의 병의원을 이용해 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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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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