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그린벨트 장애 전면 개편…보전 등급 높아도 바꾸겠다"

농지이용규제도 대폭 완화…"자투리 농지 이용 규제도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기준을 전면 개편하고 농지 규제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산업단지 등의 조성을 위해 그린벨트와 농지 규제 문턱을 크게 낮추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그린벨트 해제 요구가 높은 울산을 방문해 가진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을 통해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의 장애였던 획일적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울산을 비롯한 지방의 경우 보전 등급이 높은 그린벨트라고 해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필요가 있고 시민의 필요가 있으면 바꾸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울산 시내와 울주군 사이에 지정된 그린벨트를 사례로 들며 "고도가 높거나 경사가 급하기만 해도 무조건 개발할 수 없게 막았던 획일적 규제를 없애겠다"면서 "철도역이나 기존 시가지 주변 인프라가 우수한 땅은 보전 등급이 아무리 높아도 더 쉽게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내리겠다"고 했다.

보전 가치가 높아 원칙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개발사업도 불가능했던 환경평가 1·2등급지에 대해서도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1·2등급지의 경우 환경가치 보전을 위해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면적만큼 대체부지를 새 그린벨트로 지정하도록 했다.

1971년 도입된 그린벨트 제도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한 구역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면서도 "우리나라 산업과 도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5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첨단산업단지를 세우려 해도 그린벨트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넘겼다. 이에 따라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 규모가 '30만 제곱미터(㎡ )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크게 확대된 바 있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겨냥해 윤 대통령이 대폭적인 그린벨트 해제 구상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부산권과 울산권은 현재 그린벨트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도시 환경 보전을 위해 제도화된 그린벨트의 해제 기준이 대폭 낮아지면서 시민단체들은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지이용 규제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새로운 산업을 전개할 수 있는 입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개발제한구역과 농지이용 규제 혁신을 통해 노동과 자본, 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경제적 가치 창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농지라는 개념을 바로 땅에서 붙어서 경작하는 기존 방식만을 적용하고 있어서 수직농장을 하려면 일일이 전용허가를 받거나 또는 일시 타용도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게 돼 있다"면서 "이것도 농업이다. 고부가가치 농업이다.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아울러 "산단, 택지, 도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농지 역시 이용규제를 풀어야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눈앞에 있어도 쓸 수 없었던 땅에 학교와 병원, 도서관을 지으면 주민의 삶의 질과 후생이 높아지게 돼 있다"며 "지역 주민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핵심 국정과제인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토지이용규제 개혁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농업진흥지역의 3헥타르(1㏊=1만㎡)이하 소규모 자투리 농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해 전국적으로 농사를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도록 묶여 있는 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농가 인구 급감과 지방소멸 가속화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농지로 묶인 땅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풀어 기업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효과가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세 번째,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생토론에는 토지 규제 개선과 관련한 정부 부처의 합동 보고와 참여자들의 토론이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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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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