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돕지 않겠다는 트럼프에 동맹 신뢰 '흔들'…유럽 "자체 방위력 강화"

CNN, 전직 고문들 인용 "트럼프 재선 땐 나토 탈퇴할 듯…재임 당시 주한미군 주둔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채무불이행"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공격해도 돕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이후 독일·프랑스·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방위력 증강 다짐을 내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며 불안감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AP>, <로이터> 통신을 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2일(이하 현지시각) 베를린에서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나토의 지원 보장을 상대화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러시아에만 이익이 된다"며 "누구도 유럽 안보를 갖고 놀거나 '거래'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숄츠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의 발언에 대한 비난으로 해석된다.

숄츠 총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문구를 인용해 "나토의 보호 약속엔 제한이 없다.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투스크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투스크 총리도 '삼총사'의 같은 대목을 인용하며 집단안보를 강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유럽 방위에 대한 위기감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투스크 총리는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보다 약할 이유가 없다"며 유럽이 향후 1년 여 안에 "더 큰 방공 능력과 탄약 생산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같은 날 투스크 총리와의 공동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유럽에서 나토를 보완하고 대서양 동맹의 기둥이 되는 안보 및 방위력을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독일, 폴란드, 프랑스 외교장관은 파리 인근 라셀생클루에서 바이마르 삼각동맹 회의 뒤 공동성명에서 "유럽의 회복력,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방위 산업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이마르 삼각동맹은 3국이 역내 문제 대해 논의하기 위해 1991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창설한 협력체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국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12일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토를 포함한 동맹국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는 나토 창립 75주년이 되는 해"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동맹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을 비난한 방식도 오해를 조장한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원국들이 "채무불이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나토엔 회원국에 부과되는 가입비 및 회비가 없다. 채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나토는 회원국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지출할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31곳 회원국 중 이를 만족시키는 국가는 2023년 나토 추정치 기준 폴란드(3.9%), 미국(3.49%), 에스토니아(2.73%), 영국(2.07%) 등 11곳에 불과하다.

<A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토는 지금 당장 동등해져야 한다"며 "미국이 먼저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실제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에 대한 보도도 나온다. 12일 미 CNN 앵커 짐 슈토는 다음달 출간될 자신의 책 '강대국들의 귀환(The Return of Great Powers)'에 다수의 전직 트럼프 행정부 고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나토에서 미국을 공식적으로 탈퇴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실렸다고 CNN 보도를 통해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한 당국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땐 "미국은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나토가 진짜 위험에 처할 것"이며 "내 생각에 그(트럼프)는 탈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슈토에 따르면 해당 책에는 트럼프 행정부 참모였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미국의 안보 약속을 폄하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는 한국, 일본과의 상호 방위 조약에도 적용된다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책에서 켈리 전 실장은 "요점은 그(트럼프)가 나토에 전혀 의미가 없다고 본다는 것"이라며 "그는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도 완강히 반대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켈리 전 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괜찮은 사람(okay guy)"으로 봤으며 "그(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우리가 이들(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자극하는 것처럼 보이는 듯 했다"고 회상했다. "우리(미국)가 북한을 코너로 몰아 넣었다", "'나토가 없었다면 푸틴은 이런 일들을 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식"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지 않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집단방위에 대한 신뢰를 깨 동맹을 내부에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레이첼 리조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유럽센터 선임 연구원은 12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중요한 것은 미국의 나토 탈퇴가 아니라 "미국이 나토 내부에서 동맹국으로서 어떻게 잠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어떻게 나토를 약화시킬 수 있는지다"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나토의 집단방위 조약은 회원국 모두가 동의할 경우만 발동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러시아가 도발하면 미국이 나토 회원국을 지원할지 여부에 동맹 내부에서 의구심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와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2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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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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