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뉴햄프셔 경선 승리…헤일리, 사퇴 압력에도 "끝 아니다"

트럼프 "돈 낭비"라며 사퇴 압박…바이든도 뉴햄프셔 비공식 경선서 승리, 재대결 '성큼'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맞대결에서 패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치러진 민주당 비공식 경선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손쉽게 승리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대결이 가까워졌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개표 초반에 이미 지지자들을 향한 연설에서 "오늘밤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AP> 통신이 자체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거의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승자로 선언한 뒤다.

헤일리 전 대사는 "뉴햄프셔는 처음이지 끝이 아니다. 경선은 끝나려면 멀었다"며 "앞으로 수십 개의 주가 남아 있고 다음은 내가 사랑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다"라며 경선에 계속 임할 뜻을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2011~2017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로 재임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개표가 91.2% 완료된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4.6%(16만 3387표)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고 헤일리 전 대사는 43.1%(12만 9099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헤일리 전 대사에게 이번 패배는 유독 뼈아프다. 뉴햄프셔가 온건한 성향의 주로 평가되는 데다 공화당원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당원대회(코커스) 방식의 지난주 아이오와주 경선과는 달리 무소속 유권자들도 참여가 가능했던 이번 경선은 전국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큰 폭으로 뒤지고 있는 헤일리 전 대사가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큰 주 중 하나로 여겨졌다. 이번 패배로 헤일리 전 대사에 후보 사퇴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더구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의 수퍼팩(super PAC·미국의 민간 정치자금 단체)은 지금까지 지출한 7100만달러(약 948억원) 중 99.9%를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 쏟아 부었다.

아이오와주 경선에서는 패배한 후보들에게 "매우 잘했다"며 격려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태도를 180도 바꿔 헤일리 전 대사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날 헤일리 전 대사의 패배 인정 뒤 승리 연설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헤일리 전 대사가 "무대에 올라 승리를 주장"했다며 "사기꾼"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또 아이오와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론(디샌티스 주지사)은 (경선에서) 떠났는데 3위에 머문 그(헤일리 전 대사)는 여전히 머물고 있다"며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 지속 의지를 밝힌 데 대한 불만을 표명했다. 아이오와 경선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누르고 2위를 차지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미 21일 사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선거 캠페인을 중단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을 받고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바이든에게 (대항하기 위해) 돈을 쓰는 대신 계속해서 돈을 낭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헤일리 전 대사가 현 상황에서 경선에 계속 참여하는 이유가 모호하다고 짚었다. 매체는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수많은 소송이 이후 경선 판도를 흔들기를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많은 공화당원들이 해당 법정 문제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CNN 방송 출구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뉴햄프셔 경선 투표 참여자의 절반만 공화당원이었고 46%가 무소속으로 나타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원 사이에서 압도적 우위(74%)를 유지했지만 무소속 유권자의 65%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 집단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56%)에 비해 열세(41%)였다. 미 ABC 방송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44%가 소송에 직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국 유죄로 판명된다면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함께 치러진 민주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손쉽게 승리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경선을 비공식으로 보고 후보 선출을 위한 대의원 집계에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다. 민주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첫 프라이머리를 열기로 결정했음에도 뉴햄프셔주가 전국 최초로 프라이머리를 개최하도록 돼 있는 주법을 이유로 프라이머리를 강행하며 이 같은 사태가 빚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뉴햄프셔 대선 경선에서 5위에 머물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뉴햄프셔 경선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지만 지지자들이 투표 용지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적고 나오는 기명 투표 운동을 벌이며 대승을 거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개표가 89.5% 완료된 상황에서 71.4%가 기명 투표된 표로 분류됐고 이 중 51.4%가 이미 바이든 대통령 표로 확정됐으며 나머지 표도 대부분 바이든 대통령 표로 추정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제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해졌다"며 "민주주의와 임신중지 및 투표를 포함한 모든 개인의 자유"에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23일(현지시각)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한 뒤 연설하고 있다. 헤일리는 이날 패배에도 후보 경선에서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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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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