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젠더전략…尹 정부가 '여성노동자'를 착취하는 방법

[역행하는 시대, 우리가 멈춘다] 尹 정부 성평등 후퇴, '여성파업'으로 돌파구 찾자

2023년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을 두고 한국 언론은 환호했습니다. 차별과 폭력, 저임금과 착취에서 벗어나려 한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파업은 성별임금격차를 비롯한 성차별을 개선하는 힘이었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여성노동자들의 자리마저 삭제하려 합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싸워 쟁취한 성과마저 지우려합니다. 이에 한국에서도 2024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여성파업으로 돌파하고자 합니다. 29개의 단체와 노조가 모여 2024여성파업조직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연재 기고 '역행하는 시대, 우리가 멈춘다'는 2024여성파업의 의미와 현재에 대해 말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정책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여성노동자가 겪는 차별을 해소할 의지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대선에서부터 정권 획득을 위해 ‘젠더갈등’을 활용했던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선언하며 성평등 관점의 부재를 드러냈다.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당연한 국가의 책무가 정부 차원에서 도외시되고, 시민들의 기본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데 국가가 앞장서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선언은 현존하는 문제를 없는 것으로 만들고, 성차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윤 정부의 기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문구가 되었다.

▲2022년 OECD 국가 성별임금격차 그래프(Gender wage gap) ⓒOECD

그러나 OECD 가입 이래 원년 포함 무려 27년째 단 한 번도 성별임금 격차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선언은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여성노동자의 현실

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16년부터 최저임금을 밑돈다. 2023년 주 40시간 기준 월 최저임금은 201만 원이지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163만 원에 불과하다. 시간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곧바로 여성노동자들의 삶에 직결된다. 그러나 정부는 시간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시간제 노동자의 실업급여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며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2021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의 연령층별 성별 월 임금총액 그래프 ⓒ고용노동부

위 그래프는 생애 임금을 성별로 나타낸 것이다. 한눈에 알 수 있듯이, 여성은 생애 그 어떤 시기에도 남성과 동등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 여성이 생애 최고임금을 받는 나이는 35세~39세다. 40세가 넘어가면 임금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반면, 남성이 생애 최고임금을 받는 시기는 50세~54세다. 60세 정년과 임금피크제를 감안하면, 남성들은 실상 퇴직 전까지 임금이 꾸준히 상승한다. 반면 여성은 40세 이후로 임금이 하락한다.

이는 이전의 경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고용단절로 인해 이전보다 좋지 않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한다. 비정규직 비율은 30세~34세를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한다. 여성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면, 노동시장에서의 지위가 하락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잠깐 살펴본 통계들만 보아도, 대한민국 여성노동자들에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재 이 기조를 유지하며 여성노동자들을 더욱 사지로 모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장시간 노동, 여성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위협

정부는 끊임없이 초장시간 노동 체제 도입을 꿈꾸고 있다. 올 초 주 69시간 노동을 외치던 정부는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후 한발 물러서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다시금 제조업·생산직 등 일부 직군에 한정해 최대 근무 시간 주 60시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시간 노동과 긴 출퇴근 시간 아래 돌봄노동은 이미 늘 여성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여기에 OECD 최고의 성별임금 격차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여성이 돌봄노동을 전담하는 것을 합리화함으로써 성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기준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여성들은 더 짧은 노동시간을 찾아 시간제 일자리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장시간 노동 체제는 채용과정에 있는 여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는 모든 여성이 미래의 돌봄전담자가 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초장시간 노동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결국 초장시간 노동의 보편화는 여성의 일자리 질 저하를 가져오며, 돌봄노동의 과중으로 여성의 삶을 나락으로 몰아넣고, 여성의 미래를 앗아간다.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노동시간 단축이지만, 정부는 끊임없이 장시간 노동을 획책하고 있다.

돌봄 노동 가치 저평가

정부는 돌봄의 공백을 글로벌 착취를 통해 해결하려고 시도 중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추진 이유로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 상황을 들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내년부터 1만 3천명 이주노동자를 5명 미만 규모의 식당에서 고용하는 고용허가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5인 미만 식당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여성 노동자들이며,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이렇게 질 낮고 열악한 가사·돌봄 노동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이 자리에 고용함으로써 저임금을 고착화하며, 더욱 열악한 일자리를 양산하게 될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착취에 기반하여 돌봄 공백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돌봄에 대한 저평가를 기반으로 한다. 돌봄은 생존과 불가결한 필수노동이며, 모든 시민에게 필요한 영역이다. 초장시간 노동으로 공백이 된 돌봄 노동을 글로벌 착취를 통해 해결하고,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방식은 기업주의 이윤에 복무하는 것 외에 아무런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글로벌 착취 시스템과 돌봄 노동의 전가 아래에서 노동시장 성평등은 더욱 멀어질 것이고, 노동자는 정반대의 처지에서 갈라지고, 차별당하며, 빈곤의 가중을 겪을 것이다. 지금보다도 자본과 노동의 이중격차가 극심해진다면, 0.78이라는 충격적 합계 출생률은 더 낮아질 게 뻔하다.

정치가 조장하는 백래쉬, '젠더 갈등'

▲ 지난해 11월 소위 '집게손 논란'의 대상이 된 뿌리 스튜디오 제작 애니메이션 이미지 ⓒ넥슨 영상 갈무리

여성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또 있다. 지난해 11월엔 기괴한 '페미니즘 사상검증' 바람이 또 게임업계에 불어 닥쳤다.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집게 손'을 찾아낸 남성들이 대형 게임사를 상대로 항의한 것이다. 게임사와 하청업체는 논란에 바로 사과했다. 원청인 대형 게임사의 압박과 유저들의 극심한 협박에 못 이겨서, 하청업체는 작업자로 지목된 소속 여성 노동자를 퇴출했다는 거짓 입장까지 내야 했다.

이후 하청업체에서 밝힌 설명에 따르면, 심지어 해당 작업물의 실제 작업자와 검수자는 공격을 당한 여성 노동자가 아니라 중년 남성이었다고 한다.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한 해프닝일까? 그렇게 보기에는 페미니즘 사상검증의 이름으로 비상식적이고 비인권적인 요구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빗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 정부는 대선 국면에서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거는 등 이른바 '젠더 갈등'을 등에 업고, 백래시를 조장하며 출범했다. 정치의 영역에서 정치의 언어로 성차별이 승인되었고, 여성혐오는 정부 정책과 공식 입장을 통해 정당화되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정부의 승인 아래, 혐오의 목소리는 마치 남성들의 권리 주장과 같은 모양새를 띄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오롯이 일터에서의 약자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 성차별 행위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가벼운 나라이다. 앞서 살펴봤듯, 여성노동자들의 삶 또한 이미 OECD 최하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 차원에서 승인하는 혐오와, 반여성, 반노동 정책이 더해지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질식 직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단결된 힘으로 성평등 노동 실현을 요구하는 강력한 목소리이다. 다가오는 3.8 여성파업이 강력한 목소리가 되길 바란다.

▲'2024여성파업조직위'의 '투쟁하는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나누는 1차 오픈마이크' 행사 사진. 2차 오픈마이크는 오는 2월 3일 고공농성 중인 구미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개최된다. ⓒ2024여성파업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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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가기 ☞ https://bit.ly/2024여성노동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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