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판에만 열 올린 한국, 대화 나오라는 미국

한반도 위기에 대한 외교적 해법 제시 없는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북한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및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시정연설에 대해 한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냈지만,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재차 촉구했다.

1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협의에서 정박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가 거듭 분명히 밝혔듯이,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상호 관심사에 대해 어떠한 전제조건도 없이 북한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견지해 왔던 기본 입장으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변화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박 고위관리는 "미국도 최근 들어 북한 정권의 한국에 대한 적대적인 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이러한 언사는 불필요하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 정부 대표는 북한에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발언 내내 적대적 태도를 이어갔다.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본인이 1990년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유명했던 선거 운동 문구가 있었다. 바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다. 강력한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군비 증강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는 파탄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북한의 군사 확충 전략을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김정은은 러시아와 불법적 군사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북한을 막다른 길로 이끌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국제 규칙과 규범의 노골적 위반자라는 평판만 강화하게 될 것이며 세계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불안정 유발 행위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발언의 대부분을 북한 비판으로 채운 김 본부장은 현재의 한반도 안보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외교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화에 나오지 않는 상대에게 대화에 나오라고 요구하면서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은 밝히지 않은 셈이다.

일본은 북한의 최근 행위에 대해 규탄하면서도 납치자 문제를 언급하며 자국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발언을 마치기 전에, 납치 문제는 인도주의적인 사안으로 시간 제약이 있다"며 조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과 정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오른쪽),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협의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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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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