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100년 숲' 깔아뭉개고 신공항 건설?

[함께 사는 길] 신공항에 매장되는 가덕도 100년 숲

2022년 가덕도 국수봉 100년 숲은 제20회 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대상을 수상했다. 불행하게도 현재 이 숲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2021년 3월 16일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이후 가덕도의 자연생태를 유린하는 공항 개발계획이 진행돼 왔다. 예정대로라면 올해부터 가덕신공항 건설이 착공된다. 공항부지에 속한 '100년 숲'은 매립토로 사라질 것이다.

100년 숲은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등이 자생하는 상록난대림과 굴참나무-느티나무 군락, 졸참나무-고로쇠나무 군락 등으로 이루어진 낙엽활엽수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숲은 안정화되어 있으며 극상의 단계로 진행 중이다. 지형이 가파르고 군사보호지역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됨으로써 가능했던 천이(遷移)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파타고니아'와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일대의 거목 조사를 수행했다. 특히 대표성을 가지는 나무에 대해서는 '터줏대감나무'라는 호칭과 나무의 이력을 표시한 명패부착 작업을 해왔다.

▲ '부산크러스트'는 '파타고니아'와 함께 가덕도 '100년 숲'의 거목 조사에 나서 숲에서 대표성을 가진 나무에 '터줏대감나무'라는 명패를 붙여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성근

지금까지의 100년 숲 조사는 모두 허위

지난해 12월 7일 국수봉 100년 숲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 '가덕도 100년 숲의 가치(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와 '벼랑 끝에 선 가덕 국수봉 터줏대감나무(필자)'에 관한 발제가 발표됐다.

홍 교수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765㎢에 이르는 부산 전역의 자연환경을 조사한 바 있다. 그는 먼저 부산의 경우 산과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자연을 투영하는 식물군락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이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부산대학교 뒤쪽으로 형성된 금정산의 소나무 고목군락과 범어사 계곡에 형성된 낙엽활엽수군락, 그리고 가덕도에 펼쳐진 남부 해안가 극상림으로 보이는 상록-낙엽혼효림의 존재는 불행 중 다행한 일이라고 그는 적시했다. 그 불행 중 다행의 첫손 꼽히는 숲은 가덕도의 숲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덕도의 숲은 앞서 언급했듯 출입이 통제됨으로써 인간의 관리를 피하고 대신 자연에 맡겨둔 것이 부산을 넘어 전국 유일무이한 숲으로 발달하게 된 연유이다. 1910년 나온 '조선 임야 분포도'는 가덕도의 변화를 읽는 열쇠라 할 수 있다. 특히 동백군락지의 경우 남해안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거제 학동과 내도 동백숲, 신안 흑산도 동백숲, 해남 강진 동백숲, 통영 장사도 동백숲, 고흥 거금도 동백숲, 다산초당 동백숲과의 비교에서도 월등히 뛰어난 상태다. 더욱이 동백은 부산광역시의 시목이기도 하다. 부산시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 주변 산지 노거수 현황.(국토부 자료)

한편 '터줏대감나무'와 관련 가덕도 전체 노거수는 111그루이며 이중 공항 건설 예정지인 국수봉을 중심으로 대항과 외양포 주변에서는 모두 50그루가 대상목이다. 마을을 제외한 국수봉과 남산봉의 동서남북 사면과 이어진 해안 구릉지에 모두 47그루가 자라고 있다. 기준은 등산로 혹은 초병 순찰길에서 5~10m 내에 입지한 거목들로서 한 두 그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무들이 최소 흉고 둘레 2.5m를 넘기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남산봉과 국수봉 능성부의 소사나무 군락들이다. 천연기념물 제502호로 지정된 강화도 첨성단 소사나무의 경우 수령 150년으로 높이 약 5m, 밑동둘레 약 2.7m에 달한다. 장소성와 역사성 그리고 수관의 이름다움이 압권이지만 100년 숲의 소사나무 군락에서는 '이 정도'는 흔한 개체다.

또한 전국적으로 명함을 내밀고 있는 굴참나무와 졸참나무의 덩치에 비해서도 100년 숲의 참나무들은 뒤처지지 않는다. 2022년 기준 산림청이 지정한 전국 보호수 1만3868그루 가운데 굴참과 졸참나무는 20그루 남짓하다. 그런데 100년 숲과 가덕도에는 지천이다. 아예 흉고 둘레 2.0m 이하는 측정하지도 않았거니와 조사 범위 밖의 나무들은 헤아리지도 않았다.

100년 숲이란 이름은 이 숲의 터줏대감나무 1호인 흉고 2.6m, 108세의 졸참나무에서 비롯됐다. 2021년 봄 코아를 이용하여 나이테를 헤아려 확인한 나이였다. 대상목들은 2.5~3.5m급이고 대부분 100살 이상이다. 100년 된 숲이 많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사전 타당성 조사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이들의 존재는 거론되지 않았으며 누락됐다. 심지어 기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등급 하락까지 서슴지 않았다. 빠진 것이 부지기수다.

예컨대 식물상 조사와 관련 2021년 환경운동연합이 주축이 된 생물상 조사에서 육상부 식물상 조사(2021.3~2022.5/ 23회 439종)만 비교해도 무려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것도 신공항 예정부지를 중심으로 수행한 결과다. 반면 전략환경영향평가(2022.11.28~30.)는 극히 짧은 조사일수와 기존 문헌에 의거하여 섬 전체를 대상으로 했지만, 기록된 종수는 262종에 불과하다. 그 결과 멸종위기 2급 대흥란이며 한국특산종 흰산철쭉 같은 종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치는 포유류며, 조류, 양서파충류 등 분류군 전체에 적용된다. 한마디로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조사는 누락과 부실로 점철된 엉터리이다. 환경부는 놀랍게도 조건부 동의로 가덕도의 생태가치를 부정했고, 국토부는 기존에 발표했던 인공섬 형태의 기본계획을 돌연 변경하면서 섬과 해양을 잇는 계획안으로 수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기야 본질적으로 기존 계획이나 수정 계획 모두 필요 골재를 자체 수급으로 설정했기에 100년 숲을 깔아뭉개는 것은 이미 계획된 것일 뿐이다.

▲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0월 신공항 건설에 밀려 매립될 나무들의 미래를 대비하는 종자 채취 행사를 가졌다. ⓒ이성근

엑스포 유치 실패했는데 공항 건설 강행

엑스포 유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지했는지 갈지자 행보를 하던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건설의 주요 명분이었던 엑스포 유치와 관계없이 2029년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예감대로, 엑스포 유치전은 29표 대 119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유치에 실패했다. 유치 실패 사흘 만에 박형준 부산시장이 2035 엑스포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치 실패 일주일 만에 부산에 달려와 동행한 재벌 총수들과 깡통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재차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건설, 엑스포 재추진'을 약속했다. 온갖 언론이 이를 뉴스로 보도했다. 그러나 '가덕신공항반대 시민행동'이 '명분을 상실한 가덕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주장한 기자회견 소식은 그 어디에도 실리지 않았다.

2023년 10월 중순,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이 100년 숲을 찾아, 그들의 후계목이 될 종자 채취에 나섰다. 공항에 밀려 매립될 나무들의 미래를 대비하는 캠페인이었다. 그 씨앗들에게 전해진 뉴스 한 토막, '이재명, 부산 방문해 "엑스포 실패로 기반사업 중단? 안 돼"'. '오십보백보' 개발주의 정치의 사례가 재현된 것이다. 기후·생태위기시대의 본질을 읽지 못하고 역행하는 모든 정치와 정치집단의 교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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