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尹 중대재해법 유예 요청에 "이미 충분히 늦었다"

야당 "방학 숙제 미뤄놓고 개학 늦춰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양대 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국회에 요청한 데 대해 "이미 충분히 늦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이 마치 영세 중소기업의 숨통을 옥죄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더 시급한 법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50인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해 민주노총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1%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시행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답했다"며 "비슷한 시기 한 경제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68%의 응답자가 2024년에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시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성향을 보수층이라고 밝힌 이들 중 51%가 적용을 유예해선 안된다고 답했다. 현 정부의 지지층마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늦춰선 안된다고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전히 하루에 일곱 명이 일하다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이미 충분히 늦었다. 노동자의 안전한 삶과 생명은 무엇으로도 유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중소기업 존속을 거론하며 (법 시행)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거의 협박 수준의 발언을 했다"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처벌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기피해온 기업이 상당수였다"며 "노동자가 죽어서 유지되는 기업이라면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이미 충분히 유예됐다"며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다. 27일부터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민주노총은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 국회 인근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도 정부여당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기업과 노동자를 편 가르는 갈등의 정치도 멈춰라"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을 지키고, 살리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박해철 노동대변인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1조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객관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왜 눈감는가?"라고 반문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시작부터 일관되게 중대재해처벌법을 흔들었다"며 "영세기업은 핑계고,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내팽개치는 대통령의 무자비함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또 "정부는 3년 동안 사업장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가 법 적용을 앞두고 이를 늦춰달라고 하고 있다"며 "정부가 할 일을 미루다 이제와 기업을 핑계로 미뤄달라고 하는 건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이는 마치 방학 숙제를 미뤄놓고 개학을 늦춰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열흘을 앞두고 국회에 법 적용 유예 요청을 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에서 뜨거움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 달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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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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