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였던 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 대표, 2심서는 유죄

금고 4년…법정 구속 안 돼 논란 "솜방망이 구형에도 못미쳐"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낳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 대표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죄과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11일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안승훈 최문수 부장판사)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죄를 판결한 1심과 달리 이들이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유해 제품 판매를 결정해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 과실이 전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7월 독성화학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CMIT/MIT가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지난 1994년 SK케미칼(당시 유공)이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7년에 걸쳐 관련 제품 1000만 개가량이 판매되어 대규모 피해자를 낳은 후 2011년 8월 31일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환경부 산하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은 5회의 피해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총 789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사망자가 1843명에 달한다.

이들 중 지원대상자는 5691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1262명이다. 피해자 5667명, 원인자미상 무자력 대상자 44명, 진찰·검사비용 지원 대상자 56명, 긴급의료 지원 58명이다.

가장 큰 피해자를 낳은 제품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인산염(PMHG)이 포함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RB)이다. 4748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CMIT/MIT가 함유된 홈크리닉가습기메이트는 1633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번 판결 소식이 알려진 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 모임 등은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돼 다행"이지만 "피해자 규모와 피해 심각성을 고려하면 검찰의 구형량 자체가 솜방망이었는데 (재판부 선고는) 그보다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제품 특성상 이들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 상당수가 유아나 노인이었다.

이들은 가해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더 구체적인 피해 대책을 내놓고 재발 방지 조치를 세우라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 유죄 선고를 호소하는 피해자·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열린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의 2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유아, 임산부 등이 원인불명의 폐 손상을 앓는 사례가 늘어났고 보건당국 조사 결과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된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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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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