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년, 왜 침몰했는지, 구하지 않았는지 아직 듣지 못했다"

[현장] 세월호 참사 10주기 D-100 기억 다짐 기자회견

"우리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가 금방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서 있다. 왜 침몰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그 간단한 답을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교통사고가 나도 CCTV를 가리고 가해자를 가려서 책임을 묻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국민 304명이 죽었는데, 어떻게 책임지는 사람도, 처벌받는 사람도, 그리고 그렇게 죽어야 하는 이유도 모른다는 게 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단순한 그 두 가지 사실만도 국민들한테 밝혀주지 못하고 알려주지 못하고 처벌을 하지도 못한다면 과연 국가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단원고 2학년 고(故) 김수진 양의 아빠 김종기 씨)

4.16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종기 씨는 10년이 지난 오늘도 '딸아이가 탄 배가 왜 침몰했는지, 왜 딸아이를 구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김 씨뿐 아니라 단원고 2학년 故 지상준 군의 엄마 강지은 씨도, 故 이창현 군의 엄마 최순화 씨도 같은 마음으로 다시 거리에 섰다.

▲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1월 10일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D-100 기억 다짐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이명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10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D-100 기억 다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올해 4월 16일, 우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10주기를 맞이한다. 우리는 그날을 기억한다. 10년 전 그날 우리는 구할 수 있었던 목숨 304명이 희생되는 광경을 우리는 함께 보았고, 애통해하는 피해 가족들의 애통한 절규와 탄식을 함께 들었다"며 "생존자는 있었지만 구조받은 사람은 없었다. 국가는 거기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사 직후 전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까지 거대한 추모의 행렬이 만들어지고, 노란 리본의 물결이 일어났"고 "역사상 최초의 재난참사독립조사기구인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출범으로 이어졌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그날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 4월 16일의 약속을 가슴에 간직해온 모든 시민들께 호소한다"며 4가지를 당부했다.

이들은 △ "4월 16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실천하여 다시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물결을 전국에 다시 만들어 달라, △ "특별조사기구를 통한 조사는 종료되었지만, 진상규명이 끝난 것은 구조방기와 국가폭력의 윤곽이 드러났을 뿐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완수될 수 있도록 함께 촉구하고 행동해 달라, △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등 세월호 참사 이후의 피해자들, 시민재해에서 산업재해에 이르는 모든 피해자들의 손을 맞잡"고 연대해 달라, △ "생명안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함께해 달라"고 부탁했다.

▲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인 1997년생 김지혜 씨가 1월 10일 서울시의회 앞 세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D-100 기억 다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이명선)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1997년생 김지혜 씨가 함께했다. 김 씨는 "태어나자마자는 IMF였고, 초등학교 6학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고, 고등학교 2학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며 "이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우리 또래들에게 너무도 중요했다. 또다시 내 또래가 어른들에게 외면당해서 죽게 되는 그런 세상이 너무도 두려워서 서로를 계속 챙겨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정부가 없었다. 배가 침몰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정부는 없었다"며 또래의 희생이 국가폭력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주기가 되도록 세월호 참사의 침몰 원인,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며 "결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책무마저 국민 개개인에게 넘겨버렸다"고 비난했다.

김 씨는 "더 이상 살아남아 있는 '97년생'이 아니라 안전사회를 구축하는 '97년생'으로 살아낼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10주기 이제는 다른 세상을 꿈꿔본다. 부디 잊지 말아달라. 부디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 세월호 참사 유가족 故 이창현 군의 엄마 최순화 씨가 지나가는 시민에게 노란 장미꽃을 건네고 있다. ⓒ프레시안(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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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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