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도시브랜드 개발 원점 재검토…사업 지연·혈세 낭비

'가을의 도시 장성' 네이밍 반대 여론에 백지화…상반기 추가 설문조사

전남 장성군이 도시브랜드 개발을 위해 1년 동안 용역‧공모전‧보고회 등을 통한 네이밍을 선정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실상 기존 계획은 백지화로 돌아가면서 사업 지연‧혈세 낭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장성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 1월부터 민선 6기 때 제정한 도시브랜드 네이밍 '옐로우시티 장성'을 대체할 도시브랜드 개발에 착수했다.

▲장성군은 지난해 12월 ‘도시브랜드 개발용역 2차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장성군

지역의 미래 비전‧정체성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이름을 선정해 군수가 바뀔 때마다 이름도 바뀌는 악순환을 없애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약 1년의 기간 동안 용역‧공모전‧보고회 등을 통한 네이밍 선정은 반대 여론 등으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앞서 장성군은 지난해 2월 주민‧공무원‧군의원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와 네이밍 및 BI 전국 공모전을 실시하고 5월부터 12월까지 사업비 5370만원을 들여 도시브랜드 BI 개발 용역을 시행했다.

군은 용역을 통해 1300여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와 인터뷰 등을 분석해 지난 8월 1차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1차 보고회에서는 '가을의 도시 장성', '장성에 물들다', '다정다감 장성', '문리장성' 등 총 4건으로 압축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압축된 4개의 네이밍 안으로 전 국민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5727명이 응답해 '장성에 물들다'가 2521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군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네이밍 확장성을 고려한 2위인 '가을의 도시 장성'(1461명)을 최종안으로 선정했다.

이처럼 공론화를 통해 어렵게 최종안이 발표되면서 순탄한 절차를 보여줬으나 지난달 열린 2차 중간보고회에서 반대의견이 잇따라 나오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장성군이 지난해 11월 진행한 도시브랜드 네이밍 선호도 조사 결과 ⓒ장성군

2차 중간보고회에는 김한종 장성군수, 고재진 군의회 의장, 김연수 의원, 전문가, 언론인, 지역민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일부 전문가와 참석자들은 5만 인구 장성군에 '도시'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며 '가을'에만 국한돼 있는 네이밍이라고 지적하는 등 원점 재검토를 주문했다.

다른 참석자는 "도시민이 장성을 찾는 이유는 자연환경을 즐기기 위함"이라며 "'도시'라는 표현이 들어간 네이밍 자체가 잘못됐으며, 사계절이 아름다운 장성을 왜 가을로 국한시키느냐"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김한종 군수는 "급하게 추진할 일이 아니기에 다양한 의견을 다시 수렴해 좀 더 고민해 보겠다"며 기존 계획 백지화를 확실시 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김 군수의 부족한 결단력과 사업 지연‧혈세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성군 황룡면 주민 A씨는 "브랜드 최종안을 선정해 새로운 정체성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다시 시작한다니 실망스럽다"며 "지역민들의 혈세로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조금 더 신중한 모습이 보여지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 주민 B씨는 "기존 옐로우시티가 주는 지역 이미지가 좋지 않아 새로운 브랜드 개발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별다른 진척 없이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소수의견에 휘둘리지 않는 결단력과 추진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장성군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다시 설문조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지만 원점 재검토를 밝힌 후 기본적인 일정, 예산 등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늦장 행정'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외지 청년‧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도시브랜드 네이밍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선정한 용역도 약 6개월의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며 "기존에 나왔던 결과보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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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람

광주전남취재본부 정가람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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