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협동조합 우진교통, '다른 노동'을 선택하다

[쿠피 리포트] "노동권 기준, 노동자협동조합이 높일 수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이란 말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보니 노동자협동조합이란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 중에는 노동조합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동자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노동조합이 기업의 경영자인 기업주로부터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라면, 노동자협동조합은 노동자 스스로 기업을 경영하면서 자신의 노동권을 지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노동자협동조합(노협)은 1833년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존권과 고용을 위해서 노동자들의 기금을 모아 작업장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노동자협동조합은 1945년 해방 직후에 일본인 기업가들이 운영하던 적산기업과 친일파 기업을 노동자들이 직접 관리 운영하면서 시작되었지만, 미군정의 탄압으로 실패하였다. 1980년 대 이후 주로 도시빈민 지역에서 봉제, 건축 등과 관련된 소규모 노동자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또한, 부실경영으로 한계 상황에 달한 택시, 버스 등 운수회사를 노동자들이 인수하기도 하였다. 자본을 마련하기 어렵고 경영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들의 기업 운영이 쉽지는 않아서 많은 기업들이 실패하였다. 그러나 성공사례 또한 쌓이면서 '다른 노동'을 위한 노동자협동조합의 실천은 계속되고 있다.

▲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청주의 우진교통. ⓒ연합뉴스

이 글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부실 기업을 노동자들이 인수하여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청주의 우진교통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진교통의 기업 인수 이후 4개의 버스회사를 노동자들이 인수하였고 이들 기업은 현재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청주 우진교통은 2005년에 노동자들이 인수한 기업으로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우진교통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기 전에 노동자들이 인수하였기 때문에 법인격은 상법상 회사이지만, 전체 노동자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경영진을 선출하여 구성하며 경영하고 있는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진교통은 2004년에 반복적인 임금체불로 171일 간의 파업투쟁의 결과로 50%의 주식과 3년간의 경영권을 확보하였다. 우진교통은 주식을 노동자들의 공동소유로 하여 지역의 명망가에게 위탁하였고, 노동자들의 출자금 500만 원씩을 모아 2005년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하였다. 노동자들이 운영을 시작한지 1년 만에 15억 원 적자구조를 3500만 원 흑자로 바꿔냈다. 또한, 이전 경영진이 지워놓은 200억 가량의 부채를 3년 만에 66억 원 상환할 정도로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였다. 우진교통은 노동자 자주관리 3년이 되던 해에 이전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50% 주식을 모두 매입하였다. 2021년 현재 우진교통은 청주 시내버스 여섯 개 회사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버스 1대당 최고의 운송수입금, 경영 평가와 서비스 평가 1, 2위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진교통 노동자들의 경영참여와 노동권 개선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민주적인 통제를 통한 노동자들의 의사결정 참여다. 우진교통은 노동자들이 직접 선출하는 임원, 15명의 자주관리위원회(이사회 역할), 인사위원회, 공동복지위원회, 채용평가위원회 등의 위원회, 현장자지모임으로 구성되는 교통관리위원회 등 조합원 의사결정 참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자치모임은 1개조 당 20명 내외로 구성되며 1년 임기의 조장과 총무가 모임을 진행한다. 초기에 현장자치모임은 참여율이 저조하였다. 모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모임을 통해 노동자 조합원들의 의견이 수렴되며, 조합원들이 생산 목표(사고율, 보험금 공제 상한선, 친절 서비스 등)를 결정하고 성과에 대한 포상을 하는 등 현장자치모임의 논의가 경영에 반영되는 것이 확인되면서 부터였다. 현재 조합원 참여율은 98.1%에 달한다. 현장자치모임의 조장과 총무가 참석하는 교통관리위원회는 배차, 불친절 민원 심의, 조합원 제안 의견 논의 등으로 진행되어 노동현장의 노동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한 경영정보를 일상적으로 제공받는다. 조합원들은 복도 게시판에 붙어있는 매일의 수입과 지출을 확인하고, 매월 경영설명회를 통해 주요한 인사, 총무, 재정 등 주요한 경영정보를 듣고, 현장자치모임을 통해서도 회사의 운영현황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학습이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기업을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한 학습을 꾸준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동자들의 학습은 우진교통이라는 조직의 학습으로 연결되고 개인과 조직의 역량 향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우진교통에는 자주관리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회의법, 자본주의 바로알기, 노동자의 철학, 노동운동사, 우진교통 역사, 자주관리기업론,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알아보기(정관, 조직구조, 각 위원회 역할) 등의 내용으로 10회에 걸쳐 진행되며 해마다 2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었고 우진교통 367명 조합원의 대부분이 자주관리교실을 거쳐갔다고 할 수 있다. 신입 직원 교육도 한 달 보름간 진행된다. 현장자치모임 단위로 1박 2일 교육도 진행된다. 친절 서비스 교육, 파업 동영상 시청, 자주관리기업에서 나의 역할을 주제로 하는 토론 등이 주요 내용이다. 사고를 줄이고 연료를 절감하기 위한 직무교육도 교통안전관리공단을 통해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지속적인 학습은 우진교통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자주관리의 원리와 성과를 체화시키고 조직을 지속가능하게 하였다.

세 번째는 노동자 자주관리를 통해 확보된 노동권이다. 우진교통 조합원들은 자주관리기업 이전의 회사에서는 월급은 늘 늦게 나와서 급하면 가불을 해야 했고, 근속이 길어지면 회사에서 꼬투리를 잡아 부당해고가 행해졌다고 했다. 또한, 업무에 대한 교육은 전혀 없었고 사고가 나면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했으며 큰 사고는 해고로 이어졌다고 하였다. 자주관리기업으로 전환되고 나서 이러한 일은 당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건을 만들어왔다. 앞서 언급한 교통관리위원회는 버스 승무원들로 이루어진 조직으로 현장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승무원들의 배차기준, 배차시간 등을 교통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며, 민원에 대한 심사와 승무원의 잘못 여부를 확인한다. 예를 들면, 승객이 버스 운행관련 민원을 제기한 경우 교통관리위원회에서 해당 버스의 동영상을 확인하여 승무원의 잘못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민원 건수가 많은 경우에도 일일이 다 확인하여 승무원의 억울함을 해소하거나 향후 같은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승무원의 서비스 역량 제고를 제시한다. 교통관리위원회는 조합원들의 구태를 해소하고 건강한 노동문화를 형성하는 일에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버스 운행은 2교대로 이루어지며 오후 3시경 교대할 때 오전, 오후 근무 시간이 같아진다. 하지만, 일부 고참 승무원들이 교대시간을 오전 10시로 당겨서 오후 근무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가 관례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었다. 교통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현장자치모임을 통해 토론하며 이러한 관행을 고쳐 정상적인 교대시간을 이행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 내에서 고참과 신입 간 위계에 의한 악습을 깨고 동료 간 동등한 노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진교통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이다. 우진교통은 당사자들의 문제를 넘어서서 전체 노동자의 노동권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왔다. 청주지역 버스 가스 충전소 운영시간 연장, 종점지 화장실 개선 등 청주지역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 활동해왔다. 또한, 다른 회사 노동조합의 투쟁에도 연대하며 전체 노동자의 노동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우진교통은 청주지역 버스 회사 비정규직을 없애는 데도 한 역할을 하였다. 버스회사들이 국고지원금을 수령하여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비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는 문제를 제기하여 국고지원금과 관련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우진교통 사례는 노동자협동조합의 '다른 노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노동이 주식회사 등의 기업에서 노동조합이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조건들을 상당부분 실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자가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대표를 직접 선출하며, 노동자들이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노동조건을 결정하며 노동권을 확보할 수 있는 회사가 노동자협동조합임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이 선택한 '다른 노동'은 강제와 감시 속에 수행해야 하는 노동이 아니라 스스로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노동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협동조합은 다른 노동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협동조합과 같은 '좋은 기업'의 확산은 사회적으로 노동권의 기준을 높일 수 있다. 물론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가 기업 내부에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주 40시간 노동시간을 역행하려 하거나 노란봉투법을 거부하고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정책을 편다면 그에 반대하는 활동 또한 노동자협동조합의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진교통의 사례는 이러한 역할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기업이 노동자협동조합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잠재력이 있음에도 경영진의 부실경영으로 노동자들이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지속적인 노동자 탄압으로 노동자들이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어려울 때, 노동자들이 직접 기업을 인수하여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노동권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한 동일한 목적으로 출발하였다. 노동자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의 협력은 더 좋은 노동, 더 좋은 사회를 위한 길에서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글을 쓴 김활신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연구교수는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지식생산자들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는 쿠피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성공회대학교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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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피협동조합(CoopY)은 협동조합 지식 생산 및 공유를 위해 성공회대학교 교수진, 협동조합경영학과 대학원생, 경영학부생이 중심이 되어 2013년에 설립된 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을 연구하는 지식생산자들이 함께 소유하고 관리하는 협동조합으로서, 사회적 경제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고 협동조합 간 협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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