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가지' 기업 범죄는 노동부가 마음만 먹으면 벌할 수 있다

[류하경의 불온한 사건첩] 노동 편 ② 대기업에 맞서 세상을 흔든 이마트 노동자들

2013년 1월 변호사 시험을 치고 채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상근 사무차장으로 일하던 한해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권영국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무를 하면서 연수받아 볼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다. '사건이 큰 게 하나 있는데 권 변호사 사무실에 일손이 모자란다'고 했다. 노동사건을 하기 위해 변호사 준비를 했고, 존경해 온 노동 변호사로부터 직접 일을 배울 수 있다니.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선배가 준 연락처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내일 당장 출근할 수 있는지 물으셔서 짐짓 당황스럽긴 하였으나 냉큼 '알겠습니다' 답을 드렸다. 사무실은 서초동인데 을지로에 있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정문 앞으로 아침 일찍 오라고 하셔서 무슨 일일까 궁금했는데 그리 가보니 노동청 정문 앞에서 한참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세계이마트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규탄" 기자회견이었다. 아래에서는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법리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을 먼저 하고, 이어서 신세계이마트 사건 이야기를 해보겠다.

불법파견이란?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라는 용어는 익히 알고 있었다. 로스쿨에서 배운 것은 아니다. '불법파견'은 대학 시절 학교 인근 상암동 홈에버라는 대형마트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과 학내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면서 알게 된 법리 지식이다. 원청업체가 하청·파견업체로부터 인력을 빌려와서 쓰고 파견업체에 돈을 주면 파견업체가 일부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하청 노동자에게 나눠주는 일종의 중간착취다. 우리 근로기준법에서는 중간착취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중간착취란, 노동하지 않는 자가 타인의 노동 위에 올라타서 그 과실을 빼앗아 가는 형태로서 원류는 노예제도이기 때문에 근대 시기부터 인류는 이를 엄히 금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IMF 환란기 때 기업도산을 막으려고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을 만들어 파견고용, 즉 한 업체가 자신들이 고용한 노동자를 원청업체에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을 사업으로 허락해 줬다. 노동자를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을 때 쉽게 버릴 수 있으며, 직접고용과 달리 사용자로서 갖가지 법적 책임도 안 지는 고용형태이기 때문에 원청업체, 특히 큰 기업에 아주 유용하다. 파견법은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함께 IMF 때 만들어졌는데, '임시로 실시한다'는 정치권 공언과 달리 현재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몇 번 더 개악되기도 했다.

한편, 파견업을 하려면 일정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크게 2가지인데 첫째, 노동부 장관의 허가가 있을 것, 둘째, 파견 허용 업종일 것 또는 파견 금지 업종이 아닐 것이다. 위 2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어기고 파견업을 하면 이를 '불법파견'이라고 한다. 합법적인 노동자 파견관계가 성립하면 원청 사용자가 하청·파견업체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려도 된다. '사용'과 '고용'이 분리되는 것이다. 즉 내가 고용한 직원을 남이 직접 사용하게 하고 나는 수수료를 떼서 먹는다.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면서도 파견법상 위 2가지 요건을 갖추지 않는 경우이다. 법적으로 약간 어렵게 말하면,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합법적인 파견근로계약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를 불법파견이라고 하고 파견법에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의무를 부여한다. 파견노동자를 2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파견법

제6조의2(고용의무) ① 사용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1. 제5조제1항의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제5조제2항에 따라 근로자파견사업을 한 경우는 제외한다)

2. 제5조제3항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3. 제6조제2항을 위반하여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4. 제6조제4항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5. 제7조제3항을 위반하여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그러니까, 파견업 대상이 아니거나 노동부 장관 허가가 없거나 2년을 초과하여 파견노동자를 사용해야 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는 파견관계를 맺을 수 없고, 민법상 '도급계약' 즉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도급계약관계에서는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에게 업무지시·감독을 할 수 없고 보고를 직접 받을 수 없다. 이를테면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내가 돈을 주고 방망이를 받는 계약 관계다. 수필에서 손님이 노인에게 참견을 하니 노인이 얼마나 역정을 내던가. 노인은 방망이만 잘 깎아서 주면 그만이다. 손님은 방망이 깎는 방식, 내용, 장비 등에 관여할 수 없다. 이게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 도급계약이다. 그러니까 원청은 얼마나 불편한가. 애초에 직접 업무지휘·명령·감독을 하고 바로 보고를 받아야 하는 일인데 직접고용 하려니 돈도 아깝고 법적 책임도 무섭고 해서 파견계약의 이점만 쏙 빼먹으려고 소위 '위장도급', '불법파견' 범죄행위가 시작된다.

민법

제664조(도급의 의의)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하청업체는 노동자를 빌려주는 대행사에 불과해 원청의 해당 업무관련 지식도 없고 기술도 없고 장비도 없으니 원청이 직접 업무지시를 해야 하고 일을 가르쳐야 하고 장비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려면 파견법상 파견업에 해당해야 하고 노동부 장관 허가도 받아야 한다. 이 두 요건을 다 갖춰서 노동자 파견계약을 합법적으로 체결할 수 있게 됐다 쳐도 파견노동자를 2년 초과해 사용하면 직접고용, 즉 정규직으로 원청이 채용해야 한다. 이 얼마나 불편한가. 그래서 꼼수가 만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형식상으로만 '도급계약'을 체결해 놓고 실제로는 원청업체가 하청노동자와직접 업무지휘·명령·감독·보고 체계를 갖추고 일하는 것이다. 이를 '불법파견'이라고 한다. '위장도급' 즉 가짜도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위장도급'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불법파견이고 또 하나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라는 것인데, 전자는 하청업체가 그 실체 즉 사무실, 직원, 등기 정도의 최소한의 형식은 갖춘 경우고 후자는 하청업체가 아예 유령업체,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경우를 말한다. 하청업체가 없는 것과 똑같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해당하면 파견관계 자체가 아니니까 파견법상 직접 고용의무 이행도 필요 없고 그냥 그 하청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일을 시작한 날을 원청의 정식 직원으로 입사한 날로 '간주'한다. 현실적으로는 하청업체가 최소한의 형식상 실체 정도는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위장도급' 사건은 거의 대부분이 '불법파견' 사건이다.

이상,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래도 쉽지는 않은 법리다. 이어질 사건들 이야기를 위해 이 정도 이해는 필요해서 설명해 보았다.

부당노동행위란?

'부당노동행위' 역시 대학 시절 각종 노동자 투쟁 현장에서 배웠다.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나온다.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범죄를 말한다. 법에서 열거한 행위들 중 주되게는 첫째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둘째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 셋째 "근로자가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중략)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가장 많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도 드물지 않다.

이런 부당노동행위는 범죄행위로서 형사처벌된다. 단순한 노사갈등 문제가 아니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다. 위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조항은 헌법 제33조 제1항(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노조활동 방해 범죄 즉 부당노동행위는 이처럼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중범죄에 속하는데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기업을 뒤흔든 신세계이마트 노동자들의 싸움

변호사 시험 직후인 2023년 1월 둘째 주부터 그렇게 권 변호사 사무실에 실무수습생으로 출근했다. 책상에는 내 키만큼의 서류가 쌓여 있었다. 당시 장하나 국회의원 등 정치권을 통해 접수된 공익제보 내용이었다. 이제 분석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식해서 용감하다고 했던가. 서류 더미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밤낮, 휴일 없이 가열차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증거가 넘쳐났다. 기타 근로기준법 등 관련 노동법을 위반한 체불임금, 복리후생 부족 문제도 있었다. 주요 증거를 추려 스캔한 후 한글파일에 하나하나 붙여서 설명하는 형식으로 200여 페이지의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보고서를 토대로 1월 말경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다. 불법파견의 경우 민사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할 수 있고,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을 할 수 있지만 두 가지 수단 모두 절차가 많고 종결 때 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 진정서를 접수해 노동청의 즉각 조사 및 시정을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가. 고용노동부가 전국 노동청을 총동원해서 신세계이마트 그룹에 대해 전격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더니 불과 45일 만에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발표했다. 정확하게는 이마트가 전국 총 130개 지점 중 노동부 조사대상인 24개 지점 가운데 한 군데를 제외한 23개 지점에서 판매도급 직원 1978명을 불법 파견으로 사용해 왔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노동자 1978명을 원청인 이마트가 법에 따라 직접 고용하라는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겁을 줬다. 이마트가 이를 거부하면 197억 8000만 원(1인당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더 세게 겁을 줬다. 또 이마트는 노동자 580명에게 해고예고수당,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등 약 1억 1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노동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야간·휴일 노동을 시키고 임신 중인 노동자에게 연장노동을 시키는 등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여성보호 관련 조항도 위반했다. 단시간노동자에 대한 성과급 및 복리후생비 등 차별 사례도 확인됐는데, 모두 1370명이 8억 1500만 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위 조사과정에서 이마트 서버관리업체인 서울 구로구의 신세계아이앤씨에 근로감독관과 검찰수사관 등 20여 명을 보내 세 번이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노동부가 마음먹고 일을 하면 이렇게 잘한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직원 사찰 등 이마트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해, 노동부는 두 차례의 압수수색과 고소인·참고인 등 46명에 대한 소환조사 결과 일부 법 위반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위 발표 이후에 "부당노동행위 수사는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소환조사 등에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추가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한 뒤 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계속 겁을 줬다.

그리고 이것은 또 무슨 일인가. 노동부 발표 4일 뒤인 3월 4일에 신세계이마트 그룹이 "소모적 논쟁을 버리고 상생의 길을 택한다"며 특별근로감독에서 적발된 판매도급 직원을 포함한 사내 하도급 직원 무려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정말 모두가 깜짝 놀랐다. 공익제보자는 재단법인 호루라기가 선정하는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이후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 등 임직원 5명은 노조 설립에 가담한 직원들을 먼 타 지역으로 발령내거나 해고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노조설립 홍보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최종 징역형 내지 벌금형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마트는 2012년 10월 8일부터 11월 2일까지 모두 24차례에 걸쳐 직원 25명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실과 각 주거지 등에 잠복시켜 노조 설립 가담자들을 미행·감시했다. 이들은 채증과 미행을 위해 법인카드로 고성능 녹음기와 망원경을 구입하고 오토바이를 빌리기도 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아마트의 노조 참가자 미행·감시행위는 명백한 반노동조합 의사 아래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것"이라며 조직범죄임을 명확히 했다. 당시 검찰의 노조법 위반 기소율은 1.5%, 법원의 경우 노조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 중 징역형 선고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이처럼 이마트 사건에서는 이례적 진행이 연속되었다.

이때 실무수습생은 미몽(迷夢)에 빠졌다. 노동사건이 생각보다 빠르게, 훌륭하게 처리된다는 미몽. 이 초짜의 꿈은 곧 이어질 삼성전자서비스 사건, 삼성지회 사건을 맞이하며 악몽(惡夢)으로 바뀐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삼성 사건이 얼추 마무리된다. 그 이야기를 다음 회에 이어서 하려 한다.

▲ 권혁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이 2013년 7월 22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이마트 부당노동행위 수사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 청장은 조사결과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이마트 임직원 14명, 협력업체 임직원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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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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