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 죽음 부른 완전월급제, 이게 대체 뭐길래?

[기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사납금제, 강력 단속해야

'완전월급제 실시'를 외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고 방영환 택시노동자가 사망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우리가 매일 만나는 법인 택시기사들에게는 목숨 줄과도 같은 제도가 바로 완전월급제다. 이 제도 도입 취지와 안착이 지연되는 이유, 제도의 허점을 찾는 택시회사의 천태만상과 정부의 외면을 지적한 황규수 변호사가 글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

택시기사 고 방영환은 "완전월급제 실시"를 외치며 몸에 불을 붙였다. 완전월급제가 무엇이기에 고인은 죽음으로써 세상에 말을 하고자 했던 것일까. 완전월급제는 구체적인 급여체계를 뜻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택시기사에게도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하여 고정적인 월급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말이다.

완전월급제는 '전액관리제+주40시간제'

완전월급제는 택시 전액관리제와 주 40시간제로 실현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중 핵심은 택시 전액관리제에 있다.

택시 전액관리제는 1997년에 시행된 제도다. 일정한 금액의 사납금을 택시회사에 입금하고 이를 초과하는 운송수입금은 택시기사가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것이 사납금제이고, 택시회사가 택시기사로부터 운송수입금 전액을 납부받도록 의무화한 것이 전액관리제이다.

전액관리제는 '운송수입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임금액 변동이 심하고, 고정급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운송수입금이 적은 때에는 근로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정도의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납금제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액관리제가 시행되었어도 사납금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그 전신인 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정한 전액관리제는 운송수입금 전액 수납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근거가 없었다.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놓고 택시기사가 납부한 운송수입금이 운송수입금 기준액에 미달하면, 미달된 만큼 급여에서 공제해도 법 위반이 아니었다.

전액관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사납금은 '운송수입금 기준액'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았다.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벌지 못한 택시기사는 액수를 채워서 납부해야 했다. 운송수입금 전액만 수납하면 급여를 어떻게 정하든 문제되지 않았다.

'허수아비 전액관리제' 시행 20년만에 이뤄진 보완, 그러나...

전액관리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야 일부 보완이 이루어졌다. 기존 전액 수납의무 조항 외에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않을 것, 운행 경비를 택시기사에 전가하지 않을 것 등의 조항을 추가한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2020. 1. 1.부터 시행됐다.

당시 개정이유는 "사납금 제도는 장시간 택시노동을 조장하는 등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처우를 어렵게 하는 병폐로 오랜 기간 지적되어 온바,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관한 구체적 근거를 명시함으로써 택시업계의 고질적 관행인 사납금 제도를 근절하고 일반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국민에 대한 양질의 택시서비스 제공에 이바지"한다는 것이었다.

ⓒ연합뉴스

여전히 건재한 사납금제... 시험대에 놓인 정부 시행

거창한 개정이유에도 불구하고 사납금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택시회사는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포기하지 않았다. 법 위반의 위험을 감수하고 운송수입금에 미달한 만큼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법을 굳이 택하지 않아도 된다.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다 납부하지 못한 택시기사의 배차를 제한한다. 운송수입금 기준액은 기존 사납금과 같게 하거나 더 높게 잡는다. 택시회사는 경영상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대신 장시간 근로, 불안정한 수입, 경영상 위험은 택시기사의 몫으로 변함없이 남는다. 본질적으로 바뀐 것이 없으니 사납금제가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전액관리제를 위반하면 1회 500만 원, 2회 1000만 원, 3회 이상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과태료 처분은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다시 3회 이상 위반하면 최대 5대의 감차 명령이 내려지게 돼있다. 과태료를 벌점으로 환산하여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는 행위를 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했다는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없다(운송수입금이 기준액에 미달한 만큼 급여에서 공제한 택시회사에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있다). 감차나 면허취소도 없다.

최근 서울시가 전액관리제 실태와 관련하여 관할 택시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다행인 일이지만 여전히 걱정이 남는다. 행정관청은 전액관리제 규정을 좁게 해석해 운송수입금 기준액에 미달한 만큼 급여에서 공제하는 행위, 운송수입금 기준액 만을 납부 받는 행위 등만을 법 위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법문에 명시된 그대로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는 행위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보고 처분해야 한다. 이것이 입법 취지다.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면, 운송수입금 기준액 미납을 불성실 근로로 간주하고 징계하는 택시회사를 우선 단속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고인의 외침이 헛되지 않도록 예전과는 다른 서울시의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해 본다.

▲황규수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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