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불참? 결재 올려라"…연말연시 직장인 '회식 갑질'?

직장갑질119 "회식 강요,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

"일과시간 이후 단체 회식을 진행하면서, 불참할 경우 불참사유를 적어 내부 결재를 득하도록 했습니다. 6시 이후는 업무시간도 아닌데 마치 업무시간처럼 통제하고 결제까지 받아야 회식을 빠질 수 있게 하고, 결재에서 개인 사정을 적어내게 한 점이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지난 2월 직장갑질 119 메일로 접수된 제보 중)

"부장이 2차 회식이 끝난 뒤 제게 단둘이 3차 회식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고 둘만 술자리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직원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부장이 제게 무조건 단둘이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부장은 제 외모와 몸매를 평가했고, 저는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지난 2월 직장갑질 119 메일로 접수된 제보 중)

연말·연시 회식 자리가 늘면서 회식을 강요하는 직장 내 '갑질' 제보가 늘고있다. 사업주, 상급자 등이 직장에서 회식을 강요하고 불참하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겁박까지 하는 사례도 있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03건 중 회식 참여와 관련 있는 내용은 48건으로, 이중 회식 강요가 3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17일 밝혔다. 18건은 일방적으로 회식에서 배제하는 제보였다.

회식 강요 사례는 모두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회식을 강제로 참석하게 한 것이었으며, 제보자들은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까지 받았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한 제보자는 음주 강요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식자리에서 상급자가 갑자기 제게 술을 왜 마시지 않냐고 마시라고 강요하면서 너는 동료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따졌다"며 "이런 술 강요를 당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연말 모임이 늘고 있는 가운데 9일 밤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제보자는 회식비 지출을 강요받았다고 했다. 제보자는 "부서 내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 만원씩 금전거출을 하고있다"며 "저는 몇년전 부터 회식도 불참하고 회식비도 내지않고 있는데 얼마전 부서장이 회식비 안 내는것과 참석하지 않는것을 거론하며 다시 말이 나오면 타 부서로 전출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되는 데 따른 괴로움을 호소한 직장인들도 있었다. 다수의 동료가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따돌림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제보자는 "한 달째 투명 인간 취급받으며 업무를 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저를 빼고 회식까지 했다"고 했고,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저를 괴롭히는 상급자가 어느 날 제게 와서 '앞으로 회식에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회식 강요'와 '회식 배제' 모두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 119 이상운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도 이미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음주와 회식에 관대한 우리 사회,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 회식을 둘러싼 강압과 배제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 말하면 그 사람이 오히려 가혹한 사람, 사회성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어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 술과 저녁 회식을 당연시 하는 낡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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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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