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환경정책, 기후위기시대를 역행하다

[함께 사는 길] 환경정책 세워야 하는 정부가 논란의 중심에?

지난 7월,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그 결과로 폭염이 일상화되는 악순환을 언급한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온도가 2021부터 2040년 안에 산업화 이전과 비교에 1.5℃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2018년 IPCC의 예상보다 10년 이상 빨라진 전망이다. 지구평균기온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이며, 이를 위한 정책 수립과 이행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은 이와 거꾸로 가고 있다. 출범 당시 설정한 120개 국정과제에서 환경 분야 과제는 4개에 그쳤다. 과제 목표 설정에 따른 세부 추진사업도 생활쓰레기(일회용품 등) 감량 외에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적인 사업이 드물었다. 오히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하여 기존의 환경정책에 반하는 정책 기조를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 취임 2년 차인 2023년의 환경정책은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사자성어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을 도외시하며, 원전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축소했다. 환경부는 토목개발사업을 허용하기 위해 국립공원 구역을 해제하고, 기업활동을 우선하여 규제를 면제했다. 환경부는 본분으로부터 길을 잃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행정기관의 설치·조직과 직무 범위를 정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제40조에서 '환경부 장관은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방지, 수자원의 보전·이용·개발 및 하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의 환경 가치를 세우고, 이를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반영시켜야 할 환경부가 나서서 환경 가치를 지우면서 그 존재에 대해서 의구심을 들게 만들고 있다. 시간순으로, 올해 발표시행된 주요 환경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전국 321개 시민 환경단체가 지난 11월 21일 전국 곳곳에서 환경부의 1회용품 규제 철회 규탄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일회용품 쓰레기로 죽어가는 인류의 영정 사진을 들고 퍼포먼스하는 참가자들. ⓒ함께사는길

보호지역 포기

먼저, 개발사업에 따른 보호지역의 포기다. 11월 20일, 설악산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착공됐다. 지난 2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해주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서 검토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의 사업불가 의견을 무시하고 내세운 조건부는 '지형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이다. 토목개발사업에 대해 '산양'의 서식지인 국립공원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40년의 노력이 환경부에 의해 무너졌다. 비단 설악산만의 비극에 그치지 않는다. 흑산도국립공원은 공항 건설 예정지에 편입되면서 일부 지역이 해제됐고, 제주 서귀포 지역은 제2공항 건설지로 환경부의 조건부 협의로 결정되면서 공항 건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민환경연구소가 5월에 실시한 '환경기후에너지정책 전문가 평가'에서 보호지역 해제와 관련하여 응답한 열 명 중 여덟 명이 '환경부의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례행사된 녹조, 포기한 국가 물 관리

과거 이명박 정부가 진행한 4대강사업 이후 보로 갇힌 하천에서의 녹조 대발생은 연례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녹조류 특히, 남세균으로 인한 독성은 상수원 수질을 위협했고, 수돗물에서의 독성물질 검출 논란까지 이어졌다. 2016년 「물관리기본법」 제정 이후 하천의 자연성 회복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환경부는 이미 수립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강하천의 자연성 회복 원칙을 철회했고,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삭제했다. 국가계획이 수립되고 의결된 지 2년 만에 내용을 바꿀 때는 적어도 그에 따른 사전 검토나 민주적 절차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번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계획변경은 '급하게' 처리됐다. 말 그대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하는 물 관리 분야 최상위 계획이 환경부의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국가 물 관리의 컨트롤 타워로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위상은 '희망'에 그치고, 환경부의 자문위원회 정도로 추락한 현실을 방증했다. 환경부의 물 관리 분야 업무는 2016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국토부에서 맡았던 수량 업무를 이관받았다. 당초 수량과 수질의 이원화된 관리를 넘어선 생태까지 포함한 통합관리를 기대했으나, 현실은 물 관리 규제와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견제가 사라진 아이러니한 '공룡' 부처만이 남았다.

일회용품 규제, 연기 거듭하다 백지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백지화'와 관련하여 언론은 '거꾸로 가는', '나 몰라라', '두 얼굴', '신뢰를 제 발로 걷어찬 ', '헛발질', '과거 환경부와 현재 환경부' 등으로 환경부의 모순을 지적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과 일회용품 사용 감량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쓰레기 문제는 일상에서 체감하는 가장 우선해서 해결해야 하는 생활환경 문제로 대두되었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진행한 '환경기후에너지정책 전문가 평가'에서도 현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분야로 탈플라스틱 사회 목표 강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 20% 감축 등을 꼽았다. 하지만 환경부는 일찍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하면서 사회적 비판을 받더니, 지난 11월 24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일회용품 사용규제도 사실상 백지화했다. 환경부는 지난 2022년, 편의점과 음식점에 사용하는 비닐봉지,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접시,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일회용품에 대해 규제하고자 했지만, 현장 혼란을 이유로 일 년간 계도기간 두고 실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계도기간이 끝나갈 즈음, 환경부 장관은 소상공인 간담회 개최(11월 3일)로 일회용품 규제 연기를 암시했고, 이어서 바로 일회용품 규제 정책 시행을 백지화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1년간의 준비는 '소상공인 비용부담과 소비자 불편'을 내세운 환경부의 변심으로 무용해졌다.

ⓒ함께사는길

'탄소감축목표 못 높여!' 의견서 낸 환경부

탄소중립기본법 및 시행령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래세대는 이 감축목표가 기후위기로부터 미래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 '기후 소송'이 진행 중이다. 11월 13일 자 <국민일보>에 의하면, 환경부는 '기후위기 헌법소원' 심리 중인 헌재에 "현행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으로도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야기한다"며,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만을 좇을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정책 중 '국가온실가스 배출 및 관리'의 주무관청으로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를 총괄하는 환경부가 현행 감축목표가 기후위기에 비해 너무 미온적이라 위헌이라는 청구에 '반대'한 것이다. 참고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보다 앞선 지난 6월에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낮아 미래세대가 많은 부담을 안게 되고, 이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탄소중립기본법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원전 지원 16배 늘리고 재생에너지 예산 반으로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공개한 산업통산자원부의 2024년 원전·재생에너지 지원 예산 현황자료에 의하면, 내년 원전 지원 예산은 1420억 원으로 올해(89억 원)보다 16배 늘어났고, 재생에너지 예산은 올해 1조1092억 원에서 내년 6330억 원으로 절반이 줄었다. 관련 연구개발 예산도 원전은 262억 원 늘었지만, 재생에너지는 269억 원 삭감됐다.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원전을 선택한 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3년 차에 더 분명히 목도하게 될 전망이다.

올 한 해에 주요 논란이 된 환경정책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환경보전의 의지를 살펴봤다. 환경을 우선하는 정책의 실종이라고 단언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무엇보다도 환경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있어 서로 다른 가치에 대해 소통하고, 협의하는 과정의 실종이 우려스럽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체계의 무시는 곧 민주주의의 퇴보를 의미하며, 환경정책에 있어 가장 중심에 놓여 할 국민이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없는 정부, 환경을 보호하지 않는 환경부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현 정부 취임 2년 차가 지나는 지금 환경정책에 있어 정부의 존재 의미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함께사는길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