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세배' 떠올리게 한 대선주자 원희룡의 '전광훈 앞 간증'

[이모저모]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4일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기독교 집회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 장관은 후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목된 날인 4일 저녁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해당 집회는 전광훈 목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총선 출마를 의식한 듯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발언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 인천 계양을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전광훈 목사는 "아따 원희룡 간증 잘하네. 내가 아주 쏙 빠지게 하네. 쏙 빠지게 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여권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유력 인사다. 그런 원 장관이 퇴임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란의 상징'이 됐던 극우 인사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여한 것이다. 총선 출마 채비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한 상징적 정치 행위다.

이같은 행보는 과거 원 장관이 보수 정당의 '소장파'로 개혁을 내세우며 활동하다가 이른바 '전두환 세배' 사건으로 한순간에 이미지를 깎아먹었던 일화를 떠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학교 재직 시절 '정통 운동권'으로 이름을 날리던 원 장관은 사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한 후 잠깐 검사 생활을 하다가 정치에 입문했다. 보수 계열 정당에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한 축으로 개혁 소장파 간판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대선 경선에 나섰던 2007년 1월 3일 원 장관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전 전 대통령에게 세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개혁파 이미지를 한순간에 날린 경험이 있다. 전두환 독재와 맞서 싸웠던 보수 정당의 젊은 정치인과, 보수표를 받기 위해 전두환 앞에 납작 엎드린 '구태 행보'는 이질적이다. 프로이트의 표현대로라면 '언캐니(Uncanny, 이질적 불쾌함)'하다.

원 장관 본인도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두환 세배' 논란에 대해 "평생 사죄하겠다", "수백, 수만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원 장관은 사석에서 기자들고 만났을 때도 '전두환 세배' 논란을 자신의 뼈아픈 실수로 자주 자책했다.

원 장관은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함께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다. '우파를 천하통일했다'는 발언과 국민의힘을 접수하겠다는 발언 등 숱한 망언을 쏟아냈던 극우 인사 전광훈 목사는 여권 내에서 '사고뭉치' 이미지로 고착화돼 있다. 김기현 대표조차 거리를 두는 인사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 목사 주최 집회에 참석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당에서 중징계까지 받았다.

원 장관의 행보 자체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본인 스스로 질 짐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대선 주자로서 전광훈 목사라는 극우 인사와 함께 한다는 이미지는 원 장관의 향후 정치행보 과정에 두고두고 따라다닐 것이다. '전두환 세배' 파동처럼.

운이 나쁘게도,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원희룡 장관이 19대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경선에 출마한 후, 2007년 1월 3일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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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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