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무원장 자승, 화재 현장서 입적…"CCTV에 다 녹화됐다"

차량서 메모 등 발견…경찰은 다른 가능성 배제 안 해

조계종 전 총무원장(34대)인 자승 승려(69)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入寂)한 가운데, 조계종은 이를 소신공양(燒身供養, 자신의 몸을 불살라 공양함)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은 기타 가능성을 놓고 수사 중이다.

30일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인 우봉 승려는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이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어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傳法度生, 부처의 말씀을 중생에게 전해 중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함)을 발원하며 소신공양해 모든 종도에게 경각심을 일깨우셨다"고 밝혔다.

조계종에 따르면 자승 승려는 전날(29일) 오후 6시 50분경 경기 안성시 소재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법랍 51년 세수 69세로 원적(圓寂)했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 승려를 장의위원장으로 해 장례위원회를 꾸렸다. 분향소는 조계사에 마련해 다음달 3일까지 자승 승려의 장례를 5일간 종단장(宗團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분향소는 이날 오후 중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사 외에도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를 비롯해 전국 각 교구 본사와 종단 직영 사찰인 봉은사 등에 지역분향소가 마련된다.

장례 마지막 날인 다음달 3일 오전 10시에는 영결식이 예정됐다. 다비장(茶毘場, 다비는 불교에서 승려가 사망하면 치르는 화장)은 자승 승려의 본사인 용주사 연화대에서 치를 예정이다.

자승 승려의 종단장은 조계사에서 처음 행하는 전직 총무원장의 종단장이다.

▲30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스님이 전날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화재로 입적한 자승 스님 장례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마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이다. 현재 경찰 조사 결과 자승 승려의 법구가 발견된 요사채(寮舍寨, 승려의 거처)를 드나든 인물은 자승 승려가 유일하다.

경찰은 자승 승려의 차량에서 메모를 발견해 필적을 감정하기로 했다. 자승 승려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메모는 칠장사 주지 승려를 향해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경찰을 향해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는 메모도 발견됐다.

이 메모 내용과 정황상 자승 승려가 직접 입적을 선택했을 가능성은 커 보인다. 그러나 명확한 동기가 밝혀지지 않아 경찰은 타살이나 방화 등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계종은 자승 승려를 두고 "총무원장을 지내면서 불교 쇄신에 앞장섰고, 승려노후복지제도를 도입해 오늘의 조계종 승려복지회 초석을 다졌다"고 밝혔다.

또 자승 승려가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주역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자승 승려는 총무원장 취임 후 용산 참사를 비롯해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장 등을 찾아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섰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전신인 노동위원회 출범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30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 요사채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이 화재로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입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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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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