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유령업체와 전광판 2년간 52억원 어치 계약

2년간 80% 독식했으나 상주직원 한 명 없어

전남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와 교육기관에 '전광판 설치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주직원도 없는 유령업체에 2년간 50억 원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남 각급학교와 교육청 산하 공공기관 등은 교육 정보 홍보용 전광판과 날씨 등을 안내하는 기상 전광판을 건물 외벽에 설치해 왔다.

전광판 설치사업에서 나주의 A사는 최근 2년간 지난 2022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전남교육청 관내에서 발주된 237건의 전광판 사업중 182건(76.7%)을 수주했다. A사 외 다른 업체들은 5∼6건에 불과했다.

▲교육청이 추가로 전광판을 설치하면서 기존 전광판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학교 건물 뒤편에 설치한 전광판ⓒ박형대 전남도의원

특히 A사는 상대적으로 금액이 높은 대형 전광판 사업을 독식했으며 지난 2년간 진행된 전광판 설치 예산 61억원 중 A사가 수주한 금액은 52억원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남교육청은 "일선 학교들이 본점이 전남에 있는 A사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감 지침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각종 물품 구매시 지역업체를 우선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인등기를 확인해 본 결과 2021년 1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설립된 A사는 그해 11월 29일 본점을 전남 나주시로 이전했다. 이후 그 다음해 1월부터 전남지역 전광판 사업을 독점했다. 일부 군은 설치된 모든 전광판이 A사 제품이다. 한 학교에서 2개나 3개의 A사 전광판을 설치한 경우도 있었다.

▲전남 나주시의 한 오피스텔에 있는 전광판 업체 본점 사무실. 전남교육청 관내에서만 최근 2년간 5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본점은 문이 잠겨 있고 사람도 없었다.ⓒ프레시안

지난 20일 나주시의 한 오피스텔에 있는 A사를 찾아갔지만 상주하는 직원이 없었다. 사무실 출입문에 회사 이름은 붙어있었지만 문이 잠겨 있었고 인기척도 없었다. 1층 우편함도 텅 비어 있었다. A사 홈페이지에서는 회사 주소지를 광주광역시 광산구로 안내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전남에는 없다.

A사 관계자는 "본점 근무 직원이 몸이 안 좋아 잠깐 집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회복하면 다시 근무할 것"이라면서 "전남에서 대형 전광판을 제작하는 곳이 우리 밖에 없고 AS도 직접해 입소문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특정 업체의 전광판 독점 의혹을 제기한 박형대 전남도의원(교육위원회)은 "필요하지도 않은 전광판을 중복 설치하는 학교가 많다"며 "계약 전 과정을 검토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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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광주전남취재본부 박진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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