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샘 알트먼, 오픈AI 복귀 대신 MS 합류

주말 사이 실리콘밸리 뒤흔드는 거인의 행보, 결정나다

전 세계에 인공지능(AI) '지진'을 일으킨 '챗GPT'를 만든 오픈AI 창업자 샘 알트먼(Sam Altman)이 오픈 AI로 복귀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충격적인 창업자의 해고 소식이 알려지자 마자 곧바로 알트먼의 CEO 복귀 루머까지 나오는 등 오픈AI 이사회 내부의 알력다툼 '드라마'가 시간 단위로 새로운 소식을 알리면서 실리콘밸리가 혼란에 빠졌다.

"알트먼, MS 합류오픈AI 복귀 무산"

19일(현지시간) BBC는 "샘 알트먼이 회사의 게스트 ID 패스를 들고 (출근을 강행해) 본사에 자신의 사진을 올렸으나 그가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BBC는 "지난 주말 사이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직원들과 투자자들이 알트먼의 복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온 건 맞지만 "이사회 이사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 수석 과학자는 지난 일요일 밤 직원들에게 '알트먼은 복귀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이에 따라 (알트먼을 따르는) 많은 직원이 사직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가디언>도 샘 알트먼이 이사회와 복직 협상을 했으나 "실패"했다며 "챗GPT의 개발자는 오픈AI의 CEO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사로부터 퇴출된 지 이틀만에 알트먼이 자신을 쫓은 이사회와 오픈AI 복귀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결렬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소식을 처음 보도한 매체는 IT 전문매체 <더 인포메이션>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20일(현지시간) MS가 알트먼이 자사에 합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로이터>는 "MS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오픈AI로부터 쫓겨난 CEO 샘 알트먼과 (공동창업자이자 전 오픈AI 회장)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이 MS에 합류해 새로운 첨단 AI 연구팀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팀에는 알트먼을 쫓아 오픈AI를 나온 동료 직원들도 합류할 예정이다. 알트먼 퇴출 소식이 알려진 후 동료 과학자 3명이 곧바로 오픈AI를 관둔 바 있다.

아울러 나델라 CEO는 예전 트위치(Twitch)의 CEO였던 에밋 시어(Emmett Shear)가 오픈AI의 새로운 CEO로 임명됐다고도 전했다. 나델라는 "에밋 시어와 오픈AI의 새로운 리더십 팀을 잘 안다"며 "그들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 자지라> 또한 이 소식을 전하며 다만 "오픈AI는 이 소식에 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주말 세계를 뒤흔든 혼란

이에 따라 지난 이틀간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전 세계 IT 업계를 큰 충격에 빠뜨린 알트먼의 행보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오픈AI 이사회는 "최고 기술 책임자(CTO)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오픈AI를 이끌 임시 CEO로 임명됐고 샘 알트먼은 회사를 떠난다"고 블로그에 성명을 발표했다. 창업자이자 챗GPT, 챗GPT-4로 세계에 근본적인 변혁을 낳은 인물로 떠오른 이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사회는 당시 알트먼의 사임 이유로 "심의 검토 결과 그가 이사회와의 의사소통에 일관되게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의 책임 수행 능력이 저해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사회가 더는 오픈AI를 이끌 그의 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18일 해임 당사자인 알트먼은 X에 "예상치 못한 점은 (해임 소식이) 마치 살아 있는 채로 내 추도문을 읽는 듯한 상황"이라고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알트먼과 브록만의 축출 이후 오픈AI 이사회는 크게 사내 이사인 일리야 수츠케버와 3명의 사외 이사로 구성됐다. 사외 이사 명단은 애덤 디안젤로(Adam D'Angelo) 쿼라 CEO, 타샤 맥컬리(Tasha McCauley) 랜드코퍼레이션 과학자, 헬렌 토너(Helen Toner) 조지타운 보안 및 신흥 기술 센터 이사다. AI의 신중하고 안전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일리야 수츠케버가 과감한 개발과 수익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는 알트먼을 축출한 것으로 여겨졌다. <더 인포메이션>은 알트먼 해임이라는 '반란'을 이끈 이가 일리야 수츠케버라고 보도한 바 있다.

즉 더 과감한 AI 발전을 주도한 알트먼이 신중파로부터 밀려났고, 이 소식이 IT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자 그의 복귀가 재논의되는 상황인 셈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오픈AI에 13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IT 거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IT 업계 주요 회사와 인물로부터 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장 실리콘밸리의 대표 인물인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알트먼 복귀를 공개 지지했다. 그는 알트먼을 두고 "우리의 세계를 영원히 바꾼 영웅"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샘 알트먼 전 오픈AI CEO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에이펙(APEC) CEO 서밋에 참석한 모습. ⓒReuters=연합

쫓더니 복귀 협상 소식도

그런데 해고 소식이 알려진 지난 주말 사이, 즉 불과 이틀 사이 알트먼이 오픈AI와 복귀 협상을 타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더 버지>는 "이 문제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오픈AI 이사회가 샘 알트먼이 CEO로서 회사에 복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이 "알트먼이 상당한 지배구조 변화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오픈AI 이사회와 알트먼은 이미 지난 18일 원칙적으로 알트먼과 역시 지난 17일 사임한 공동창업자 그렉 브록만(Greg Brockman) 회장의 복귀에 "합의" 했다고도 보도했다.

<더 버지>는 "어젯밤(18일 밤) 오픈AI가 알트먼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사회는 혼란에 빠졌다"며 "오픈AI 최고 전략 책임자(CSO) 제이슨 권(Jason Kwon)은 '회사는 알트먼의 복귀에 낙관적이고 앞으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직원들에게 이미 통보했다"고도 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많은 오픈AI 직원들이 X(예전 트위터)의 샘 알트먼 계정을 찾아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 "알트먼을 향한 지지를 표명했다"고도 매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알트먼은 19일 자신의 X 계정에 "나는 오픈AI팀을 매우 사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주말 사이에 사실상 그의 복귀 의사로 해석됐다.

▲미라 무라티 오픈AI CTO. 오픈AI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샘 알트먼을 대신해 무라티가 임시 CEO로 선임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연합

AI 과감한 개발이냐, 신중 행보냐

알트먼의 복귀를 둘러싼 혼란상은 임시 CEO 선임 소식에서도 이어졌다. 당초 오픈AI는 알트먼을 대신해 미라 무라티 오픈AI CTO가 임시 CEO를 맡고, 영구적인 CEO를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소식 직후에도 반대 루머가 나왔다. <더 인포메이션>과 BBC 등은 "예전 트위치(Twitch)의 CEO였던 에밋 시어가 새 임시 CEO로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시어는 지난 3월 아마존이 소유한 트위치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픈AI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다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에밋 시어가 오픈AI 이사회와 성향이 비슷한 인물이었다는 점이 루머의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에밋 시어는 섣부른 AI 개발이 낳을 파국을 우려하고 더 안전하고 느리게 AI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결국 에밋 시어가 오픈AI의 새 CEO가 됨에 따라 오픈AI는 당초 초심대로 과감한 AI 개발의 위험을 견제하면서 비영리조직으로서 성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세계를 뒤흔든 혼란상의 주요인은 AI 개발에 관한 의견 차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 뒤에는 거액의 투자금이 자리하기도 했다.

알트먼의 해고 소식이 전해진 후 앞으로 86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의 주식 매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고 그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가 알트먼의 복귀를 오픈AI 이사회에 직접 요구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직접 알트먼과 이사회 사이의 중재자로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MS가 알트먼의 MS 합류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알트먼과 오픈AI의 복귀 협상 당시 제3의 대안으로 알트먼이 새 회사를 창업하는 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는데,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양자의 협상이 결렬된 후 MS가 알트먼을 직접 데려오기로 했을 수 있다.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알트먼이 이사회 교체를 조건으로 오픈AI 복귀를 검토하는 한편, 이전 동료들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옵션도 갖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알트먼이 새로운 창업을 논의하는 인물은 애플의 전 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Jony Ive)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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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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