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자신의 임기에 대해 "(헌법재판소) 소장의 임기가 10개월, 11개월 되는 것은 굉장히 짧다는 생각"이라며 "그(임기 만료) 시점 전에 밝히겠다"고 밝혔다. 연임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 아니지만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이 후보자가 연임을 목적으로 정권 맞춤식 판결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자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헌재소장 인사청문회에서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재판관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임기가 끝난 후에 다시 지명하면 어떻게 하시겠나. 소신껏 말해달라"고 질의하자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자는 2018년 10월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돼 남은 임기가 11개월이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지만, 헌재소장의 임기에 대한 법 규정은 따로 없어 관행적으로 재판관 임기와 소장 임기는 연동돼왔다. 이 후보자의 사례처럼 헌법재판관 재직 중 헌재소장으로 임명된 박한철·이진성·유남석 전 헌재소장 모두 헌재소장 임명 후 잔여 임기 동안만 근무했다. 전례를 따를 경우 이 후보자는 11개월 임기를 마치고 헌재소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이 후보자가 이를 두고 "굉장히 짧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후보자는 "지금 제 원래 임기(11개월)까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이후에 관해서는 제가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연임)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라면서도 "제가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답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에 양 의원은 "이진성 헌재소장 같은 경우 불과 11개월밖에 못했다. 헌법 112조 1항 후단에 연임할 수 있도록 되어있음에도 하지 않는 이유는 헌법재판소장이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은 임기 동안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라며 재차 답변을 유도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아마 그(임기 만료) 시점 전에 저도 제 생각을 정리해서 밝히도록 하겠다"면서도 "우리나라 재판관들의 임기가 지나치게 짧다는 이야기를 외국 회의에 가면 늘 들었다. 임기 6년인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는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대부분 9년, 12년, 종신 이렇기 때문에 소장의 임기가 10개월, 11개월인 건 굉장히 짧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후보자가 보수 성향이 강한 데다 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도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이날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가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으로 헌재소장에 내정된 것이라며 공세를 폈다.
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개인적 인연에 더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사건 주심을 맡아 기각을 결정한 것에 대한 보은인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현 대통령이 맡았던 사건을 재판한 적이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료를 정리해서 파악해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과거 2021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때 청구한 검사징계법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동기라는 연고 관계'를 이유로 회피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 전부터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 그로 인한 편향적 판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자, 이 후보자는 이를 의식한 듯 모두발언에서 "'헌법재판관들은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대법원장에 의하여 선출 지명되어 임명되지만 일단 재판관에 취임한 이상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오로지 국민에 대하여만 책임을 지는 마음가짐으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임을 국민 앞에 다짐한다'라고 하신 조규광 초대 헌법재판소장님의 취임 일성을 늘 기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낙태죄 합헌 결정, 공수처법 위헌 결정, 검수완박 법안 입법 취소 결정 등 보수 적 판결을 다수 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후보자의 그동안 판결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서 우리 헌법의 제1명령인 민주공화제의 원리가 혹시 약화되지 않을까, 국민의 자유나 권리가 확장되기는커녕 퇴행을 가져오게 되지 않을까 국민 우려가 많은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제가 보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한 것 아니냐 하는 보도를 보고 있다"며 "그래서 좀 더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편향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점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위장 전입 의혹 등 법 위반 의혹도 제기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화곡동에서 송파동 거여동 아파트로 위장전입해 1억2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반포 미도아파트에서도 5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며 "시세차익을 이용해 반포 한양아파트를 3억7000만 원에 매입, 36억 원에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로 낙마했던 경우가 많은데 후보자가 지금 위장전입을 총 여섯 차례 했는데, 고위공직자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라고 스스로 생각하시고 사퇴하실 의향은 없느냐"고 몰아붙였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여하를 막론하고 고위공직자 또 후보로서 과거에 위장전입이 있었던 것 잘못된 점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면서도 "그 점 때문은 (사퇴 의향은) 없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여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가 없다며 옹호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이 후보자의 2018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회의록과 심사보고서를 검토해 보니 헌재소장으로서 결격 사유를 찾을 수 없었다"며 "지금까지 5년여 동안 법과 원칙, 객관적 양심에 따라서 재판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이 후보자를 공격하는 야당에 대해 '내로남불'이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 청문회 당시 아들이 13살 때 대치동에 위장전입한 의혹이 있었지만 사퇴 안 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받아쳤다.
이어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기각 결정에 대한 보은인사로 지금 후보자가 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탄핵심판 기각 결정 전원일치 아니냐"며 "그러면 나머지 일곱 분들도 다 보은을 해 드리셔야 되겠다. 대통령 하실 일 많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서 공정성이 의심된다라는 이런 주장들이 나오던데 지금 헌재재판관 8명 중에 서울대 법대 몇 명인지 아시나. 8명 중에 서울대 법대 6명"이라며 "인사 자체가 친분에 의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팬클럽 카페지기가 코레일유통 이사가 되기도 했다. 참 이른바 '내로남불'이 너무 심하다"고 꼬집었다.
여야는 한편 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재추진 절차의 적법성을 두고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박형수 의원은 "민주당의 이 위원장 탄핵안 철회와 국회의장의 수리를 두고 국회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 안건은 72시간 안에 의결되지 않으면 폐기된 것"이라며 "다시 이 발의를 하는 것은 일사부재의에 의해 당연히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 후보자의 의견을 물었다. 이 후보자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예정인 내용에 대해 의견을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이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철회 후 재추진하는 데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반면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국회 안에서 본회의에서 안건은 의사일정에 포함되어야 비로소 의제가 된다. 그것은 이미 국회 용어 해설집에도 '의제라는 것은 당일 회의에서 논의의 대상이 된 안건의 제목' 이렇게 되어 있다"며 "실제로 본회의에 보고만 된 상태의 의안은 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철회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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