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모델은 안철수? 김종필?…'TK 혼란' 파고들어 '교란작전' 벌이는 李

[이모저모] 이준석 신당이 추구하는 시나리오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신당론을 띄우며 '승부처'를 TK(대구·경북)로 삼겠다고 나선 가운데 TK 민심이 심상찮게 흐르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8일~10일 실시해 12일 공개한 주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TK 지역에서 윤석열 대통령 긍정 평가율은 전주(57.9%) 대비 15.7%포인트 급락해 42.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알엔서치 측은 "서울에서 지지율이 2.3%p 상승해 42.1% 반면, TK에서는 지지율이 급락했다"며 "서울의 보수층은 결집하는 반면, TK에서는 당내이견으로 이완되는 모양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신당론'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TK를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TK 민심이 이 전 대표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볼 순 없다. 다만 최소한 '당 내부에서 같은 편끼리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 집중 부각되며 TK 민심에 출렁거린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국민의힘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 차례나 만난 일이나, 대구의 재래시장을 찾고 연일 '박정희를 배우자'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TK 민심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TK에 공을 들이고 있음에도불구하고 TK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이 틈새 속으로 이준석 전 대표가 비집고 들어가 TK 민심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는 가장 쉬운 도전일 수 있지만 새로 뭔가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도전이 그 아성(대구·경북)을 깨는 일"이라면서 "대구에 출마한다면 12개 지역구 모두 다 신당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도전이다. 만약 (대구 출마를) 한다면 가장 반개혁적인 인물과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11일엔 자신의 신당 구상 논의를 위해 측근들인 '천아용인'(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허은아 의원·김용태 전 최고위원·이기인 경기도의원)과 간담회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TK, PK(부산경남) 등 생각지 못했던 국회의원 몇명이 이 전 대표에게 연락을 해왔다는 걸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 '이준석 신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1996년 총선때 대구 공략에 성공했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사례를 끌어오면서 "15대 총선 당시 대구에 자민련 바람이 불었던 것은 YS(김영삼) 정권 출범 당시 대구에 설립 예정이던 삼성 상용차를 부산으로 가져간 데 대한 반감과 중심인물로 거물인 박철언 장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는) 상황 인식의 오류이고 정세 판단의 미숙"이라고 주장했다.

15대 총선 당시 자민련은 충청권 의석을 사실상 싹쓸이하고 김영삼 정부에 불만을 가졌던 대구에서 13석 중에 8석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문민정부(김영삼 정부)에 대한 불만과 함께 새로운 리더(김종필)를 주축으로 한 '대안 보수'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같은 지적에 이 전 대표는 "홍 대표(홍준표 시장)님 말씀이 정확하다. 어려운 도전"이라며 "어려워서 도전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려우니까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신당이 차려진다면 대구에서의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기에 비상한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대구 공략'과 관련해 다른 사례를 언급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있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을 창당해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심장 호남에 후보를 내 '국민의힘 돌풍'을 일으켰던 일이다. 당시 문재인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불신, 그리고 안철수라는 새 인물의 결합이 '민주당 텃밭'에서 반란을 가능케 한 바 있다. 특히 서울,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당시 수도권 야권 지지층은 '비례는 국민의당'으로 교차투표를 던져 위력을 실감케 했다.

대구와 광주의 상황은 다르지만, 당시 광주전남에서 민주당 일극 지역주의에 균열을 내는데 성공한 것처럼 이 전 대표가 대구에서도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TK 지역의 새로운 맹주(윤석열)은 2016년 광주에서 문재인처럼 허약해 보이고, 합리적 보수층이 '양극화된 정치권'에 비판적이라는 점은 유사하다. 제3당으로서 국민의당이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광주라는 '지역 기반'이 어느정도 뒷받침될 때 가능했다. 물론 정치사에서 '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되는 일은 없다. 이런 구상이 TK에서 실현 가능한지의 문제도 완전히 별개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대통령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7월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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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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