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尹정부 들어 '듣보잡' 너무 설쳐"…또 쓴소리만 듣고온 인요한

尹 앞에 서면 작아지는 '인요한 혁신위'…3호 혁신안은 '청년?' 印 "비례대표 3·40대로 내려가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가 8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 당내 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최근 인 위원장은 홍 시장에 앞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등 당 주류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만나 왔다. 그러나 '대통령실·검사 공천설'이 도는 가운데 당정관계 이슈에는 침묵하는 등 혁신위가 유독 용산 앞에서는 작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인다. 홍 시장도 이날 인 위원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등에 업은 '듣보잡'들이 당을 망쳐놨다고 쓴소리를 했다. 홍 시장은 인 위원장의 '도와달라'는 요청에도 "듣보잡 때문에 싫다"고 거절했다.

인 위원장은 8일 대구시청을 찾아 홍 시장을 만났다. 인 위원장이 "한 수 배우러 왔다"고 말을 건네자 홍 시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 듣보잡들이 너무 설친다"며 "대통령을 믿고 초선이나 원외 아이들, 듣보잡들이 나서서 중진들 군기 잡고 설치는 바람에 이 당에 중진 역할이 없다"고 친윤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초선도 설치고 원외도 설치고, 대통령과 거리가 가깝다고 하는 그 사람들이 설치는 바람에 당 위계질서가 다 깨지고 개판이 되고 있다"며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 대해 "앞에서 이 말하고 돌아서서 뒷머리 치는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 평생 자기 옳다고 생각한 것을 쳐다보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걸 이용해 먹는 세력들이 문제가 크다. 대통령에 호가호위하고"라고 다시 친윤계를 비판했다. 이어 "최근 대통령이 많이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이용해먹으려는 세력들을 지금 멀리하고 있다. (친윤계가)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았나 그런 의심을 대통령이 많이 갖고 있다"며 "대통령이 저런 비난을 받는 것은 안타깝게 본다. 혁신위에서 정리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 시장은 혁신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혁신위를 만든 것은 '(친윤계가) 저질러 놓은 것 적당히 수습해보라. 수습 못하면 혁신위에 덮어씌워 정리하겠다' 그 얄팍한 생각"이라며 "모든 권한을 쥔 자들이 횡포 부린 것이 1년 반이 넘지 않나. 그게 수습이 되겠나"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인 위원장은 "우리(당)가 대통령의 얼굴이다. 우리가 책임감 있게 똑바로 해야 한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듣보잡들 때문에 싫다. 듣보잡들, 설치는 애들은 내년에 자동 정리될 것"이라며 "총선에 일체 관여하지 말라고 (나를) 다 죽여놨는데 지금 와서 총선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 내년 새판 짜여지고 난 뒤에 시작하면 된다"고 거절했다. 다만 그는 "이준석이나 유승민이나 탈당 예정인 사람이지만 나는 탈당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당에 남겠다는 의사만은 분명히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8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 위원장은 전날에는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거듭해 온 김종인 전 위원장을 서울 종로에서 만나 당 혁신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혁신위가) 처방은 잘 했는데 환자가 그 약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약을 먹어야 한다.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고 인 위원장이 비공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핵심 인사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한 혁신위 제안에 대해 당 지도부가 침묵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

김 전 위원장은 또 당일 기자들과 만나 "최종적으로 용산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며 "그쪽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당이야 거기만 쳐다보는 사람들인데 변화가 있겠나"라고 당정관계 문제를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처방약을 먹어야 할 환자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국민의힘이 환자"라며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표심이 무엇인지 잘 인식해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아직 인식이 잘못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변화를 강조한 데 대해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며 "우리(당)가 잘 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그는 "지금 대통령을 만나면 거기에서 지휘를 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부정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4일 이 전 대표와 만나 "Mr. Linton(미스터 린튼)", "환자는 서울에 있다" 등 핀잔만 듣고 돌아온 뒤에도 "DJ처럼 용서하겠다(지난 7일 <문화일보>)"며 포용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혁신의 대상이 서울에 있다는 당연한 말을 인정하지 못하고 아무리 다른 이야기를 해봐야 승리는 요원하고 시간만 흘러갈 뿐"이라며 "엉뚱한 사람에게 약을 먹일 생각 그만하시라. 억지봉합쇼라도 한다고 18개월간의 실정이 가리워지나"라고 반발했다.

오는 9일 발표가 예정된 3호 혁신안에도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이나 대통령실 공천 개입 차단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 인 위원장은 '청년'을 강조 중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홍 시장과 만나기 전 혁신위원들과 함께 대구 경북대학교를 찾아 비공개로 청년 간담회를 했다. 김경진 혁신위 대변인은 "국민의힘에 왜 청년 정치인이 적은가 비판이 있었다. 비슷한 세대 또래 청년 정치인이 많이 등장하면 정치권과 청년 간 의사소통이 쉽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간담회 내용을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간담회에서 △대기업 지방 유치 △교통비·지역화폐 등 청년 지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청년 연구자 급여 삭감 우려 등 목소리가 나왔다고 기자들에게 간담회 내용을 전했다. 지역화폐나 R&D 예산 관련 건의는 기존 국민의힘 입장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인 위원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비례대표 연령이) 3, 40대로는 내려가야 한다"며 "젊은 사람이 무대에 뛰게 해서 그 사람이 해법을 제시하고 그래야 당도 관심을 받고 국가도 좋아지고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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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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