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고장'순창 특화음식 개발했더니…매출이 300%'껑충' 주말마다 장사진

순창군, 이원일셰프와 '고추장불고기'개발…관광객 호응 높아 '인기 실감'

한 자치단체장의 아이디어와 공무원들의 팀워크로 탄생한 새로운 지역 음식이 관광객과 주민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북 순창군에서 최근 개발해 시판에 나선 '순창식 고추장불고기' 이야기다.

순창은 장류의 고장으로 일찍부터 고추장과 된장, 간장 등이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딱히 순창을 대표하는 음식은 없었던 상황. 이 때문에 순창을 찾은 관광객들의 상당수는 인근 전남 담양으로 먹거리를 찾아 떠났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영일 순창군수는 지난해 말 순창을 대표하는 음식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순창을 대표하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순창을 대표하는 고추장과 장류를 활용한 요리 경연이나 외식관련 교수들이 개발한 음식이 식당 판매로 연계가 되지 않는 아쉬움도 컸다.

▲유명 요리사로 이름이 알려진 이원일씨(왼쪽)가 최영일 순창군수와 함께 특화음식으로 개발된 '순창식 고추장불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순창군

최 군수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장류산업사업소에 '음식문화TF'를 구성하고 인원과 예산을 배정했다.

올해 1월 출범한 음식문화TF는 당장 관련된 3개분야 10개 사업을 선별하고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순창외식업협회와 지역 블로거, 전문가, 언론인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구성해 매월 모임을 개최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TF팀 업무의 핵심은 유명셰프를 선정해 순창의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 개발과 보급이었다.

군은 이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식당을 모집한 결과 10곳이 신청해 이 가운데 평가를 통해 5개 업소를 대상으로 교육과 메뉴 테스트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4개 업체를 선정했다.

4월부터는 방송프로그램으로 얼굴이 널리 알려진 이원일 셰프가 레시피 개발에 참여했다.

▲쯔양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원일 셰프가 개발한 '순창식 고추장불고기'는 초벌 구이된 돼지고기에 고추장 양념을 입혀 재차 구운 뒤 뒤 옹기 그릇에 채소와 함께 곁들여 내고 순창의 명물인 청국장 뚝배기를 함께 차려내는 식이다.

기존의 고추장불고기와 달리 미나리와 파, 버섯 등을 고기와 따로 구워 활용하고 조리과정이 독특해 시식회 참석자들은 '맛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맛과 재미를 동시에 잡은 순창식 고추장불고기 탄생

고추장 양념의 적정한 비율과 고기를 굽는 법, 청국장 뚝배기 등의 표준 조리법은 참여 식당에 고스란히 전수됐고 조리에 필요한 내열성 옹기와 고기를 굽는 고가의 그릴 등도 순창군에서 구입비의 70%를 지원했다.

또 메뉴판과 식당 간판 교체비용도 일부 지원해 시판 준비를 마쳤다. 홍보를 포함한 이 모든 과정에 순창군의 예산이 약 2억3000만원 가량 투입됐다. 매우 적은 예산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홍보를 위해서는 국내 유명 유튜버인 '쯔양'을 초청했다.

▲먹방 유튜버인 쯔양이 8월 초 순창군을 방문해 순창식 고추장불고기 먹방 촬영을 하고 있다. ⓒ순창군

먹방 크리에이터인 쯔양은 차분하고 호감을 주는 언변에 일반인에 비해 엄청난 양을 먹으면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 관심을 끌고 있으며 11월 현재 889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인플루언서다.

쯔양은 지난 8월 진행한 촬영에서 표준 레시피를 전수받아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미소식당과 순창맛이레, 함양식당, 해뜨는집 등 4개 업체의 '순창식 고추장불고기'를 비교 품평했다.

이 영상은 '순창 고추장불고기 12인분 먹었더니 동네분들이…순창 고추장불고기 청국장 먹방'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져 현재 조회수 176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이 300% 급증…주말에는 3시간 대기줄까지

쯔양의 유튜브 방송이 나간 뒤 이 음식을 팔고 있는 순창읍의 한 식당의 경우 주말에는 3시간가량 대기줄이 서는 등 '대박'행진을 이어나갔다.

최근에는 평일에도 단체 손님들의 예약이 끊이지 않고 오후 3시무렵이면 그날 준비한 재료가 소진돼 일찍 마감을 하기도 한다.

▲전북 순창군의 특화음식으로 개발된 고추장불고기를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순창군

또 전에 비해 매출이 최대 300% 늘어난 업체도 있었으며 아예 식당을 장류테마파크로 이전하기 위해 준비 중인 업체도 있다.

백반 전문 식당이던 이곳은 고추장불고기의 판매 비중이 매출의 80%를 차지하게 됐다고 한다.

이번 특화음식 개발을 사실상 이끈 박영수 순창군 장류산업사업소 음식문화TF팀장은 "음식을 개발해 단기간에 성공하기는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면서 "지속적으로 끌고갈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완벽한 성공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인지도를 꾸준히 높여가고 있으며 내년에도 '순창식 고추장불고기'의 홍보를 계속하면서 순창만의 독특한 국밥류의 새로운 특화음식을 개발해 소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일 순창군수는 "음식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해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면서 "지금도 외부 손님들을 모실 때면 빼놓지 않고 홍보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군수는 "순창고추장불고기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널리 알려져 음식 뿐만 아니라 우리 군의 농특산물 판로 확대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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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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