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팔 휴전 촉구한 유엔 결의안 기권에 국제 앰네스티 "깊은 유감"

외교부 "결의안에 하마스에 대한 규탄 없어 기권…결의안 취지는 지지"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정부가 기권한 것을 두고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하마스에 대한 규탄이 없었기 때문에 결의안에 기권했다고 설명했다.

31일 국제앰네스티는 "'즉각 휴전' 요구하는 UN총회 결의안에 '기권' 던진 한국 정부, 외교부는 즉각 입장 철회하고 휴전 촉구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한국 정부가 '기권'을 행사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외교부가 조속히 입장을 철회하고 즉각 휴전을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일(현지시각) 유엔총회는 요르단이 제출한 결의안을 찬성 120표, 반대 14표, 기권 45표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하마스가 지난 7일 벌인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과 인질 석방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캐나다가 하마스의 행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하는 내용 및 인질 석방 등이 포함된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찬성 88표, 반대 55표, 기권 23표로 수정안 채택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지 못해 부결됐다.

최종적으로 채택된 요르단 제출 결의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집트, 튀르키예 등 아랍권의 주요 국가들과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서방 국가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와 북한도 요르단 결의안에 찬성했다.

반면 한국과 호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인도, 영국,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은 기권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해당 결의안에 한국 정부는 기권했다. (파란색 네모) ⓒ유엔 WEB TV 갈무리

국제앰네스티는 "총회에서 채택되는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이는 10월 7일 사태 이후 유엔에서 도출된 첫 번째 공식적 대응으로 회원국 중 대다수가 휴전을 지지한다는 국제사회의 대세적 요구를 반영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14개국이 휴전을 반대하였으나 이는 소수에 불과함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해당 결의안은 즉각적이고 항구적이며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며 모든 당사자가 국제인도법을 준수하고 가자지구에 필수 공급품과 서비스를 '계속 충분히 방해 없이'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또한 포로로 잡힌 모든 민간인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국제법에 따라 그들의 안전, 복지 및 인도적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혀 하마스 인질 석방도 함께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신민정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은 "이미 2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강화로 물과 식량, 연료 등 물품의 반입이 차단돼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더 이상의 참혹한 수준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의안에 찬성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신 이사장은 "국제앰네스티의 요구는 단순하다. 구호단체들이 가자지구에 충분한 구호품을 공급하고 이를 안전하고 조건 없이 배분할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며 "민간인에 대한 보호와 국제법 준수를 이야기하면서도 휴전 요구에 한국 정부가 기권을 행사한 것은, 재앙 같은 인도주의적 위기에 침묵으로 외면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며, 인도주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며 "한국지부 또한 휴전을 위한 결의안에서 '기권'표를 던진 외교부가 현 입장을 철회하고 즉각 휴전을 요구하며 관련 캠페인 및 로비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3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요르단 결의안에 하마스 테러 공격에 대한 규탄과 인질 석방 등이 포함돼있지 않아 캐나다 측이 상정한 수정안에 찬성했다"며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국제인도법 준수를 촉구하는 요르단 결의안의 취지를 지지하지만 하마스에 대한 규탄이 포함되지 않아 기권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악화되고 사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상황 악화 방지를 위해 인도적 교전 중단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휴전'이 아닌 '인도적 교전 중단'을 지지하는 이유와 관련, 인도적 지원을 위해 잠시 전쟁을 멈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 내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여론 때문에 '휴전'을 직접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미국 정부의 입장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