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2기' 첫 고위당정…"유류세 인하 연장", "배추 2900톤 배출"

'민생 우선' 기조 재확인…의대 정원, R&D 등 민감 현안은 논의 없어

국민의힘이 '김기현 2기 체제' 가동 후 첫 고위당정협의를 갖고 민생 우선 기조에 힘을 실었다. 유류세 인하 연장, 김장 배추 물량 확보, 가을철 축제 안전대책 등이 논의됐지만 의대 정원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통상의 총리공관이 아닌 국회에서 당정이 열린 점, 정책 관련 대국민 설득·설명 요구가 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온 모양새 등이 눈에 띄긴 했지만, 기존의 당정 간 역관계가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당정 지도부가 이날 내놓은 '민생 대책'이 이에 대한 만족스런 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22일 오후 당 지도부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비버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 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당정 결과 브리핑에서 불안한 중동정세를 언급하며 "현재 석유·가스 비축량은 충분하지만 실시간 모니터링 등 민관 공동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며 "수입선 다변화 유도, 대체노선 확보, 정부 비축유 방출, 수요 절감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너지물가 안정 대책"으로 "당초 10월 말 만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와 유가연동 보조금 지급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수도권 내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기로 했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김장철 물가안정 대책으로는 "배추에 대해서는 정부 가용물량 2900톤을 방출한다", "저온 피해로 가격이 크게 오른 사과는 계약재배 물량 1만5000톤을 조기 출하하는 등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선다", "농축산물·식품원료 공급부족 완화를 위해 수입과일 등에 긴급할당관세 도입을 11월 추진한다"는 등의 발표가 있었다.

박 대변인은 또 "이달 19일부터 배추·사과 등 가격불안이 높은 품목 중심으로 할인지원 대상을 주 단위로 선정하고, 1만 원 한도로 최대 30%의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다"며 "특히 생강·대파 등 가격상승 정도가 크고 소비가 많은 품목은 납품단가 지원을 통해 가격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디"고 밝혔다. 이같은 할인 지원은 오는 12월까지 전국 2252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특별 할인행사를 통해 추진되며, 민간 대형마트에도 할인쿠폰 지원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이와 함께 가을철 축제 기간을 맞아 "인파 운집에 대한 대비한 안전강화 대책을 논의했다"며 "10월 말에는 전국 곳곳에서 핼러윈 축제가, 11월 초에는 약 1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불꽃축제가 예정돼 있는 만큼 중앙부처·지자체 공조 하에 적극적으로 안전관리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다가온 가운데 열린 이날 당정에서 참석자들은 "핼러윈 기간에는 인파안전관리 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주요 밀집장소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한편, 이태원·홍대·명동, 대구 동성로 등 주요 지점에 행안부 국장급을 현장 파견해 신속히 현장 대응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당은 물가, 금리 등 국민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에 대해 향후 정책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의 정책방향을 예고하는 새로운 정책소통수단인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적극 추진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포워드 가이던스'의 의미에 대해 "최근 한은 총재가 '영끌해서 집 사지 말라'고 경고했지 않느냐. 그런 것처럼 (국민 경제생활에) 영향을 많이 미칠 만한 상황이나 정책이 있을 때 당사자들에게 예측되는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달라는 것"이라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이 아닌 레버리지해서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경고를 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문제 등 현안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구체적 논의 대신 "전기·가스요금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칠 공공요금 관리를 잘 해달라"(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라는 당부만 나왔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당정 모두발언에서 "당정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민생경제 회복"이라며 "물가 및 고용과 관련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낡은 관행을 개혁하는 데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국민 요구를 동력삼아 민주당에 협조를 구하겠다", "더 열심히 현장을 찾고 필요할 경우 야당과도 함께 하겠다"며 "민생 국회가 되도록 여야 대표 (간) 민생 협치 회담을 개최하고자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3일 당무에 복귀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여야 대표 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또 한 차례 내놓은 셈이다. 김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형식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꼬인 것을 풀고 신뢰는 쌓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부터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의 영수회담을, 국민의힘은 여야 당 대표 간의 회담을 서로 제안하며 기싸움을 벌인 바 있다. 이날 김 대표의 제안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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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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