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분쇄기' 김한길 역할론 솔솔…김기현 면전서 김한길 극찬한 尹 속내는?

[이모저모] 김한길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정치권에서 '김한길 역할론'이 나오는 가운데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의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어디 안 간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김 위원장이 지난 17일 국민통합위 간부회의에서 "통합위 본연의 업무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동요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으로부터 너무 칭찬을 받아서 어깨가 더 무겁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끊임없이 호명되고 있다. 결정적 장면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주요 부처 장관 등과 함께한 만찬 회동에서 "통합위 활동과 정책 제언이 제게도 많은 통찰을 줬다고 확신한다"며 "이것들이 얼마나 정책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다음날인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함께 오찬을 했다.

당 지도부와 오찬을 할 예정이었으면서 굳이 전날 김한길 위원장과 만찬에 지도부를 불러들인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당대표보다 김 위원장과 함께 하는 만찬이 먼저 있었고, 만찬장에서 김한길 위원장의 위신을 김기현 대표 앞에서 한껏 세워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인사는 "만찬, 오찬 순서를 보라. 누구에게 힘이 더 실려 있겠느냐"고 평했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초기부터 정무적 조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재확인되면서, 향후 김 위원장의 역할론에 주목하는 인사들이 많아졌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당 혁신위에 참여하거나, 향후 당 개혁이 지지부진할 시 '구원투수'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끊임없이 나오는 '윤석열 신당'설을 두고도 김 위원장의 이름은 오르내린다. 김 위원장이 과거 '정당 창당'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식 윤석열 신당'이 아니라 '국민의힘 재창당' 수준의 신당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김한길 위원장 인터뷰가 <조선일보>에 실렸다. 김 위원장은 이 인터뷰를 통해 뼈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현재 관계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 달에 몇 번은 본다. 통합위 보고 사항만 들고 가는 건 아니다. 이런 얘기는 꼭 필요하겠구나 싶으면 말씀드린다"고 했다. 과거 인연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갈등이 생기고 저한테 조언을 구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대선 출마도 상의했는지 묻자) 그런 얘기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내 말이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지만"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에 한 평가도 재미있다. 김 위원장은 "저는 탈당을 여러 번 했고 제3 지대에서 창당도 시도하다 거듭 실패했다. '정당 분쇄기', '창당 전문가', '탈당 기록 보유자' 소리도 들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다당제가 우리 정치 발전의 다음 단계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잖나"라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직을 맡을 때 '중원(中原)을 향해 몽골 기병처럼 진격하겠다'고 한 말을 상기하며 "대선이나 총선이나 마찬가지다. 고정 지지층은 따로 있으니 중간 지대에서 얼마나 표를 가져올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인터뷰는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김 위원장이 "어디 안 간다"고 말했다는 것 자체도, '어디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주변에 파다하다는 방증이다. '다당제' 소신을 갖고 있는, '중간지대 표'를 노리는 김 위원장을 윤 대통령의 '정계개편 디자이너'로 신임한다는 것은 정말 '상상'일 뿐일까.

다만 김 위원장이라는 인물에 대한 선호도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게 문제다. 여러모로 김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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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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