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모른 척'…민주당은 '귀찮아' … 여야 쇄신·변화에 "전북은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야가 서로 쇄신과 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 예산 삭감 등 치명적 상처를 입은 전북을 껴안는 카드 마련에는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궐선거 참패 여파로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가 총사퇴한 국민의힘은 주말인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거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당 쇄신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임명직 당직자 사퇴로 빈 곳에 통합형 인물과 수도권·충청권 인사를 적극 기용하는 등 기존의 친윤·영남 인사 비중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또 ‘정책정당’의 기조를 강화하고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인재영입위 구성 등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당의 쇄신과 변화를 선언하고 나섰지만 호남 인재 중용이나 잼버리 파행 이후 ‘전북 책임론’ 제기, 새만금 SOC 예산 삭감, 총공세적 전북 폄하 등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호남정치 1번지인 전북을 철저히 배제한 쇄신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는 새만금잼버리의 초반 파행을 호남(전북) 탓한 것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주장이 제기됐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일부 의원이 ‘탐욕스런 지자체’, ‘예산빼먹기’와 ‘꿍꿍이 있는 지역’ 등으로 전북을 내놓고 폄훼했으며, 김기현 당대표도 전남에서 ‘일 잘하는 지자체’를 언급하며 전북을 은근슬쩍 ‘일 못하는 지자체’로 낙인찍는 등 총체적 전북 때리기에 나선 바 있다.

여권의 이런 공세는 급기야 올 8월 말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새만금 주요 SOC 관련 예산만 무려 78%나 대거 삭감되는 등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는 위기 상황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한 쇄신책에서도 수도권과 충청권 중심의 통합형 전진배치를 주장하면서도 전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나 인물 배려의 고민을 표출하지 않아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새만금 SOC 예산삭감을 중대한 사태로 보고 당 차원에서 적극 나설 뜻을 밝혔지만 최근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이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13일 전북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의 새만금 SOC 예산 삭감은 비정상 중에서도 가장 비정상적인 납득할 수 없는 예산 편성”이라며 당 차원에서 적극 나설 뜻을 확고히 한 바 있다.

지역민들은 새 원내대표 출범과 변화의 파고 속에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새만금 예산 지원사격’ 모습이 보이지 않자 크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과정에서 전북 지지층의 결집과 전국 향우회의 힘이 큰 보탬이 된 게 사실”이라며 “민주당이 이런 지역의 민심을 망각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잇따라 ‘분노의 삭발’에 동참하며 새만금 SOC 예산 복원을 촉구하고 있어 당 차원의 당론 채택 등 고강도 지원책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잼버리 사태와 새만금 예산삭감을 경험하면서 전북의 전 세대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주 냉철해졌다”며 “최근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은 전북을 뒤로 젖히고 가겠다는 모습이고 민주당은 귀찮아하는 것 같다. 여야 정치권이 전북의 민심을 과거처럼 가볍게 보면 심각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도 “국민의힘이 호남 갈라치기로 전북을 고립시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하거나 민주당이 텃밭의 표심을 단순히 전쟁 때 무기만 지원하는 병참기지로만 생각한다면 전북의 민심은 예전처럼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이 진정성을 갖고 민심에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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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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