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잼버리 파행 이후 최대 논란이 된 발언 중 하나는 ‘망할 수밖에 없는 생(生)갯벌’과 ‘11조원 예산 빼먹기’였다.
전자는 여성가위 여당 간사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문제이고, 후자는 같은 당의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이 이권 카르텔을 운운하며 언급했던 주장이다.
정경희 의원은 새만금잼버리 폐영 직후인 올해 8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잔치는 끝났다. 이제 ‘진흙탕 잼버리’는 국민 여러분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그는 “그야말로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지선정'이 '진흙탕 잼버리'의 시발점이었다”며 “전라북도가 멀쩡한 기존 새만금 부지를 여럿 두고도 난데없이 아직 메우지도 않은 ‘생갯벌’을 잼버리 개최지로 밀어붙였다”고 성토했다.
송언석 의원도 “새만금잼버리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국제공항(8077억원)을 비록해 11조원에 육박하는 SOC 예산이 투입됐다”며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잼버리를 SOC 예산 확보를 위한 도구로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거들고 나섰다.
자극적인 발언은 사실 여부를 떠나 곧바로 심각한 파장과 부작용을 낳았다. 새만금잼버리대회 이후 전북은 사실상 ‘일 못하는 지자체’로 굵은 낙인이 찍혔으며, 예산을 따먹기 위해 생 갯벌에 국제행사를 밀어붙인 꿍꿍이가 있는 지역으로 전락했다.
여기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이 무려 78%나 난도질 당했고, 내부개발 사업비도 70% 이상 삭감되는 등 사실상 새만금 사업은 올스톱 위기의 최악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전북이 ‘전라북도’라는 명칭을 사용해 온 지난 128년 동안 가장 타격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였다.
2개월여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떠할까? 여러 증거와 객관적인 자료가 나오며 초기의 오해는 많이 풀렸지만 아직도 잼버리 부지의 부적정 논란이나 새만금 예산에 대한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전북출신 정치인만 외롭게 새만금잼버리와 관련한 가짜뉴스를 문제삼고 있을 뿐이다. 새만금 예산을 정부예산안과 연동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지원사격도 아직까지 볼 수 없을 정도로 전북만 고군분투하며 힘들게 싸우고 있다.
전북 정치권은 “이제 가짜뉴스를 바로 잡아야 한다. 중앙의 관련기관도 가짜뉴스에 적극 해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이원택 의원(더민주, 김제부안)은 잼버리 부지와 관련한 허위사실에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고,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뻘밭이 아닌 물 빠짐이 아주 좋은 실트질의 모래였다는 구체적인 자료도 제시했다.
새만금 잼버리의 부지는 지난 2006년 방조제 물막이 공사 이후 이미 육지화가 진행됐다. 세계 최장의 33km 방조제로 메워나가며 내부 토지는 조금씩 육지화를 진행, 2014년 이후 160㎢의 땅이 노출된 상태이다.
이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잼버리 부지 매립사업을 추진하기 전인 2018년 3월에 매립토의 토질 특성과 투수계수 분석에 나선 자료에서 재차 확인됐다. 당시 지층 상태는 생갯벌이 아니라 물 빠짐이 좋은 실트질모래였던 것으로 조사됐던 것이다. 실트질모래는 모래가 50% 이상인 흙으로 점토보다 배수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지층 조사자료에 따르면 잼버리 부지 매립구역 8공은 심도 1.9m부터 7.7m까지 자갈 섞인 세립질 모래이거나 실트질모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립구역 11공 역시 준설심도 2.7m부터 15.7m까지 실트질 모래이거나 점토 섞인 실트였다.
망할 수밖에 없는 ‘생(生)갯벌’을 부지로 선정해 잼버리 대회의 파행을 불렀던 이른바 ‘생갯벌 부지론’이 허구임을 확인해주는 자료이다.
농촌진흥청도 새만금지구는 타 간척지보다 사질 함량이 높아 토양 제염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밝힌바 있어, 잼버리 부지의 생갯벌 논란은 가짜뉴스임이 확인됐다는 전북 정치권의 주장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잼버리 대회의 파행은 생갯벌이 아니라 초기 대응의 실패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맷 아이드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가 밝힌 조기 퇴영의 4가지 이유 역시 열악한 위생과 음식, 폭염 대책, 의료 서비스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11조원 예산 빼먹기’도 진실과 다른 허위이다. 새만금 SOC 예산은 사업의 첫 삽을 뜬 1991년 11월 이후 매년 정부부처와 기재부, 국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 반영되는 등 잼버리 대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오죽하면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나서 “전북이 잼버리를 이용해 예산 수십조원을 끌어왔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새만금사업은 노태우 정부부터 지금의 윤석열 정부까지 30년 넘게 추진해온 사업”이라고 강변했을까.
‘10조원 규모’의 새만금 SOC사업은 잼버리와 무관하게 2014년 9월의 ‘새만금기본계획(MP)에 이미 들어가 있는 사업비이다. 올해 7월에 완공된 새만금 남북2축도로의 경우 잼버리 유치 이전인 2011년에 새만금MP에 반영돼 연차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SOC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고, 정부예산안은 각종 사업비를 대거 칼질한 후 국회의 예산심사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 익산출신의 이춘석 전 국회의원은 “정부의 방관 속에서 새만금은 어느덧 전북의 급소가 되었다. 급소는 조금만 상해도 생명에 지장을 주는 곳이다”며 “정부와 여권의 정치인이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곳을 파고들었다. 새만금에 가려진 예산 폭력을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석 전 의원은 새만금 예산 복원과 관련해 계수조정소위를 지렛대로 삼을 것과 계수조정소위와 예결위원장의 역할, 양당 원대표단의 협상 등 3단계 전략을 언급하기도 했다.
가짜뉴스는 자극적인 단어와 그럴싸한 논리를 대동한다. 생갯벌 주장은 진흙탕 잼버리로 단순화해 일순에 여론을 휘어잡았고, 새만금 예산 11조원은 잼버리 파행의 근원으로 곡해되며 예산 삭감의 선동 도구로 활용된 모습이다.
이경재 전북애향본부 기획처장은 “여권의 정치인이 ‘생갯벌’과 ‘예산빼먹기’라는 허위사실에 정치 프레임까지 덧씌워 새만금 예산 삭감의 가이드라인을 기재부 등에 제시한 꼴”이라며 “새만금을 재물로 삼고 전북을 희생양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애향본부 등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거 참여한 ‘전북인비상대책회의(상임대표 윤석정)’는 새만금 SOC 예산 정상화를 위한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회 예결위의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의가 있을 오는 11월 7~8일 경에 3000명 이상의 도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차원의 새만금 SOC 예산 복원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사실로 왜곡된 새만금 예산의 정당성을 알리고 가짜뉴스로 실추된 새만금잼버리의 진실규명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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