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광주전남 경찰관 1742명 심리상담…정신건강 '빨간불'

심리상담 건수 3년새 2배 급증…극단적 선택 암시 사례들 만연

"경찰이라고 다 강한 게 아닙니다. 상처도 많이 받습니다."

전남의 한 경찰서 소속 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 A씨는 이 같이 한탄했다. A씨가 일하는 지구대는 주취자부터 폭행까지 하루에도 수십 건이 넘는 신고를 처리하고 있다. 신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는 것은 물론, 변사체를 발견하고 처리하는 일까지 다양하다.

A씨는 "지역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짐을 하지만 문득 번아웃(신체적‧정신적 탈진)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관 ⓒ연합뉴스

주취자의 폭행 등 업무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찰관은 A씨 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경찰들을 돕고자 정부에서는 지역별로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접근성, 부담감 등을 이유로 머뭇거리는 경찰관들이 적지 않다. 경찰관들은 센터에 대한 지원이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들이 3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심리상담을 수행하는 '마음동행센터'는 전문 상담인력이 지역마다 고작 2명뿐이라 경찰관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센터에 대한 지원이 확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광주‧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관의 트라우마와 직무 스트레스, 가정불화, 직장 괴롭힘으로 지난해 '마음동행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은 경찰관은 총 1742명(광주 1085명, 전남 657명), 상담 건수는 2752건(광주 2023건, 전남 729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마음동행센터는 2013년 트라우마센터라는 명칭으로 만들어졌다. 경찰관의 트라우마와 직무 스트레스, 가정불화, 직장 괴롭힘 등 다양한 사례들을 전문적으로 치유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마음동행센터는 심리상담이 필요한 경찰관이 10차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특히 3년 전(2020년)과 비교하면 광주에서 심리상담을 받은 경찰관 수는 2.4배(436명→1085명)·상담 건수는 1.8배(1090건→2023건), 전남의 경우 경찰관 수는 1.47배(445명→657명)가 증가했다. 상담 건수(883건→729건)는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 8월까지 집계한 횟수가 861건에 달해 지난해 상담 건수를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

마음동행센터에서 상담받은 경찰들은 주취자 대응 등 대민업무 스트레스도 시달리고 있었다.

민원인이 위법행위 등 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된 인원들은 광주에서 지난 2021년 검거건수 188건‧검거인원 195명에서 지난해에는 검거건수 244건‧검거인원 259명으로 증가했다. 전남의 경우도 2021년 검거건수 270건‧검거인원 283명에서 지난해 검거건수 291건‧검거인원 342명으로 급증했다.

직무 스트레스, 가정불화,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경찰관들의 극단적 선택 암시글이나 극단적 선택 사례들도 만연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21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 간부 갑질에 매일매일 분신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살려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전남경찰청 현직 경찰관이 작성한 것으로, 간부에 의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당시 청원인은 자신이 하위직 경찰관이라며 갑질 피해로 건강이 악화돼 병가 중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올해 전남 여수에서도 파출소 소속 간부 경찰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월 26일 오전 6시20분께 전남 여수시 돌산읍 한 소형 부두 인근 해상에 50대 B씨가 빠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구조 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초·중학교 자녀를 둔 간부 경찰관은 수년 전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자녀를 키워오며 주변인들에게 우울증 등 힘든 상황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경찰은 정황을 토대로 극단적 선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마음동행센터를 통해 심리상담을 받는 경찰관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마음을 돌봐야 할 전문상담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직무 스트레스 전문 치유를 위해 광주·전남지역에 마음동행센터가 각각 1곳씩 운영 중이지만, 전문상담사는 단 4명뿐이다.

지난 2014년 조선대병원 내에 설립된 광주 마음동행센터는 지난해 전문상담사 1명을 충원해 총 2명이 광주경찰청·지역 5개 관서의 경찰관을 상대로 심리 치유를 지원하고 있고, 2019년 8월 목포중앙병원 별관에 신설된 전남 마음동행센터에서도 2명이 전남청을 포함한 21개 시·군 관서를 담당하고 있다.

마음동행센터는 트라우마 등 직무 스트레스 예방 전문기관으로서 진료기록과 이용내역에 대한 철저한 비밀보장으로 인사상 불이익이 없고, 횟수 제한 없이 전액 지원하므로 개인의 비용 부담도 없다.

하지만 상담 인력이 센터 당 2명에 그쳐 현실적으로 밀도 있는 검사와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이와 관련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현직 경찰관들로부터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를 상담 치료하는 마음동행센터의 인력 충원과 접근성·지원책을 강화해 밀도 높은 운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상담 인력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전남권역을 관할하는 전문상담사 2명이 모두 맡기가 어렵다 보니 여수나 순천 등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직접 병원을 찾아가 상담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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