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님과 교육계에 드리는 호소

[유보통합을 말하다] 30년의 숙제,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한다

일부 교육관련단체들이 유보통합으로 교육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내용을 알면 큰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다. 2025년부터 100만 영유아를 품어야 하는 교육감 및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학계가 유보통합의 과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살피고 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은 교육감 중 한 분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유보통합에 소요되는 구체적 예산 규모 및 이를 조달할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교부금으로 어린이집을 지원할 근거를 만들어놓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는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유보통합 소요비용을 교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서, 정부의 의도대로 유보통합이 추진된다면 과거의 누리과정 사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고, 자칫하면 유초중등교육을 재정파탄 상태에 몰아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국의 시도교육감은 교부금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위 글을 읽다보면 유보통합 재정에 대한 공포가 느껴진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교부금으로 유보통합을 진행’한다는 전제부터 잘못되었고, 현재의 유보통합이 ‘유초중등교육을 재정파탄 상태로 몰고 갈’ 상황도 아닌데 유보통합에 부정적인 일부 이해관계자의 반대를 근거로 작성되어 심히 우려가 된다.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교육부는 2023년 1월 30일과 7월 28일에 각각 ‘유보통합추진방안’과 ‘유보관리체계 일원화방안’을 발표하며 행정통합과 재정통합에 대한 내용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 내년부터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장하던 보육업무는 교육부 장관의 소관이 된다. 이에 따라 당연히 국고에서 지출되는 보육 재정은 교육부장관이 장악하게 된다.

내년 2024년에는 '지방교육자치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개정된다. 즉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해서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가 가지고 있는 보육업무를 교육감이 이관받는다. 아울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개정으로 그동안 시도와 시군구에서 사용했던 보육재정을 교육청으로 이관하기 위해 법정전입금과 비법정전입금 관련 규정을 바꾸게 된다.

현재 교육청은 광역시·도청으로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1조에 의해서 담배소비세 등 시·도세의 일정비율을 법정전입금으로, 기타 학생 급식비 지원 등을 비법정전입금으로 전입 받고 있다. 그 금액은 2021년의 경우 15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지금 광역시·도에서 지출하는 보육재정은 국고부담금과 이것에 대응해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 여기에 교육청에서 전출해서 주는 것(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그리고 순수하게 지자체가 지출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는 국고로 만들어지고, 이것을 시도교육청으로 교부하면, 교육청은 이중에서 유치원에 누리과정 교육비를 직접 집행하고, 나머지 어린이집 소요경비는 시·도청으로 전출시킨다.

다시 설명하자면, 보육예산의 각 주체 부담 비율은 국비가 58.9%이고 나머지는 지방비에서 41.1%를 지출한다. 이 중 지방비에서 지출한 41.1%는, 국고에 대응 투자한 금액 17.2%. 교육청에서 누리과정 비용으로 지출된 금액이 16.9%, 순수하게 자치단체에서 지출하는 약 7% 등으로 이루어진다. 정리하자면 현재의 보육 재정은 국비 60% 내외, 교육청 전출금 17% 내외, 지자체 부담 비용이 23% 내외이다. 내년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정하는 것은 바로 시도청에서 부담하고 있는 23% 정도의 재정을 교육청이 전입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기초자치단체에서 사용했던 재정 역시 전입금으로 산정한다)

재정통합과 행정통합을 완료하는 2025년부터 교육부와 교육청은 기존의 교육재정에다 이관받은 보육재정을 통합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지원한다. 따라서 현상 유지를 전제로 한 유보통합에는 아무런 추가 재정이 필요하지 않다. 더구나 현재의 재정 규모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매년 영유아학령인구의 감소로 재정 지출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여유 재정이 생기게 된다. 현재 만 5세 인구수에 비해서 만 0세 인구수는 1/3이 줄어든다. 영유아학령인구의 감소 수준은 매년 5% 내외가 된다.

그러나 유보통합은 현상 유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유·보간의 격차 해소와 교원 처우개선 등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새로운 추가 투자에 필요한 재정확보방안이 추후 마련되어야 한다.

▲ 2023년 5월 기준, 주민등록인구(통계청)

한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내국세의 20.79%를 할당하는 비율을 유지할 경우,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매년 내국세의 금액이 늘어나는 금액과 더불어 초중등학령인구 감소에 의해 나타나는 재정수요 감소액 그리고 앞에서 짚었던 영유아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수요 감소액 등을 종합해보면 유보통합으로 필요한 추가 재정은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유보통합을 계기로 진행되는 격차해소 작업은 매년 연차적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으므로 필요재정 역시 연차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맞물려 추가로 소요되는 재정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교육부가 내년 교육예산에서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보육비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한 조치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내년 1년의 한시적 상황이고, 25년부터는 통합되는 재정에 녹아 들어가서 교육예산의 추가 부담으로 남지 않는다. 교육부가 한 이번 조치를 '유보통합으로 교육재정이 파탄'된다는 근거로 확대하는 것은 억지다.

나는 교육감들이 100여만의 영유아와 26만의 보육 교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기를 간청드린다. 유보 이원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유아와 교원들, 그리고 학부모가 애타게 바라고 있는 유보통합을 우리 모두의 시대적 과업으로 생각하고, 관망이나 비평이 아니라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주시길 간절하게 호소 드린다. 지난 30년의 숙제를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어린이집 영유아들도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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