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을마다 돌아오는 '호박맛라떼', 20년 인기 비결은?

SNS 등장하며 인기 굳혀·'호박향' 제품 시장까지 창출…'여성적' 낙인 찍혀 혐오도

"음식 트렌드는 왔다가 사라지지만 펌킨스파이스라떼(호박맛라떼·Pumpkin Spice Latte·PSL)는 영원하다."

올해 출시 20년을 맞은 미국 스타벅스의 인기 계절 음료 펌킨스파이스라떼에 대한 이달 <워싱턴포스트>(WP) 기사의 첫머리다. 2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도 "펌킨스파이스라떼는 우리 모두보다 오래 생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20년 간 변함 없는 인기를 자랑하는 이 음료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표현했다.

2002년 겨울 계절 음료로 선보인 페퍼민트모카의 뒤를 잇는 가을 계절 음료를 고민하던 스타벅스는 설문조사에서 안정적인 상위를 유지하던 초콜릿과 캐러멜 음료를 내버려두고 "독창성"을 이유로 호박향 음료 개발에 나섰다. 이 회사 에스프레소 음료 개발팀은 2003년 봄부터 사무실에 가을 장식을 하며 분위기를 내고 호박 파이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어떤 맛이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지 연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 새 음료 개발에 성공했지만 이번엔 이름이 고민이었다. 당시 개발팀을 이끈 피터 듁스는 초기에 '추수 라떼(fall harvest latte)'와 같은 다소 "독특한" 이름도 고려됐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적으로 펌킨스파이스라떼라는 제품명이 선정된 이유는 "향신료(스파이스)가 호박을 풍미를 살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컵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3년 첫 출시 때 워싱턴DC와 캐나다 밴쿠버를 포함해 100개의 매장에서만 판매된 이 음료는 곧바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 이듬해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판매됐다. 스타벅스는 이 음료의 약칭인 PSL은 바리스타들이 컵에 적은 글자에서 비롯됐다고 귀띔했다.

펌킨스파이스라떼 인기는 소셜미디어(SNS)의 등장 덕에 굳건해졌다. 출시 뒤 얼마 간의 인기를 증명했음에도 스타벅스는 이 음료를 대체할 새 제품 개발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2006년 무렵 소비자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펌킨스파이스라떼를 소비하는 이미지를 공유하며 이 음료의 인기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10년 무렵 인스타그램에서 이러한 현상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출시 20년 된 이 음료의 인기는 여전해 <뉴욕타임스>는 올해 펌킨스파이스라떼 출시일인 8월24일 주간에 스타벅스의 매출이 7%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이 음료의 유행은 '호박향' 자체에 대한 소비 효과까지 불러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마케팅 회사 R/GA의 수석 전략가 에린 라브랜체는 이 음료 출시 전엔 "호박"이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규모의 소비 범주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정보 회사 NIQ에 따르면 호박맛 후무스(병아리콩 으깬 것과 기름 등을 섞은 중동 지방 음식), 호박향 체취 제거제(데오도런트)를 포함한 호박향 제품은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7억8700만달러(약 1조636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페퍼민트향 제품은 4억9400만달러(6676억원) 어치 팔렸다.

인기가 높아지며 논란도 많았다. 음료 이름으로 호박(펌킨)을 사용하면서 실제 음료 제조 때는 호박을 넣지 않았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2015년에 비로소 펌킨스파이스라떼에 실제 호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엉뚱한 여성 혐오에도 시달렸다. 펌킨스파이스라떼를 들고 품이 넉넉한 스웨터에 레깅스를 입고 어그 부츠를 신은 '전형적인 여성 소비자'가 조롱의 대상이 됐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지난해 이러한 현상이 "'여성적'이라고 각인된 유행에 대한 무시"에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작가이자 편집자인 자야 삭세나는 2017년 미국 온라인 매체 <테이스트>에 호박향과 같이 "여성스러운" 것으로 분류되는 음식이 인기를 끌면 세간은 "여성들이 마케팅에 현혹됐거나 시류에 편승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또 스스로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따라서 그것을 좋아하게 됐다고 가정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남성들이 좋아하는 음식에선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뉴저지주 몽클레어 주립대 연구진은 지난해 호박향을 언급한 약 2만 건의 트위터 및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8%의 게시글만이 부정적이었다면서 긍정적 평가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8월23일 미국 스타벅스 누리집에 다음날 펌킨스파이스라떼 출시를 알리며 게재된 이미지.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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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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