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민생'인가. 고작 정치인 몇 사람의 직무 정지가 중요한가, 아니면 수백만 힘 없는 노동자의 권익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가.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안위가 우선인가, 아니면 대다수 국민의 권리가 우선인가. 오늘도 국회는 민생을 죽였다."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상정이 불발된 가운데 노동계에서 "수없이 반복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개정안 처리가 또다시 무산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개정안 처리를 공언해온 민주당을 향해 "의장, 여당 탓하면 그만인가"라며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2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제 국회 본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은 처리를 거부하는 국회의장의 몽니와 무기력한 야당의 태도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고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택배기사, 학습지 선생님 등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까지 노조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되는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 일부를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민주당은 8월 임시 국회 처리를 약속했으나 무산됐고, 지난 20일 양대노총과 기자회견을 함께 열면서까지 전날 본회의 처리를 약속했지만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간 이견이 크고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상정하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김 의장을 찾아가 항의했으나 상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기사 : 국제노총, 尹 대통령 향해 "노조법 개정 여부 국제사회가 주목")
양대노총은 "노동자에게 살인과도 같은 해고를 막기 위해 투쟁했다는 이유로 수백명이 해고당하고 수백억원의 손해배상을 당해야 했다"며 "평생을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손해배상"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을 향해 "막무가내 정권인 윤석열 정권에 개혁입법, 민생입법으로 저지선을 치고 맞서야 한다"며 "재벌의 하수인, 윤석열 독재정권의 사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에 어떠한 기대도 가지지 말고 노동자, 시민의 요구를 앞세워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월 국회에서 시급한 민생입법,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라"고 강조했다.
국회가 민생을 져버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노조법 개정안이 사라진 본회의장에서는 또 이재명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해임건의안을 두고 보수 양당이 지리멸렬한 언쟁을 펼치고 있다"며 "노동계 비판을 피할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고 의장, 여당 탓하면 그만인가"라고 반문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도 성명을 내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이재명 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되며 9월 25일 본회의에도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만큼 국회가 처리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또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 8월 삭감된 임금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가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의 손해배상소송 첫 변론기일이 전날 열렸다.
금속노조·소송대리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힘없는 노동자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청구로 한화오션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집행조차도 불가능할 이 무익한 손해배상소송은 오로지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무력화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소송 대응과 관련해 대리인단은 "한화오션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이고, 한화오션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과 쟁의행위가 정당하다는 점을 적극 다투겠고, 한화오션 1년 전체 인건비의 몇 배나 되는 8000억 원의 손해액 산정이 완전히 근거 없음을 적극 다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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